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의 차이나 탐구 | [르포] 베이징 휴머노이드 생산 기지 | 100분 주행 거뜬… ‘로봇 마라톤 우승’ 톈궁, 이렇게 만든다

베이징=이은영 조선비즈 특파원 2026. 4. 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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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톈궁’ 생산 현장 방문
물류는 100% 자동, 조립은 사람이
하루 8대 생산 한계…자동화 추진
몸체 조립이 완료된 톈궁이 검수를 위해 매달려 있다. /사진 이은영 기자

“척척척척 척척척척…”

3월 20일 오후, 중국 베이징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산업 거점 ‘이좡(亦莊) 경제기술개발구’의 한 생산 기지에 들어서자 성인 남성 크기의 휴머노이드 두 대가 육중하고 규칙적인 발소리를 내며 러닝머신 위를 걷고 있었다. 지난해 베이징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해 화제가 된 베이징 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의 ‘톈궁(天工)’ 시리즈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혁신센터 산하 ‘중간시험 검증 플랫폼(中試驗證平台)’으로 휴머노이드 시범 생산부터 대규모 양산까지 지원한다. 총 9700㎡(약 3000평), 6층 규모로 연간 최대 5000대까지 생산 가능하다. 이 생산 시설은 다른 산업체와 대학, 연구 기관 등에도 개방돼 있다. △시제품 제작 △성능 검증 △공정 최적화 △기능 모듈 조정·조립 △완제품 조립 △테스트 검증 등 6대 기능을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이곳은 연구개발 단계의 휴머노이드를 실제 양산으로 연결하는 중간 단계 인프라로, 중국이 휴머노이드 산업에서 상용화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집중 투자하고 있는 영역이다.

이날 현장에선 혁신센터가 개발한 이족 보행 휴머노이드 톈궁 시리즈와 바퀴형 휴머노이드 ‘톈이(天軼)’ 생산이 한창이었다. 대형 부품 생산과 기초적인 뼈대 조립은 외부에서 하고 팔다리, 몸통의 세부 조립과 최종 조립이 이곳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중국 부품 제조 업체와 협력해 생산

3층 생산 라인의 성능 검증 구역에 이르자, 로봇 다리 여러 개가 장비에 고정된 채 공중에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다리가 지면에서 떨어진 상태로 고관절과 무릎을 굽혔다 펴며 내구성과 성능을 점검받고 있었다. 옆 구역으로 이동하자, 이제 막 조립을 마치고 성능 검증을 앞둔 로봇 팔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부품 수급과 관련해 “톈궁·톈이는 국내 부품 제조 업체와 협력해 생산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 칩 등은 수입산에 일부 의존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팔다리와 몸통 등 각 부품이 조립되고 검증을 통과하면, 하나의 몸체로 통합 조립된다. 이후엔 영점 보정 공정을 거친다. 영점 보정은 제품 간 오차를 제거하기 위해 센서 기준값과 관절 위치 기준 등을 맞추는 공정을 말한다. 이후 외관 검수를 거치면 최종 완성된다. 실제로 생산 라인 한편에 설치된 천장 레일에는 조립이 끝난 완제품이 줄줄이 매달린 채 외관 검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후 완제품은 2층 테스트 검증 라인으로 옮겨진다.

2층 테스트 검증 라인에 이르자 러닝머신 위 톈궁 두 대가 눈에 띄었다. 한 대는 느리게 걷고 있었고 한 대는 좁은 보폭으로 달리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이 테스트는 총 50분으로, 30분 동안 달린 다음 20분 동안 걷게 한다. 안정성을 가장 중점적으로 보고, 혹시 나사가 풀리거나 헐거워지지 않는지 여부도 검증한다”며 “이는 두 차례 진행돼 총 100분 동안 이뤄진다”고 했다.

베이징 생산 기지 1층 물류창고의 무인 운반차 (AGV)가 자재를 운반하고 있다. /사진 이은영 기자

부품·자재 창고에선 인간의 판단 배제

바로 옆 구역에선 네모 칸 안에서 제자리걸음 중인 톈궁 두 대가 보였다. 제자리걸음 시 좌우 편차가 50㎝를 넘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정확도를 확인받아야 러닝머신 위에 올라 지구력을 시험할 수 있다.

2~3층에서 이뤄진 조립, 검사, 성능 검증 등 과정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자동화 공정은 주로 물류 공정에 집중돼 있었다. 이곳 1층엔 생산에 쓰이는 부품과 자재를 관리하는 물류창고가 있는데 이곳에선 사람의 판단이 개입하지 않는다. 자동화 시스템이 생산 라인에서 현재 어떤 자재가 필요한지 판단해 창고에 지시를 내리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무인운반차(AGV)가 이를 가져와 인근 작업자에게 전달한다. 작업자는 바구니에서 자재를 꺼내 옮기기만 하면 된다. 현장 관계자는 “자동화 시스템의 정확도는 99% 이상”이라고 했다.

베이징 생산 기지 3층에서 톈궁이 수작업으로 조립되고 있다. /사진 이은영 기자

향후 혁신센터는 테스트 과정 역시 자동화에 나설 계획이다. 지금은 수동 과정이 많아 조립부터 최종 출하까지 약 이틀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640개 항목을 점검하며, 완제품 테스트에는 장장 8시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하루 생산량은 8대에 그치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향후 완성될 자동화 테스트는 생산시간을 크게 단축할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생산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Plus Point
올해도 열리는 로봇 마라톤, 인간 세계기록에 도전한다

4월 19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휴머노이드 하프 마라톤을 앞두고, 이번 대회 우승 기록이 인간 세계기록에 근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3월 23일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이번 대회는 각지에서 온 대학 및 기업 20여 개 팀이 참가한다. 코스는 평지뿐만 아니라 자갈길, 잔디, 경사로, 요철 구간 등 다양한 환경으로 구성된다.

2025년 제1회 대회 우승을 차지한 톈궁은 이번에도 우승 메달을 노린다. 톈궁은 지난해 2시간 40분 42초의 기록으로 우승해 인간 아마추어 선수 수준의 성능을 보였다. 톈궁의 당시 최고 주행 속도는 시속 6㎞였는데, 현재는 두 배인 시속 12㎞까지 올라온 것으로 전해진다.

톈궁뿐만 아니라 다른 참가 기종도 눈에 띄는 속도 향상을 이뤄, 이번 대회에선 인간 세계기록에 가까운 기록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혁신센터의 탕젠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일부 경쟁력 있는 팀은 ‘인간 세계기록(57분 20초) 도전’을 목표로 설정해 ‘1시간 내외’가 각 팀의 목표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앞서 유니트리(Unitree·宇树科技)의 왕싱싱 창업자도 “올해 중반쯤이면 전 세계, 특히 중국의 휴머노이드가 인간보다 더 빠르게 달릴 것이다. 100m 달리기 속도가 10초 이내, 우사인 볼트보다 더 빠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대회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자율주행이다. 지난해에는 원격조종 로봇과 자율주행 로봇이 함께 경쟁했지만, 올해는 자율주행 부문이 별도로 신설된다. 해당 부문 로봇은 전자 지도를 기반으로 스스로 환경을 인식하고 경로를 설정하며 실시간으로 판단해 주행해야 한다. 제일재경은 “‘사람이 이끄는 방식’에서 ‘완전 자율주행’으로의 전환은 결국 다양한 환경에서 휴머노이드의 인식 능력과 실시간 의사 결정 능력 등을 시험하는 것으로, 기술적으로는 자율주행차와 매우 유사한 구조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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