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장례식' 연 후 이웃 더 사랑하며 살죠
죽음, 맞이해야 하는것
살아있을때 마음 전해야
가족·지인 50여명 참석
음식값 100만원만 들어
사위 차인표가 모두 부담
26년 전 어머니 화장 선택
집마당엔 아내 봉안묘 설치

배우 신애라 씨의 부친 신영교 씨(89)는 삶과 죽음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실천해온 인물이다. 지난해 10월 '생전 장례식'(엔딩파티)을 직접 치르며 자신의 삶을 정리한 신씨는 이후 하루하루를 보다 소중하게 여기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그는 최근 경기도 남양주 산골 자택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죽음은 갑작스레 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맞이하는 것"이라며 "살아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와 마음을 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씨는 인터뷰 내내 아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2004년 위암으로 아내를 떠나보낸 뒤 남다른 장례 문화를 실행했다. 아내 봉안묘를 집 마당에 직접 만든 것이다. 지금도 매일같이 아내의 비석을 닦으면서 인사를 나눈다. 앞서 2000년 어머니가 노환으로 돌아가셨을 때도 그는 화장을 선택했다. 매장이 대부분이었던 당시에는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그는 "당시엔 생소했지만 매장보다 경제적이고 국가적으로도 의미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음대 중등교원양성소를 나온 그는 1960년대 동아방송에서 어린이 합창단 지휘자로 활동했다. 같은 대학 사범대를 졸업한 아내는 동아방송 공채 1기 PD였다. 그는 "당시 작곡한 곡인 '시이소오'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시작한 사업 실패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낚싯대 공장을 운영하다 크게 실패했고 생활이 어려워 가족과 별거까지 했던 시기도 있었다"며 "그때 아내가 많이 고생했다"고 말했다.
삶의 고비는 건강 문제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1983년 제가 먼저 위암으로 위 절제 수술을 받았다"며 "수술이 잘된 덕분인지 지금도 매일 직접 운전해 시내 헬스장에 다닐 정도로 건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위암 수술을 받은 아내는 이후 암이 재발하면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아내는 학구적이고 성실한 사람이었다"며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딸 신애라 씨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신애라는 하나님이 보낸 딸이라고 생각한다"며 "남을 위해 사는 것을 기쁘게 여기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그런 성향이 뚜렷했고 가족이 어려울 때도 함께 버텨준 고마운 존재"라고 말했다.
신씨가 생전 장례식을 결심한 계기는 '삶의 정리'였다. 그는 "90세가 가까워 오면서 급격한 몸의 노화를 실감했다"며 "기존 장례식보다 생전에 감사와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엔딩파티가 더 의미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행사는 가족과 가까운 지인 등 약 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소규모로 진행됐다. 그는 "가족에게 '너희가 있어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며 "생전 장례식의 본질은 감사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비용 역시 간소했다. 그는 "100만원 정도 든 음식 값이 전부였다"며 "사위인 배우 차인표 씨가 모두 부담했다"고 전했다. 신씨는 현재 장례 문화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수백~수천만 원이 드는 일반 장례식은 과시적 측면이 있다"며 "그 돈이 있다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20여 년 전부터 여러 기관에 꾸준히 기부해오고 있다.
생전 장례식을 치른 이후 삶에 대한 태도도 달라졌다. 그는 "이제는 모든 사람을 더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면서 "언제 죽을지 모르니 남에게 해가 되는 일은 하지 말자는 철학이 생겼다"고 밝혔다.
노화와 죽음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앞으로는 병이 발견되더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싶다"며 "잠든 듯 평온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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