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20조 스포츠 제국' 일군…F1 산업의 설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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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전 세계 20여 개국을 순회하며 개최되는 F1(포뮬러 원)은 연간 누적 시청자 15억 명, 매년 20조 원의 가치를 창출하는 스포츠 비즈니스의 정점이다.
신간 <F1 더 포뮬러>는 폐쇄적인 '그들만의 리그'였던 F1이 어떻게 현대 스포츠 비즈니스의 지배적 모델로 우뚝 섰는지 그 70년의 궤적을 치밀하게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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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로빈슨, 조너선 클레그 지음
김동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432쪽│2만2000원

매년 전 세계 20여 개국을 순회하며 개최되는 F1(포뮬러 원)은 연간 누적 시청자 15억 명, 매년 20조 원의 가치를 창출하는 스포츠 비즈니스의 정점이다. 신간 <F1 더 포뮬러>는 폐쇄적인 ‘그들만의 리그’였던 F1이 어떻게 현대 스포츠 비즈니스의 지배적 모델로 우뚝 섰는지 그 70년의 궤적을 치밀하게 추적한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의 베테랑 기자인 두 저자는 트랙 위의 속도보다 ‘혁신의 속도’에 주목한다. 책은 현대 F1의 기틀을 닦은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기술의 한계를 시험했던 엔지니어 콜린 채프먼과 전통을 브랜드 신화로 승화시킨 엔초 페라리의 대립은 F1 초기 역사를 지탱하는 축이다.
특히 책이 주목하는 인물은 수십 년간 F1의 상업적 토대를 구축한 버니 에클스턴이다. 중고차 딜러 출신의 그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TV 중계권의 가치를 간파했다. 그는 각 팀과 서킷 주최 측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담배 자본을 끌어들여 현대적 스폰서십의 개념을 정립했다. 저자들은 에클스턴의 행보를 “스포츠 상업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쿠데타”라 평한다.
책은 F1이 가진 극적인 서사 또한 놓치지 않는다. 아일톤 세나와 알랭 프로스트가 벌였던 사투는 전설적인 라이벌전으로 기록되지만, 저자들은 그 이면의 공학적 계산과 정치적 암투까지 파헤친다.
F1을 뒤흔든 스캔들도 흥미롭다. 평범한 복사 가게에서 시작된 1억 달러 규모의 산업 스파이 사건, 승리를 위해 고의로 사고를 조작한 비리 등은 F1이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얼마나 치열한 정보전과 심리전의 장인지를 보여준다. 책은 이러한 요소조차 F1이라는 쇼를 구성하는 핵심 콘텐츠로 소비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포착한다.
최근 F1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게 된 배경에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F1, 본능의 질주’가 있다. 책은 이 지점을 F1 역사상 가장 영리한 ‘파괴적 혁신’으로 꼽는다. 새로운 소유주인 리버티 미디어는 “사람은 기계가 아닌 사람에게 끌린다”는 본질을 꿰뚫었다. 과거 에클스턴이 신비주의로 가치를 높였다면, 리버티 미디어는 드라이버들의 얼굴을 화면에 노출하고 그들의 사생활과 갈등을 중계에 녹여냈다.
차를 몰라도 비즈니스 관점에서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다. 저자들은 방대한 인터뷰와 조사를 바탕으로 위기 때마다 스스로를 재창조해온 F1의 생존 전략을 분석한다. “변화와 진화야말로 스포츠의 전부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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