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북적북적] 문재인 전 대통령, ‘책방지기’로 DMZ 찾다… “전쟁의 공포를 평화의 언어로 바꾸는 일, 문학의 역할 절실”
![DMZ세계문학페스타 책방기지로 나선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 김호이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3/552805-UDxyZm4/20260403153941499fzvw.jpg)
[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호이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3월28일 경기 파주시 아시아출판정보문화센터 지혜의숲에서 열린 'DMZ 세계문학페스타 2026' 현장에서 '책방지기'의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다.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평산책방 앞치마를 두르고 관람객과 소통했던 그는 약 10개월 만에 또 다시 도서 축제를 찾았다. 전 대통령이라는 공식 직함이 아닌 '책방지기 문재인'으로서 DMZ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문학인들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행보는 이번 행사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행사장 인근의 문발살롱에서 작가 정보라·정지아와 해외 초청 작가들이 참여한 차담회에 참석했다. 그는 대통령 재임 시절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배경을 회고하며, DMZ가 한국 현대사에서 갖는 상징성과 지속되는 과제를 차분히 풀어냈다.
"2017년까지 한반도는 전쟁의 공포가 가득했습니다. 그 두려움을 평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절박한 과제가 있었지요."
문 전 대통령은 회담 추진 과정의 긴장감을 설명하며, 정권이 바뀌어도 평화를 제도화하는 일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평화를 제도화하는 것은 아직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정부에게도 여전히 큰 과제일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며 DMZ가 지닌 양면성을 짚었다.
"DMZ는 세계에 단 하나뿐인 아주 특별한 공간입니다. 분단과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자, 동시에 생태의 복원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만약 한반도 평화가 정착된다면, 이곳은 놀라운 축복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행사에 함께한 작가들에게도 메시지를 남겼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갈등이 격화되는 지금, 문학이 해야 할 일을 다시 생각해 보자는 제안이었다.
"대통령님!" 환호성 속 북페어 방문… 평산책방 추천 책은 4·3 관련 도서
차담회에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사이에서'를 주제로 마련된 북페어 현장에서 평산책방 부스를 찾았다. 그가 행사장에 발걸음을 들인 순간,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보고 싶었어요!" "대통령님 사랑해요!" "사진 찍어주세요!"라는 관객들이 말이 들린 현장은 순식간에 인파가 몰렸고, 평산책방 부스는 가장 붐비는 '핫플'로 변했다.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보였던 그의 '인싸력'이 이번 행사에서도 유효했다. 문 전 대통령은 특유의 따뜻한 미소로 관람객에게 인사하고 책을 건네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곧 다가오는 제주 4·3 사건 78주기를 기리는 책을 소개하는 공간에서 직접 독자에게 도서를 추천하기도 했다.
그는 허영선 시인의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유수진 글·박건웅 그림의 『4·3 표류기』 등을 가리키며 "우리 책방에서도 4월 3일 추념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평산책방 말고 다른 부스들도 꼭 둘러봐 달라"며 동네책방과 독립출판 생태계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도서전의 주제가 평화라는 점이 무척 뜻깊습니다. 함께 응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약 1시간 동안 출판사·책방 관계자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관계자들은 "전직 대통령이 직접 왔다기보다, 한 명의 책을 사랑하는 독자가 와준 느낌이었다"고 평가했다.
문학·평화·DMZ… 전직 대통령의 새로운 '현장 정치'
문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꾸준히 책방지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장에서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려는 방식의 새로운 정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직접 책을 추천하고, 독자와 사진을 찍고, 작은 출판사와 책방을 소개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평화, 인권, 생명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DMZ 세계문학페스타에서의 행보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전쟁의 긴장과 평화의 희망이 공존하는 DMZ 한복판에서, 문학의 언어로 평화를 이야기한 문 전 대통령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행사장을 떠나는 그의 손에는 부스에서 받은 소책자와 관람객이 건넨 편지가 들려 있었다. 정치인이 아닌 독자로서,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시민으로서 DMZ를 찾은 그의 모습은, 이번 축제가 말하고자 한 '생명의 언어'와 자연스럽게 겹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