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부동산 승부수’ 통했지만…‘내 집 마련’ 꿈도 멀어졌다

오유진 기자 2026. 4. 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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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3구·용산은 약세 전환…서울 외곽 지역에선 ‘키 맞추기’ 돌입
청약도 증여의 장으로 변질…“강력한 규제, 실수요자까지 옥죈다”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Gemini 생성 이미지

"집값이 얼마나 오르든 어차피 강남 아파트는 오르지 못할 나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집을 사려고 보니 우리 동네가 오르고 있더라고요. 대출 규제도, 세금 부담도 부자들만의 사치스러운 고민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거죠."

12년 차 직장인인 김성희씨(여·가명)는 취업 후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해 월셋집을 전전하며 차곡차곡 자산을 모아왔다. 그는 5년 전인 2021년 처음 내 집 마련을 고민했지만, 당시 급등한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선뜻 매수에 나서지 못했다. 부동산 시장에도 상승기와 하락기가 있는 만큼 김씨는 다시 매수 적기가 찾아오리라 생각했다. 무리한 '영끌' 대신 전셋집을 택했던 이유다.

최근 김씨는 이재명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하락 전망까지 나오자 뒤늦게 내 집 마련 기회가 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거주지인 영등포구의 부동산 업소를 돌아보니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그는 "3억원대이던 아파트가 5억원대로, 6억원대이던 아파트가 10억원대로 뛰어 대출을 받아도 매입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며 "수요 억제 정책으로 투기 수요만 사라진 게 아니라, 내 집 마련의 꿈도 함께 멀어지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체감했다"고 말했다.

고강도 압박에 '부동산 불패 신화' 균열

이재명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은 천정부지로 치솟던 아파트값을 주춤하게 한 건 사실이다. 수년째 철옹성처럼 견고하던 부동산 불패 신화에 균열이 생겼다. 100주 연속 상승하던 강남의 고가 아파트가 줄지어 시장에 나오고, 시세보다 수억원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6·27,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갭투자를 틀어막고, 올해 들어서는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단칼에 종료하는 등 강력한 시장 조이기에 나섰다. 4월17일부터는 다주택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의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 연장도 제한될 예정이다.

여기에 사업자대출 부정 사용 적발,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시장에서는 고가 주택과 다주택자 중심의 하락 압력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참모들의 다주택 처분 움직임까지 맞물리면서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의 고강도 압박으로 강남 3구에선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2월 넷째 주(2월23일 기준)부터 마이너스로 전환해 한 달 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남 3구 아파트값이 동반 하락한 것은 2024년 3월 둘째 주 이후 100주 만이다. 집값 상승 폭이 컸던 용산구 역시 같은 기간 하락세로 돌아서며 4주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고가 아파트의 급매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대단지인 리센츠 전용 84㎡는 최근 30억5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11월 대비 15%(5억5000만원) 하락했으며,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전용 84㎡도 두 달 새 10% 넘게 하락하며 실거래가가 5억원 가까이 낮아졌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도 지난해 6월 고점 대비 13% 하락한 41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1년 치 상승분을 반납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월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다주택'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외곽 수요 몰리며 가격 '꿈틀'

부동산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사회초년생이나 저소득층, 무주택 실수요자가 주로 접근하는 서울 외곽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예상과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 금·관·구(금천구·관악구·구로구) 등 지난해 집값 상승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지역의 올해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1.86%로 지난해 같은 기간(-0.6%)과는 확연히 다르다. 먼저 오른 고가 아파트와의 가격 격차를 줄이는 이른바 '키 맞추기'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핵심 지역에 집중됐던 매수 수요가 서울 외곽과 경기도 일부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한계선만 점차 밀리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실수요자가 접근할 수 있었던 중저가 아파트마저 '그림의 떡'이 되어버렸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차곡차곡 자본을 모으고, 겨우 서울 입성을 꿈꿨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체감 집값이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는 의미다.

거래량 또한 그동안 집값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15억원 이하 아파트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2853건·직거래 제외) 중 86.7%는 15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였다. 규제상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인 6억원 범위 내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매물을 찾는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지난해 서울 중심 지역과 반대 흐름을 보였던 외곽 지역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키 맞추기'에 들어가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최근에는 임대차 시장 불안까지 겹치면서 전세 대신 매매를 택하는 수요까지 몰려 매수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렇다 보니 서울 외곽 지역에서 실거주할 집을 매수하려던 무주택자들은 큰 혼란에 휩싸였다. 내년 결혼을 앞둔 이지영씨(여·31)는 "지난해 부동산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서울 구로구와 금천구 일대 아파트 매수를 계획했는데, 집값이 순식간에 오르면서 시야를 경기도 부천시, 군포시로 넓혔다"며 "보금자리론 최대 한도인 6억원 내에서 집을 사려니 서울 내 아파트 매수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는데 무주택자로서는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실수요자 위한 '핀셋 정책' 병행해야

무주택자의 박탈감은 청약시장에서 한층 더 심화하고 있다. 통상 청약은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받을 수 있어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의 내 집 마련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분양가가 크게 오르고, 대출 문턱도 높아지면서 무주택 실수요자에겐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반면 현금 동원이 쉬운 고액 자산가에게는 경쟁이 완화된 새로운 증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MBC 탐사기획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최근 2년간 강남 3구 신혼부부 특별공급 당첨자의 자금 조달 내역을 전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당첨자 292명 중 56.1%가 부모의 증여·상속을 통해 분양 대금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가족의 지원 없이는 청약 특별공급조차 도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로 다주택을 보유한 고액 자산가들은 강화된 세금 규제에도 매도 대신 증여를 택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집값 조정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우상향할 것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 증여는 1286건으로 3년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향후 세금 부담이 더 커지고, 증여 요건 또한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예상해 자녀에게 재산을 넘기려는 움직임이 빨라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장의 부작용이 향후 부동산 규제가 확대될수록 극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대규모 공급을 통해 서울 아파트 수요를 분산하지 않는 한, 다주택자는 물론 실수요자까지 규제로 인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정책은 초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권을 겨냥했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실제 고통은 서울 외곽에서 생애 첫 집을 사려는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에게 더 크게 돌아가고 있다"며 "정부 기조가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방향으로 유지된다면 전월세 시장 불안과 중저가 아파트값 상승은 임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시장이 기대할 수 있는 해법은 대규모 공급 대책이나 신혼부부·무주택 실수요자를 겨냥한 핀셋 규제 완화다. 김 소장은 "일부 다주택자를 잡기 위한 규제가 시장 전체의 불안을 키워서는 안 된다"며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부작용이 현실화하기 전에, 시장 불안과 그로 인한 실수요자 피해를 먼저 세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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