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년 만의 도전, 수백 명 뚫었지만…박성현 사인은 ‘내년으로’

김리원 2026. 4. 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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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골프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팬덤'을 꼽으라면 열에 아홉은 단연 박성현(33)을 외친다.

이번 대회는 박성현이 초청 선수로 나선다는 소식만으로도 일찌감치 들썩였다.

드디어 박성현이 9번 홀 그린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박성현은 2014년 투어 데뷔 후 단 3년 만에 10승을 휩쓸며 여자골프 붐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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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대회장 달군 팬클럽 300여 명… “경기력 위해 사인은 안 받는다”는 ‘남달라’의 철칙

한국 여자골프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팬덤’을 꼽으라면 열에 아홉은 단연 박성현(33)을 외친다. 성적을 넘어선 영향력, 그 특유의 카리스마는 필드 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만든다.

박성현이 1라운드를 마친 뒤 팬클럽 ‘남달라’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재경 PD
 
2일 경기 여주의 더 시에나 벨루토CC에서 개막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더 시에나 오픈. 

이번 대회는 박성현이 초청 선수로 나선다는 소식만으로도 일찌감치 들썩였다. 평일 목요일 1라운드임에도 아침 이슬이 채 가시기도 전부터 대회장은 박성현의 팬클럽인 ‘남달라’ 로고가 새겨진 굿즈를 장착한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기자에게도 이날은 특별했다. 사실 하나 고백하자면, 골프 기자가 된 순간부터 버킷리스트가 하나 있었다. 박성현 선수의 사인을 받는 것. 3년 전 국내 한 대회에서 도전했다가 보기 좋게 실패한 전적이 있다. 국내 출전이 거의 없는 박성현이기에 기회는 1년에 한두 번뿐. 이번에도 놓치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박성현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모자를 고르고 있다. 한재경 PD
 
전략은 치밀했다. 가방 속엔 박성현의 의류 후원사 로고가 선명한 새 모자를 챙겼다. “후원사 모자를 내밀면 조금 더 눈길을 주지 않을까” 하는 지극히 ‘기자적인’ 계산이 깔린 승부수였다.

대회장에 도착하자마자 박성현의 티타임부터 체크했다. 홀아웃 홀은 9번. 미리 알아뒀다.

더 시에나 오픈 1R 10번 홀. KLPGA
 
박성현의 조를 따라다니며 팬덤 규모를 다시 한 번 실감했다. 평일임에도 팬클럽 ‘남달라’ 회원 300여 명이 구름 갤러리를 이뤘다.
박성현의 티샷을 보기 위해 기자가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한재경 PD
팬들은 박성현의 샷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기자는 앞서가는 팬들과 함께 하기 위해 열심히 달렸다. 

2번 홀에서는 ‘남달라’ 회원들과 함께 공이 날아가는 방향인 언덕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박성현의 샷이 머리 위를 가르며 날아가는 순간,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9번 홀에서 박성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재경 PD
 
1라운드 막바지쯤, 기자는 슬며시 9번 홀 그린으로 향했다. 손에는 후원사 모자와 펜을 꼭 쥐고 있었다. 놓치면 다시 없을 기회였다.
9번 홀 그린 위에 선 박성현의 모습. 한재경 PD
 
드디어 박성현이 9번 홀 그린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파 퍼트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침착하게 마무리한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박성현의 마지막 퍼트가 홀컵으로 향하는 순간, 숨죽여 지켜보는 기자. 한재경 PD
 
팬들도 마지막 홀을 깔끔하게 끝냈다는 안도감에 사방에서 함성이 터졌다. 이날 박성현은 2언더파를 기록하며 공동 14위로 첫날을 마무리했다.
박성현과 팬클럽 ‘남달라’.
 
스코어카드를 내러 간 박성현을 기다렸다. 다만 경기력에 방해될까 조심스럽던 차에, 팬클럽으로부터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저희는 선수 경기 중엔 사인을 받지 않아요.” 팬클럽의 철칙이었다. 그 대신 박성현과 함께한 단체 사진으로 이날의 기억을 남겼다. 

내일(3일) 공식 사인회가 열린다는 소식도 덤으로 얻었다. 하지만 서울로 출근해야 할 기자에게 내일은 없었다.

3년 만의 도전은 이렇게 또 미뤄졌다. 하지만 씁쓸함보다 오히려 감탄이 앞섰다. 선수의 경기력을 위해 스스로 사인을 자제하는 팬덤이라니. 그 문화를 만들어낸 것도, 지켜가는 것도 모두 ‘남달라’였다.

박성현 더 시에나 오픈 1R. KLPGA
 
요즘 KLPGA 투어 현장의 인기는 대단하다. 갤러리석은 매 대회 빼곡하고, 사인 하나 받으려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그 흥행의 뿌리엔 박성현이 있다. 박성현은 2014년 투어 데뷔 후 단 3년 만에 10승을 휩쓸며 여자골프 붐을 일으켰다. 비록 최근 몇 년간 부진을 겪고 있었지만, 이번 대회 현장에서 느낀 건 한국 여자골프 흥행을 이끌어 온 그의 거대한 발자취였다. 

김리원 기자 rewonv@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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