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출렁이는 금값에 종로 귀금속거리 '썰렁'…거래도 뚝

윤채현 인턴기자 2026. 4. 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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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문의만 하고 돌아가는 손님이 많다"…일부 매장은 영업 마감 전 문 닫고 관망
[비즈한국]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귀금속거리. 낮 시간이지만 가게 안은 적막이 흘렀다. 일부 매장은 진열대를 천으로 덮은 채 불을 끄고 일찌감치 문을 닫았고 영업 마감시간인 오후 8시가 되기도 전에 철수한 곳도 있었다. 곳곳에서는 직원을 보내고 홀로 매장을 지키는 업주들의 모습도 이어졌다. 미국과 이란 전쟁 여파로 금값이 출렁이자 관망세가 짙어진 분위기다.
서울 종로구 귀금속거리의 한 상가가 손님 없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윤채현 인턴기자

미국과 이란 전쟁 이후 금값이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통상 전쟁이나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금과 같은 안전자산은 가격이 상승하고 위험자산은 급락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산 가격이 동시에 흔들리는 동반 약세 현상이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이 매수와 매도 모두를 미루는 추세다.

이곳에서 20년째 금은방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 A 씨는 한숨을 내쉬며 “금을 매입하는 손님이 작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 미국과 이란 전쟁 이후 금값이 떨어지긴 했는데 더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사는 사람도 없고, 지금 팔기엔 아깝다는 분위기라 거래 자체가 많이 없다”며 “매장 방문 기준으로 보면 손님이 거의 반토막 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인근 금거래소에서 근무하는 B 씨 역시 “작년 10월 금값 상승기에는 하루 매출이 10억 원에서 100억 원까지도 갔지만 지금은 다시 예년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금과 은 모두 수요가 빠지면서 하루 매출이 약 2억 원 수준으로 다시 내려왔다”고 덧붙였다.

이날 방문한 대부분의 가게에서 직원들은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손님을 응대하기 위해 분주했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간혹 손님이 가게 앞을 지나가면 점주가 눈짓으로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지만 실제로 발걸음이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서울 종로구 귀금속거리를 사람들이 지나치고 있다. 사진=윤채현 인턴기자

매장을 정리하고 있던 50대 점주 C 씨는 “예전에는 금값이 조금만 내려가도 바로 사겠다는 손님이 있었는데 요즘은 문의만 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하루 종일 거래가 한 건도 없는 날도 있다”고 털어놨다. 금값 변동성으로 고객 발길이 아예 끊겨버린 탓이다.

예물을 구매하러 온 손님만 간간이 상가로 들어섰다. 이곳에서 만난 30대 커플은 “결혼을 준비하면서 반지랑 목걸이를 보러 왔는데 지금 사는 게 맞는지 고민이 된다”며 “조금 더 돌아보다가 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실물 금 투자는 매도 시 양도소득세가 없어 상속·증여 등을 고려한 장기 투자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금 매입 후기나 거래 영상이 확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금값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 같은 수요도 관망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 금 가격은 1월 29일 온스당 5375.24달러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금값이 13% 이상 하락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던 2008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쟁을 둘러싼 발언이 나올 때마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금값 역시 단기간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금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장 과열을 유도했던 소매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단기 변동성 국면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성기 LS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전쟁이 장기화하면 실질금리 하락으로 금 가격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종전 시에는 미 국채 금리 하락에 따라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채현 인턴기자(writer@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