물 한꺼번에 많이 마신 22세女, 물중독으로 뇌부종…무슨 사연?

건강한 사람도 짧은 시간 내에 콩팥(신장)이 처리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이 물을 마시면 물중독에 빠질 수 있다. 특히 평소 물을 많이 마시면 위험할 수 있는 병으로는 신부전증(투석 포함), 심부전, 간경화, 갑상선기능저하증, '항이뇨호르몬 부적절 분비 증후군(SIADH)' 등을 꼽을 수 있다.
요로감염 치료를 위해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셨다가 물 중독에 빠져 의식을 잃을 뻔한 환자의 사례가 보고됐다. 인도 펜디트 비디 샤르마 보건과학대 연구팀은 요로감염을 앓는 22세 여성 환자가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물을 한꺼번에 마셔 급성 물 중독으로 '희석성 저나트륨혈증'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환자는 4~5시간 안에 5~6L 이상의 물을 집중적으로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이 환자는 병원 응급실에 실려 온 당시, 물중독에 의한 뇌부종으로 심한 정신 혼란, 전신 발작, 심한 메스꺼움 등 증상을 보였다. 요로감염 때는 박테리아를 배출하기 위해 수분 섭취를 권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환자는 단시간에 몸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물을 마시는 바람에 혈액 내 나트륨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위험한 상태에 빠진 것으로 의료진은 분석했다. 정밀 검사 결과 혈중 나트륨 수치가 정상보다 크게 낮았다.
의료진은 즉각 수액을 조절하고 나트륨 교정 치료를 시행했다. 다행히 환자는 입원 치료 후 합병증 없이 퇴원해 추적 관찰에서도 정상 수치를 유지했다. 의료진은 "물을 좀 많이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콩팥의 배설 능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수분 섭취는 뇌부종이나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치명적인 물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Acute Water Intoxication Leading to Dilutional Hyponatremia in a Patient With Urinary Tract Infection: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리어스(Cureus)》에 실렸다.
물 중독에 의한 뇌부종은 뇌세포 안팎에 수분이 비정상적으로 쌓여 뇌 조직이 퉁퉁 붓는 증상이다. 단단한 두개골에 둘러싸인 뇌가 부풀어 오르면 뇌압이 높아져 뇌졸중, 뇌종양, 외상 등 치명적인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요로감염은 세균이 소변이 지나가는 길인 요도, 방광, 콩팥 등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주로 대장균이 원인이 되며 소변을 볼 때 찌릿한 통증이 나거나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여성은 요도가 짧아 남성보다 걸리기 쉬우며, 제때 항생제를 복용하면 비교적 쉽게 치료되지만 방치하면 콩팥까지 염증이 번질 수 있다.
급성 염증기의 요로감염 환자에게는 박테리아 배출을 위해 수분 섭취를 권장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사례 속 환자는 위험할 정도로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셨다. 여기에는 몇 가지 심리적, 의학적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환자는 물의 세척 효과에 대한 과신, 통증으로 인한 조급함, 콩팥의 물 처리 능력 무시, 잘못된 자가 치료 상식 등이 어우러져 물 중독에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의료진은 보통 "소변을 자주 보아 균을 씻어내라"고 조언하며, 이 환자는 이를 '많이 마실수록 빨리 낫는다'는 식으로 과도하게 받아들였다. 청소할 때 물을 세게 틀면 오물이 더 잘 씻겨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 것과 비슷했다. 요로감염은 소변을 볼 때 타는 듯한 통증(배뇨통)이 매우 심하다. 환자는 이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양의 물을 들이켰다.
건강한 콩팥도 한꺼번에 들어오는 물을 모두 소변으로 바꿀 수는 없다. 건강한 성인의 콩팥은 시간당 최대 약 800~1000mL의 수분을 처리할 수 있다. 이 환자는 콩팥이 물을 소변으로 바꿔 내보내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물을 마셨다. 그 결과 혈액 속 나트륨이 급격히 희석되면서 뇌부종을 일으키는 물 중독에 빠졌다. 이 환자는 "감기나 염증에는 물이 보약이다"라는 민간 요법을 과신해 독이 된 경우에 해당한다. 요로감염 치료에서 수분 섭취는 보조적인 수단일 뿐, 근본적인 치료는 항생제다. 하지만 이 환자는 항생제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스스로 증상을 해결하려는 조급한 마음으로 '수분 폭탄'을 선택한 셈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건강한 사람에게는 하루물 2L(8잔)를 권장합니다. 이 양을 반드시 마셔야 하나요?
A1.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섭취하는 수분은 순수한 '물'뿐만 아니라 음식물에 포함된 수분도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채소, 과일, 국물 요리 등에는 수분이 풍부합니다. 하루 전체 수분 섭취량의 약 20~30%는 음식을 통해 보충됩니다. 체중, 활동량, 주변 온도, 습도에 따라 하루에 섭취해야 하는 수분량은 천차만별입니다.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는 사람과 뙤약볕에서 일하는 사람의 필요 수분량은 같을 수 없습니다.
Q2. 누구나 하루 2L까지 마실 수 있나요?
A2. 건강한 성인은 마실 수 있습니다. 콩팥이 이 양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성인의 콩팥은 시간당 약 800~1000mL의 수분을 배설할 수 있습니다. 2L의 물을 하루에 여러 번 나눠 마시는 것은 콩팥에 무리를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예: 1시간 이내)에 2L를 한꺼번에 들이켜면 매우 위험합니다. 물 중독(급성 저나트륨혈증)을 일으켜 뇌부종이나 발작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Q3. 하루 2L를 마시면 건강에 좋다고 말할 수 있나요?
A3. 물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약이지만, 충분한 사람에게는 큰 이득이 없습니다. 평소 물을 너무 안 마셔 만성 탈수 상태인 사람이 2L 정도를 챙겨 마시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변비 예방, 피부 수분 공급, 요로결석 방지 등에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있는 사람이 억지로 물 양을 늘린다고 해서 노화가 방지되거나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는 과학적 근거는 부족합니다. 오히려 잦은 화장실 방문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등 불편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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