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주우정式 내실경영 첫 성적표···흑자전환 속 미회수액 부담↑
수익성 위주 사업 선별→'빅배스' 후유증 극복
수주 41% 급감·현금흐름 악화···성장 의문부호

주우정 대표 체제 2년 차를 맞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체질 개선을 통해 경영 정상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2024년 초대형 '빅배스(Big Bath)'에 따른 손실 인식과 적자 전환 이후 불과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해 내실을 다졌다는 평가다. 다만 수주잔고가 크게 줄고 현금 흐름이 오히려 악화된 부분은 주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로 분석된다.
3일 현대엔지니어링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연결 매출 13조8965억원, 영업이익 277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1조2400억원에 달했던 사상 유례없는 영업손실을 극복하고 1년 만에 수익성을 정상 궤도로 돌려세운 것이다.
이 같은 실적 반전은 주 대표 취임 후 강도 높게 진행된 내실 경영과 선별 수주의 성과로 풀이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초부터 수익성이 낮은 프로젝트는 과감히 배제하고 이익률이 높은 사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왔다. 특히 플랜트·인프라 부문 매출 비중은 재작년 24.1%(3조5529억원)에서 지난해 34.6%(4조8095억원)로 급증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전반적인 실적 지표가 좋아졌지만, 세부적인 재무제표 곳곳에선 개선이 시급한 부분도 다수 확인된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현금흐름이다. 지난해 2950억원의 당기순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9871억원으로 전년(-1380억원)보다 오히려 현금 유출과 손실이 불어났다.
이는 공사를 마쳤으나 받지 못한 돈인 미청구공사채권(1조1383억원)과 매출채권(2조8562억원) 이 전년 대비 각각 4477억원, 299억원씩 증가한 결과다. 작년 말 기준 총 4조원에 육박하는 미회수 자금이 현금 유동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용도를 AA-로 유지하면서도 '부정적' 전망을 굳이 붙이는 이유는 바로 이점 때문이다.
미래 매출을 가늠하는 수주잔고가 크게 줄고 있지만 새로운 일감 확보가 크게 더딘 부분도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해 신규 수주는 7조895억원으로 전년(12조20억원) 대비 40.9% 급감했다. 수주잔고 역시 24조6761억원으로 전년(34조8247억원)보다 29.1% 쪼그라들었다.
특히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플랜트 부문 신규 수주가 70% 이상 급감했다. 작년 초 발생한 서울-세종 고속도로 현장 붕괴 사고 후 사고 수습과 내부 정비 과정에서 신규 사업 추진과 비용 집행이 지연된 점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의 연간 매출 기준으로, 현재 확보된 수주 잔액으로는 향후 2~3년은 버틸 수 있으나, 수주 가뭄이 이어질 경우 몇 년 뒤 급격한 외형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회사 측은 중장기적인 성장성을 중심에 두고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은 단순한 시공을 넘어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수소, 탄소포집(CCUS), 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 비중을 높이고 있고 데이터센터와 배터리 공장 등 성장세에 있는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을 내놨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정비사업 수주 복귀에 대한 공감대가 있지만, 경영진이 안전과 품질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어 신중한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며 "에너지 사업부에서 그간 축적한 글로벌 수행 역량에 기술력을 결합해 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에서 핵심 기업으로 도약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권한일 기자 kw@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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