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하루하루가 꿈…풀코스 도전해 희망 전하는 삶 살고 싶어요”
2020년 근육긴장이상증 발병으로 작년까지 투병
최근엔 건강 되찾아 10㎞ ‘페이스 메이커’로 활약
“기업·학교 강연서 사람들에게 희망 전할 때 뿌듯”
최근 러닝 열풍엔 “안전 생각해 무리 않고 즐기길”

“정말 아팠을 때는 ‘내가 앞으로 다시 뛸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제발 30분 만이라도 뛸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기도 했죠. 그것조차 꿈같은 일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그 꿈같은 일을 매일 해내고 있어요. 하루하루가 늘 행복하고, 새로운 삶을 사는 기분이에요.”
이봉주는 최근 경기 화성의 반월체육센터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제 80% 정도 건강을 회복했다”며 “다시 마라톤 풀코스를 뛸 수 있는 몸을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당신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주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봉주 이름 앞에는 ‘국민 마라토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그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과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2연패를 달성했고 2001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정상에도 섰다. 2009년에는 체육인 최고 훈장인 청룡장을 수상했다. 2020년 도쿄 국제 마라톤에서 이봉주가 세운 한국 신기록(2시간 7분 20초)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2009년 은퇴 후에도 한국 마라톤의 발전을 위해 달리던 이봉주가 2020년 갑작스럽게 멈춰섰다. 어느 날 찾아온 희귀 질환인 근육긴장 이상증 때문이었다. 그는 “근육이 수축 되고 뒤틀리면서 몸이 점점 굽어갔고, 허리를 펼 수조차 없었다”며 “매일 수십 킬로미터를 뛰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휠체어 신세가 됐다. 정말 죽을 것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그는 “매일 아내가 해준 마사지와 의료진의 도움, 꾸준한 재활 덕분에 지난해부터 건강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역시 그는 아침 일찍 용인, 화성, 수원 3개 도시를 잇는 10여 ㎞ 코스를 달리고 인터뷰에 나설 만큼 눈에 띄게 건강을 회복한 모습이었다.

이봉주는 지난달 8일 열린 ‘부천국제 10㎞ 로드레이스’에 생애 처음으로 페이스 메이커로 나서기도 했다. 근육긴장 이상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때 팬들이 그의 쾌유를 기원하며 마련해준 ‘이봉주 쾌유 기원 마라톤’ 행사에 대한 보답의 의미였다. 그는 “당시 등이 심하게 굽어 400m 트랙을 간신히 세 바퀴 정도 뛰었는데 그때 많은 힘을 얻었다”며 “이번엔 제가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서 처음으로 10㎞ 페이스 메이커에 도전했다”고 했다. 이어 “제가 힘을 드리고 싶어서 참가한 건데 오히려 많은 분들이 제 건강을 걱정하며 응원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몰랐다”며 웃었다. 이 대회에서 이봉주는 10㎞를 48분대 기록으로 완주했다.

최근 이봉주는 사람들 앞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날이 많아졌다. 기업과 학교에서 초청을 받아 특강에 나서고 있기 때문. 그는 “평발과 짝발이라는 핸디캡을 안고도 세계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경험을 통해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려고 한다”며 “희귀 질환으로 50m도 걷지 못하던 제가, 마라톤을 할 때처럼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다시 건강을 회복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럼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나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고 한다. 그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힘줘 말했다.
국내 러닝 인구 1000만 시대다. 거세게 불고 있는 마라톤 열풍에 대해 ‘국민 마라토너’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봉주는 “평생 마라톤을 해온 사람으로서 이런 흐름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마라톤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나 좋은 운동”이라면서도 “마라톤 대회도 많아지고 러닝 인구도 크게 늘었지만, 무엇보다 안전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기록에 대한 욕심을 앞세우기보다 무리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즐기면서 마라톤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시 신발 끈을 조여맨 그의 꿈은 뭘까. 바로 마라톤 재단을 설립하는 것이다. 이봉주는 “마라톤 재단을 만들어 어려운 환경에서 훈련하는 후배들을 돕고, 그들의 꿈을 지켜주고 싶다”며 “최근 마라톤 선수층이 점점 얇아지고 있는 만큼, 재단을 통해 어린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싶다. 후배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문영 기자 my.j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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