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M] 경복궁에서 도산서원까지…‘동양의 산티아고’로 거듭날 퇴계선생의 마지막 귀향길

이승연 시티라이프 기자(lee.seungyeon@mk.co.kr) 2026. 4. 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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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 봄꽃이 만개한 서울 경복궁 만춘전 앞에서 제6회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행사’가 개막했다. ‘퇴계의 길 미래를 열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250여 명의 재현단이 서울 경복궁을 출발해 경기도, 강원도, 경북, 안동 도산서원까지 퇴계선생의 마지막 귀향길로 기록된 약 700리(270km)의 길을 14일간 걷는 대장정을 펼칠 예정이다. 도시와 자연을 오가며, 문화와 예술을 체험하는 퇴계선생의 마지막 귀향길을 통해 이곳이 ‘동양의 산티아고’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사진 경북문화재단)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인기와 함께 역사적 배경이 되는 지역 명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며, 지역 향토를 배경으로 한 여행·문화 탐방 프로그램이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벌써 6회째를 맞이한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행사’ 역시 마찬가지다. 해당 프로그램은 1569년(선조 2년) 봄,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이 한양에서 고향인 안동 도산으로 내려오는 귀향길을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재현단)과 함께 재현함으로써 그의 정신과 지혜를 되새기고자 마련되었다.

이황은 마지막 귀향 당시, 한양에서 충주까지 배를 타고 남한강을 거슬러 올라갔고, 충주에서 안동 도산까지는 말을 타고 육로로 갔다고 알려져 있다.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행사’에선 그의 발자취를 따라서 남한강 강변길과 죽령옛길 등으로 풍광이 빼어난 길을 걷게 된다. 서울 경복궁에서 출발해 경기도 남양주-양평-강원도 원주-충북 충주-제천-단양-죽령-안동 도산서원에 도착하는 여정(3월 30일~4월 12일)으로, 재현단은 하루 평균 20km 정도씩 퇴계선생이 걸었던 길을 따라 역사 유적 및 문화관광자원 등을 체험하게 된다.

퇴계 귀향길 재현 코스(경북문화재단 제공)
특히 여정 12일 차(4월 10일)에 영주 풍기관아를 거쳐 이산서원을 지나는 구간은 최근 1,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화제가 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주요 배경지 중 하나인 ‘금성대군 신단’과 ‘피끝마을’이 인근에 있어 참가자들에게 역사적 가치를 되새기는 동시에 대장정의 색다른 재미가 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14일간 참가자들은 서울 봉은사, 남양주 다산 유적지, 여주 기천서원, 안동 노송정 등 각 지역의 인문·문화 유산을 체험하고, 봉은사, 충주 관아공원, 제천 한벽루, 영주 이산서원 등에서 진행되는 강연 및 연극을 통해 퇴계선생의 인품과 학문, 철학을 몸소 느끼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올해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행사’의 경우 약 250여 명이 참가해, 지난 2024년 행사(80명) 때보다 대폭 확대됐다. 최연소 참가자는 2016년생 11세(초4)이며, 최고령 참가자는 1942년생 85세로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참가자들이 14일간 힘찬 걸음을 내디딘다.

나이, 지역 넘나드는 참가자들…균형 발전의 토대 기대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 행사’ 개막식 현장(사진 이승연 기자)
조선 시대 최고의 성리학자로 불리던 퇴계 이황은, 지역발전과 후학 양성을 위해 1569년 고향인 안동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그는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을 만들려면 사람다운 사람을 키워내야 한다”는 신념으로, 도산서원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뿐만 아니라 퇴계선생은 송대(宋代)의 선진 농업 기술인 ‘강남농법’과 저수지(복도소) 축조와 천방(川防) 기술 보급을 통한 농업 생산성 향상을 통해 향촌 사회의 경제적 기반을 닦았다. 이처럼 퇴계선생의 ‘서원(書院) 운동’은 지방의 교육혁신과 인재 양성을 통해, 인구 증가 및 경제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혁신적인 ‘지역발전 선순환 모델’ 중 하나로 평가된다.

지난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행사’ 사진(제공 경북문화재단)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행사’는 단순한 트레킹을 넘어 퇴계선생이 걸었던 길을 함께 걸음으로써 그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우리 국토와 지역문화의 가치를 다시금 재발견하는 시간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올해 행사의 경우 지난 2024년 행사 규모보다 3배 정도 늘어난 250여 명의 참가자가 함께 한다.

이번 행사 시작에 앞서 지난 3월 30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언론 간담회에 참석한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은 “퇴계선생의 말에 다시금 관심을 가지고 그의 길을 따라가는 건 참여자에겐 생생한 체험이, 국민들에겐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270km의 아름다운 길엔 역사와 문화가 오롯이 담겨 있는 곳이 많다. 올해는 80대부터 10대까지, 250명 규모의 인원이 함께 움직이며 퇴계 선생의 삶을 되새길 것으로 보인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경상북도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퇴계선생이 걸었던 길을 ‘동양의 산티아고’로 브랜드화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문학적 문화콘텐츠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경북문화재단, 이승연]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25호(26.04.1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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