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품, 정품 재현도 98%…눈으로 봐선 모릅니다” [짝퉁과의 전쟁 ⑤]
정품 같던 모조품, XRF 성분 분석기서 판별
“中 조직적 제조…국내도 정밀 위조기기 반입”
“검수 카테고리 확대…AI 학습 정밀도 제고”
![김재군 번개장터 검수센터 본부장이 최근 서울 성수동 번개장터 검수센터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며 고배율 현미경으로 정·가품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번개장터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3/ned/20260403102546987wdsc.jpg)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두 제품 중 어떤 게 진품인 지 알아보시겠어요?”
최근 서울 성수동 번개장터 제1검수센터에서 만난 김재군 본부장이 기자에게 셀린느(CELINE)의 트리옹프 캔버스 버킷백 2개를 내밀었다. 휴대용 현미경으로 브랜드 로고와 부자재 각인 등을 샅샅이 살펴보며 비교했지만, 도저히 차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
구분에 애를 먹자 김 본부장은 옆에 있던 ‘XRF(X선 형광) 비파괴 성분 분석기’에 금속 부자재 부분을 넣었다. 10초 가까이 스캔이 진행된 뒤 분석기 상단 화면에 그래프가 떴다. Ti(티타늄), Au(금), Mo(몰리브덴) 등 금속 성분들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볼 수 있었다. 번개장터는 특허 출원한 XRF 비파괴 분석 기술을 검수에 활용하고 있다.
그는 “캔버스 PVC, 가죽 등 소재는 거의 정품과 똑같이 따라왔지만, 금속 부자재엔 여전히 차이가 있다”며 “변색이 잘 되는 브라스는 도색 방지제 코팅을 해주고 그 위에 많은 처리가 필요한데, 가품은 거의 1만원 이하 단가로 제작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연간 8만건 이상의 검수가 이뤄지는 번개장터 검수센터를 이끌고 있다. 명품 검수만 약 5만건이고, 이 중 오차는 단 4건으로 사실상 오차율은 ‘제로’ 수준이다. 검수사의 1차 의심→고배율 현미경→과학 분석 데이터 교차 검증의 다단계 과정을 통해 내부 검수 정확도를 99.99%로 끌어올렸다. 최종 단계인 AI(인공지능) 인텔리전스에선 27만건 이상 실물 데이터로 학습된 딥러닝 모델이 최대 18단계, 154개 세부 항목을 점검해 위조 패턴을 탐지한다.
최근 그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주얼리다. 가방 중심이던 명품 수요가 주얼리로 이동한 데다, 금 시세 상승에 따른 위조 마진 확대로 주얼리 가품이 폭증했다. 산업 현장에서 쓰이던 CNC 정밀 가공 장비가 도입되며 0.1㎜도 안 되는 미세한 부분까지 정품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김 본부장은 “과거에는 로고만 대충 찍어내는 저급 모조품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CNC 정밀 가공, 3D 스캔 기술을 통해 정품의 로고 형태·크기는 물론, 주얼리 주물 캐스팅 방식까지 완벽하게 모방한다”며 “소재의 성분 비율, 미세구조까지 정밀하게 재현하며 정품 재현도가 98% 수준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혀를 내두를 만큼 정교한 위조품도 있었다. 번개장터에서도 위조 의심 사례가 가장 많은 까르띠에의 러브 브레이슬릿이었다. XRF 비파괴 성분 분석에서도 금 함량이 정품과 동일하게 나왔지만, 고배율 현미경을 활용한 정밀 검수 과정에서 나사부 마감, 폰트 완성도에서 미흡함이 확인돼 가품 판정을 내렸다.
그가 인터뷰 중 보여준 태그호이어 시계 모조품 역시 고배율 현미경을 통해서만 내부 프린팅 불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샤넬의 코코크러시링, 다미아니 벨 에포크 크로스 펜던트 등 제품은 다이아몬드 판별기를 통해 천연인지, 랩그로운인지를 판별했다.
![김재군 번개장터 검수센터 본부장이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셀린느 가방 정·가품 판정을 위해 금속 부자재를 XRF 비파괴 성분 분석기에 넣고 있다. [번개장터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3/ned/20260403102547348vmmi.jpg)
김 본부장은 모조품의 근원지로 중국 남부 광저우시를 지목했다. 그는 “업계 전반의 분석과 저희 현장 경험을 종합하면, 고품질 위조품의 상당수가 광저우 일대에서 조직적으로 제조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정품 제조 공장 출신 기술자가 참여하는, 이른바 ‘하이엔드 위조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정황도 있다”고 했다.
국내도 모조품을 수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생산하기도 한다. 김 본부장은 “CNC 가공 장비가 한국에도 들어와 종로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며 “엄청나게 많은 물량이 유통되고 있다. 번개장터에도 의심 사례가 들어왔다”고 전했다.
의류도 가방, 주얼리 못지 않게 가품이 활개를 치고 있다. 김 본부장은 “몽클레어, 발렌시아가 등 최근 유행하는 명품 아우터들이 많은데, 매년 가품이 업그레이드 된다”며 “예전에는 안에 깃털이 비칠 정도로 소재를 잘못 쓰고 지퍼도 달랐는데, 요새는 원단과 충전재, 라벨도 똑같이 따라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중국보다 프린팅 기술이 좋다 보니, 택과 라벨을 한국에서 생산해서 중국으로 역수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이처럼 커지는 위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검수 카테고리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번개장터의 융학 과학 검수 솔루션인 ‘코어리틱스’는 가방, 주얼리를 중심으로 54개 브랜드, 1301개 모델의 데이터를 구축했는데, 이를 신발·의류 등 명품 전 카테고리로 확장한다. 아크테릭스 등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까지 담당하는 제2검수센터에서 취급하는 브랜드도 늘릴 계획이다.
끝으로 김 본부장은 “코어리틱스의 핵심인 AI 학습 모델의 정밀도를 더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민관 협력을 통한 위조상품 근절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번개장터 제1검수센터에서 만난 김재군 검수센터 본부장이 셀린느 가방을 보여주고 있다. 육안으로는 구분이 어렵지만, XRF 비파괴 성분 분석 결과 왼쪽이 가품으로 판정됐다. [번개장터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3/ned/20260403103506177yanl.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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