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시장 99% ‘달러’…‘입법 공백’ 갇힌 K-코인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6. 4. 3. 13:2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 99%가 달러 기반
“제도 논의 넘어 기술 설계 시급”
샌드박스로 B2B결제 등 실험해야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계층별 작동 구조. 컴플라이언스부터 인프라까지 4개 레이어로 구성된다. [자료 = 타이거리서치]
지난 1년간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 논의가 발행 주체, 준비자산 요건, 감독 권한 등 규제 방향 위주로 공회전을 반복하며 ‘입법 공백’이 길어지자 이제 ‘누가 발행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게 할지’를 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상자산 업계 전반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웹3 전문 리서치사 타이거리서치는 2일 보고서를 통해 지난 1년간 발행 주체와 준비자산 요건 등 규제적 방향성에 머물렀던 논의를 실제 작동 가능한 기술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2025년 7월부터 2026년 2월까지 국회와 학계에서 7차례 이상의 주요 토론회가 열렸지만 논의는 주로 규제 요소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 ‘대선 공약’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기정사실’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주요 세미나 현황. [자료 = 타이거리서치]
지난 대선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공약으로 공식화된 이후 국회에 8건 이상의 관련 법안이 제출됐고 발행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업계가 머뭇거리는 사이 시장 판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25년 7월 기준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약 2585억달러로 5년 전보다 22배 이상 성장했다. 그중 99.7%가 달러에 연동된 형태다.

올해 들어 시장 규모는 더욱 불어났다. 지난 3월 21일 기준 스테이블코인 총 시가총액은 3160억달러에 달했으며, 테더(USDT)가 58.25%의 점유율로 1841억달러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달러 코인의 글로벌 독주 속에서 국내 시장은 이미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지배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가 머뭇거리는 동안 국내 5대 거래소 거래대금은 57조원을 기록했지만 늘어난 거래대금의 상당 부분은 USDT·USDC 등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경유하는 구조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상환 프로세스. [자료 = 타이거리서치]
타이거리서치 보고서가 지적하는 핵심은 논의 과정 자체의 공백이다. 1년간의 국회에서 진행된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는 발행 주체, 감독 권한, 리스크 경고라는 세 축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작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는 단 한 번도 공식 의제에 오르지 않았다.

입법 전선도 혼전 양상이다.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6개 법안 모두 “단일 법정통화 가치에 연동되어 안정적 가치를 유지하고 지급에 사용될 수 있는 디지털자산”이라는 정의를 공유하지만 발행 주체인 ‘은행 중심(50%+1주) 컨소시엄’에 우선 허용 여부를 놓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타이거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6가지 핵심 설계 요건을 제시했다. 네트워크 인프라 측면에서는 L1과 L2 구조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L1은 빠른 발행에, L2는 규제 통제와 발행사의 커스텀 브랜딩에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시스템 설계에서는 내부자 단독 실행 방지를 위한 역할 기반 권한 분리(RBAC)와 다자 서명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컴플라이언스 내재화도 핵심 요소다. 불법 자금이 시스템에 유입될 경우 신원 확인, 온체인 자금 추적, 의심 거래 즉시 동결이라는 3단계 구조로 차단이 이뤄지는 방식을 제시했다.

◆ 기본법 통과돼도 시행은 2027년 이후…“샌드박스 먼저”
참여 주체별 규제 및 실행 책임 배분도. [자료 = 타이거리서치]
지난달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이 상정 조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선 올해 하반기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고 가정해도 시행령, 시행규칙, 운용 가이드라인 등 후속 논의에 1년 가량이 소요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인가 과정도 빨라야 6개월이 더 필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시행 시점은 이르면 2027년 하반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온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한 선(先) 실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샌드박스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빠르게 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앞서 민주당 디지털자산TF 소속 안도걸 의원도 “상반기 중이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부분적으로 시범 도입하는 규제 샌드박스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 제기가 많았다”고 밝힌 바 있다..

타이거리서치는 “규제는 허용·금지를 결정하지만 기술은 그것이 어떻게 작동할지를 결정한다”며 “규제 논의가 기술 설계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