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가계대출'…은행들, 기업대출로 눈 돌리지만 '환율' 복병

김희정 2026. 4. 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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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500원 돌파…RWA 늘고 자본 부담 확대
주담대는 묶기고 RW 격차에 기업대출은 부담
부실 위험도 고개 들어…'속도 조절론' 급부상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을 더 조이면서 은행권이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맞춰 기업금융 확대에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기업대출은 가계대출에 비해 자본을 쌓아야 하는 부담이 크다. 게다가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500원선을 넘어선 가운데 외화부채의 원화 환산액 증가로 위험가중자산(RWA)이 확대되면서 역시 자본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은행권에서는 기업대출뿐 아니라 지분투자 등 직접투자 방식에 붙는 위험가중치(RW) 등 자본 규제 추가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따라 기업대출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지만 공격적으로 늘리기엔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며 자본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환율은 2월 평균 1448.4원에서 지난달 1492.5원으로 상승했고 최근에는 1500원선까지 치솟았다(원화 가치 하락). 원화 환율이 1500원을 넘긴 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환율 상승으로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나면 RWA가 증가하고 이는 핵심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비율 하락 압력으로 이어진다.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CET1 비율은 약 0.01~0.03%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금융지주의 CET1 비율은 KB금융 13.53%, 하나금융 13.22%, 신한금융 13.02%, 우리금융 12.13%로 집계됐다. 

지주사들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을 병행하기 위한 최소 자본 여력으로 CET1 비율을 13% 이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자본 부담이 커지면서 위험가중치가 높은 기업대출 확대에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부터 생산적금융으로 자금 물꼬를 돌리기 위해 금융당국이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을 20%로 올렸지만 기업대출(50~150%)과 지분투자(250~400%)에 비해선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은행 입장에선 같은 금액을 빌려줘도 기업대출과 지분투자 자본 소모가 훨씬 더 크다는 의미다. 

A은행 관계자는 "환율 상승이 일정 부분 예상 범위 내에 있었던 만큼 대응 여력은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원·달러 환율 1500원대 고착화 우려 속에 기업금융과 직접투자 확대 과정에서 자본비율 훼손을 보다 면밀히 살펴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B은행 관계자는 "RWA 비중이 높은 지분투자는 환율 변동성이 커질수록 적극적이기 어렵다"며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직접 출자하는 방식인 만큼 생산적 금융의 핵심 수단인데 이에 대한 추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 큰 변수는 신용리스크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고환율·고물가·고유가 부담을 견디지 못할 경우 은행 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부실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무수익여신은 3조8467억원으로 전년(3조1787억원)보다 21% 늘었다.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법정관리 등에 들어간 대출로 사실상 손실 가능성이 큰 여신이다.

다만 은행권 안팎에서는 고환율이 기업대출 확대를 직접 막는 요인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고환율이 일부 기업의 실적에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달러 매출 비중이 높은 수출기업의 경우 오히려 수익성이 개선되는 등 기업별 영향이 엇갈린다. 이 때문에 환율이 기업대출 확대를 직접 제약하는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C은행 관계자는 "기업별로 영향이 상이해 대출 위축을 일률적으로 단정하기 힘들고 (당행은) 유동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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