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로컬맛집 덕에 KTX상권 '질주'… 5년새 매출 1조 쑥
매출 1위 상권 '울산 태화강역'
관광·접근성·동네맛집 3박자
2위 부전역 매출 5년새 55%↑
3위 대전역 성심당 효과 톡톡
단양역 인근 카페 인증샷 성지

KTX 태화강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큰 대나무 숲을 끼고 걸어가니 흐드러진 벚꽃 사이로 로컬 맛집과 카페가 줄지어 있었다. 최근 방문한 이 지역의 한 고깃집은 평일 이른 저녁 시간인데도 손님으로 붐볐다. 울산 대표 로컬 맛집인 이 식당의 지난해 매출은 38억2800만원으로 태화강역 주변 상권 중 1위를 기록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지역민은 "요즘 이곳은 외지인 방문이 늘고 있다"며 "국가정원 등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지역 맛집도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3일 상권 분석 서비스 오픈업에 따르면 비수도권 지역 KTX역 65곳의 반경 1㎞ 안에 있는 음식점·카페의 2020년 총매출이 1조8186억원에서 지난해 2조7613억원으로 52% 뛰었다. 5년 새 무려 1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최근 지방 상권 붕괴가 수년째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지만, 비수도권 KTX역 주변 일부 상권은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 상권은 KTX 교통 편의성을 기반으로 지역색을 갖춘 로컬 맛집과 카페 그리고 관광지 등이 어우러져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공통점을 갖추고 있다. 또 매출이 높은 지역일수록 젊은 층 소비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 KTX역 주변 상권 중 지난해 매출 1위를 차지한 곳은 태화강역 상권(3630억원)이었다. 2020년 매출 2480억원 대비 46% 증가한 규모다. 이 중 20·30대 매출액은 1664억원으로 46%를 차지했다. 2위인 부전역 상권은 매출이 2760억원으로 2020년 1781억원에 비해 55%나 늘었다. 20·30대 매출액은 1352억원으로 49%였다. 3위인 대전역 상권은 매출이 2522억원으로 2020년 1058억원에 비해 138%나 상승했다. 20·30대 매출은 1326억원으로 53%에 달했다.
태화강역 상권에서 지난해 매출 1위는 로컬 식당(고깃집)이었다. 2022년까지는 주변 프랜차이즈 식당에 매출이 밀렸지만, 2023년부터 1위로 올라섰다. 태화강역은 2024년 KTX역 개통으로 외부인 유입이 늘어난 것이 상권 확장에 큰 역할을 했다. KTX 개통 이전에는 서울에서 새마을호를 타면 약 5시간이 걸렸지만, 개통 후에는 3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인근에 태화강 국가정원, 강변 산책로, 십리대숲 코스 등 관광 자원도 풍부하다.
부전역은 부산의 중심 생활권과 맞닿아 있고 동해선·1호선 연계로 이동 인구도 많다. 돼지국밥 같은 로컬 음식이 다양하다 보니 상권 매출액 상위 5곳 중 4곳을 로컬 식당이 휩쓸었다.
대전역 상권은 전국 유명 제과점인 성심당이 압도적 1위를 기록하는 가운데 매출 상위 5곳 중 4곳이 역시 로컬 맛집이었다. 대전역은 서울역에서 1시간 내로 도착할 수 있고 중심 상권까지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 보니 젊은 세대의 소비가 늘고 있다.
이들 역 외에도 지난해 비수도권 KTX역 65곳 중 매출 1위를 기록한 곳이 로컬 식당인 역은 총 52곳에 달해 프랜차이즈보다는 로컬 식당이 매출을 견인하는 구조였다.
매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KTX역 상권도 예쁜 카페 등이 있는 지역은 젊은 세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충북 단양역은 2025년 식당 총매출 중 20·30대 비중이 25%였지만, 카페는 66%를 기록했다. 단양 남한강과 소백산 국립공원이 근처에 있고 강·계곡·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곳곳에 있어 젊은 감성을 자극하는 카페가 많은 점이 특징이다.
오픈업 관계자는 "과거 KTX역이 기차를 타기 전 잠시 머무는 곳이었다면, 현재 20·30대에게는 역 자체가 목적지가 되는 경우도 많다"며 "교통 편의성 외에도 젊은 감성을 자극하는 공간이 있는 곳은 젊은 층을 끌어모으는 '로컬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지역 소멸을 막고 로컬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KTX 상권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수도권은 출퇴근이나 통학 비중이 높은 반면 비수도권은 여행 목적이 커 방문한 김에 그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집 주변에서 자주 보던 프랜차이즈보다는 지역 맛집이나 체험 매장을 찾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KTX역을 단순한 정거장이 아닌 하나의 여행지로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지역 상권 소멸을 막을 수 있다"며 "정부의 지방 상권 부흥 지원 대책도 지역 특색을 가진 요식업종·소매점·서비스점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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