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으로 ‘기적’ 써 내려간 우리카드와 박철우 대행 “무모하리만큼 확신·자신감 부여, 내 이름은 최소한으로”[SS현장]

박준범 2026. 4. 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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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박철우 감독 대행이 지난달 31일 서울 한 카페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박준범기자


[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속은 쓰리지만 우리카드와 박철우 감독 대행은 ‘기적’ 같은 이야기를 써 내려왔다.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 대행은 여전히 현대캐피탈과 플레이오프(PO)가 잊히지 않는다. “아직 속이 쓰리다”라고 말문을 연 박 대행은 “선수들에게 티 내지 않으려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처음인데 PO까지 올라간 건 열심히 한 것 같아 70점을 주고 싶다”라며 “단기전에서 승기를 잡은 상황에서 놓친 건 전적으로 나에게 책임이 있다”고 돌아봤다.

박 대행뿐 아니라 한태준을 비롯해 알리, 아라우조도 PO 2차전 패배 이후 눈물을 보였다. 박 대행은 “속상해하지 말고 나중에 우승하고 울자고 했다. 눈물 아껴두고, 이 분한 마음을 갖고 훈련 더 열심히 해서 다음을 노려보자고 했다”고 비하인드를 얘기했다.

박 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건 그야말로 갑작스러웠다.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놨고, 그에게 큰 책임감이 다가왔다. 박 대행은 “솔직히 지도자로서 목숨 걸고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성적을 내지 못하고 실패했을 때 프로에서 감독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라고 부임할 때 마음가짐을 말했다.

박 대행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마냥 달래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남은 시즌은 어쨌든 우리가 해야 하는 상황이고, 그만할 수도 없다”라며 “내가 원하는 플레이를 명확하게 설명했고, 확실한 지침을 줬다. 어쩔 수 없이 강하게 밀어붙였고, 이후에는 ‘잘한다’는 얘기만 했다”고 미소 지었다.

박철우(오른쪽에서 첫 번째) 감독 대행이 KB손해보험과 준PO에서 승리한 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사진 | 한국배구연맹


특히 초기에는 웜업존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경쟁 심리를 유발했다. 박 대행은 “전체적으로 선수를 많이 쓰면서 ‘나도 뛸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원했다”라며 “후반부에는 교체 선수들에게는 미안했지만 가장 안정적인 전력으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전 위주로 기용하고 정말 필요한 선수들만 기용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우리카드는 후반기를 뜨겁게 달궜다. 박 대행의 부임 후 치른 정규리그 18경기에서 14승4패를 거뒀다. 5~6라운드에서 모두 5승1패를 거둬 봄 배구 막차 티켓을 따냈다. 이어진 준PO에서는 KB손해보험을 꺾고 ‘업셋’에도 성공했다.

박 대행은 “막연한 자신감을 주고 싶었다. 무모하리만큼 확신을 많이 부여하려고 했다. 그래서 선수들도 속는 셈 치고 따라왔던 것 같다. 결국 내가 말해도 선수들이 마음을 열고 따라와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솔직하게 우리카드 전력이 충분히 강하고, 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길 수 있다’는 얘기를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진 | 한국배구연맹


터닝포인트는 5라운드 현대캐피탈전 승리였다. 박 대행은 “확실히 변곡점이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 선수들이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라며 “선수들도 그 시점부터 팀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 그래서 상승세를 타고 할 수 있다는 생각과 확신을 가졌다고 말해줬다”고 돌아봤다.

덕분에 박철우 ‘매직’이라는 수식어도 생겼다. “지워버리고 싶었다. 민망해하는 스타일”이라고 웃은 박 대행은 “감사한 일이지만 선수가 잘했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한데 자꾸 내 이름이 나오는 게 그랬다. 내 이름은 최소한 안 보였으면 했다. 항상 얘기하지만 우리는 선수가 있어야 존재하는 존재다. 보이지 않는 존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자기 생각을 말했다.

박 대행은 함께한 이강원 코치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박 대행은 “5할 이상이 이 코치의 지분이다. 그만큼 나를 많이 지지해주고 도와주고 조언도 해줬다”라며 “팔꿈치가 좋지 않은데도 공을 워낙 많이 때렸다. 서로 의지도 하게 됐다. 매우 가까워진 계기가 된 것 같다. 이 코치뿐 아니라 스태프들에게 모두 고맙다”고 강조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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