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로켓배송’의 대가는 누가 치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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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택배 위탁 대리점(영업점) 단가 협상 결과가 최근 속속 통보되고 있다.
통상 쿠팡은 연말마다 대리점들과 배송 단가 협상을 벌여 이듬해 1년간 적용할 가격을 정한다.
대리점은 이렇게 통보받은 원청 단가 안에서 일부를 수수료로 떼고 소속 기사들에게 배송 건당 대가를 지급한다.
쿠팡은 매년 배송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건당 단가를 일부 낮추더라도 기사들이 가져가는 몫은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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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택배 위탁 대리점(영업점) 단가 협상 결과가 최근 속속 통보되고 있다. 택배 노동자들이 소통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또 깎였다”, “이제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쌓인다.
쿠팡은 원청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각 지역 대리점(영업점)과 계약을 맺고, 각 대리점이 다시 배송 기사 인력을 모집해 운영한다. 통상 쿠팡은 연말마다 대리점들과 배송 단가 협상을 벌여 이듬해 1년간 적용할 가격을 정한다. 지난해 말 예정됐던 협상은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 운영과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태 등의 영향으로 잠정 보류됐고, 올해 5월까지는 기존 단가가 유지된다.
미뤄졌던 협상은 지난달 초 재개됐고, 최근 각 대리점에는 올해 6월부터 내년 5월까지 적용될 새 단가가 순차적으로 통보되고 있다. 형식은 협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본사가 조건을 먼저 제시하면 대리점이 이를 수용하는 구조에 가깝다. 대리점은 이렇게 통보받은 원청 단가 안에서 일부를 수수료로 떼고 소속 기사들에게 배송 건당 대가를 지급한다.
이런 구조 아래에서 원청 단가는 대체로 매년 조금씩 낮아져 왔다. 쿠팡 퀵플렉스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의 아파트 배송 수수료는 건당 평균 729.8원으로 전년보다 45.2원 하락했다. 배송 수수료 삭감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전체의 4분의 3 수준이었다.
쿠팡은 매년 배송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건당 단가를 일부 낮추더라도 기사들이 가져가는 몫은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권역별 배송 밀도와 난이도, 기사 한 명당 처리 가능 물량, 지역별 운영 여건이 다른 만큼 단가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매번 현실에 맞게 재산정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도 내세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설명을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물량이 늘어난 만큼 기사들의 노동 강도도 높아지고 있는 탓이다. 지난해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들의 하루 처리 평균 물량은 388건으로 전년보다 8.1%(29건) 늘었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1.1시간에 달했지만 식사·휴게 시간은 평균 23분에 그쳤다.
높아진 노동 강도는 산업재해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9월까지 쿠팡·쿠팡CFS·쿠팡CLS 3사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총 1만6938건이었다. 같은 기간 2위인 현대자동차(7427건)의 두 배를 웃돈다. 여기에는 CLS가 배송 위탁 계약을 맺은 대리점 소속 택배 기사들의 산재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있다.
택배 현장에서는 적어도 CJ대한통운·한진 등 기존 택배사처럼 원청 단가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원청이 대리점에 얼마를 지급하는지, 대리점이 어떤 기준으로 얼마를 가져가는지가 드러나야 매년 반복되는 단가 조정이 과연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뤄지는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조가 보이지 않는 한 현장의 불신과 갈등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쿠팡은 누구보다 빠른 배송을 일상으로 만든 기업으로 많은 소비자가 애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 빠름이 더 긴 노동시간과 더 큰 위험을 필요로 한다면, 혁신은 언젠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빠른 배송보다 중요한 것은, 그 속도를 떠받치는 사람들이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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