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93년생 감독이 펴낸 거장의 마지막 음악

2026. 4. 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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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는 세계적인 예술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타계 전 3년 6개월의 시간을 자필로 써 내려간 실제 일기와 영상을 중심으로 담아낸 시네마 에세이이다. ‘남은 시간 6개월’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 독백 뒤로 흘러나오는 ‘Merry Christmas Mr. Lawrence’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진 ㈜더콘텐츠온)
전자음악의 선구자이자 영화음악 거장, 환경과 평화를 외치는 운동가로 활약해온 전방위 아티스트 류이치 사카모토. 암 투병으로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2020년 12월부터 그는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특히 가족들이 보유하고 있던 사적인 영상과 투병 중에도 멈추지 않은 다양한 소리 스케치, 그의 시선이 담긴 사진 등 여러 푸티지를 활용, 어디에서도 공개된 적 없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내밀한 이야기와 담담한 고뇌를 전한다.

뉴욕의 자택 마당에 자연 실험을 위한 피아노를 들이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죽음 앞에서도 자신만의 ‘지금’을 살아내며 생사를 넘어서며 투혼을 불사른 사람만이 탈환할 수 있는 삶의 숭고함, 육체를 넘어선 존엄을 전한다. NHK 스페셜 ‘Ryuichi Sakamoto: Last Days’로 제53회 국제 에미상 아트 프로그래밍 부문을 수상한 1993년생 오모리 켄쇼 감독은 유족들과 약 8개월에 걸친 깊은 대화를 거쳐 확보한 방대한 아카이빙 자료를 통해 소리, 영상, 언어로 70대 거장의 마지막을 강하게 응축시켜 보여준다.

(사진 ㈜더콘텐츠온)
1978년 솔로 앨범 [Thousand Knives]를 발매하며 데뷔한 류이치 사카모토는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 메인 테마곡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작곡하며 전환점을 맞고,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마지막 황제’(1987)를 통해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을 수상하며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산림 보전을 위한 비영리단체를 만들고, 반원전 페스티벌 ‘NO NUKES’를 개최하는 등 정치 사회적 목소리를 내며 설치미술과 비엔날레 총괄 디렉터를 맡는 등 전방위 아티스트로 활동하다 2023년 3월 28일 향년 71세의 나이로 영면한다.

영화에서는 ‘Merry Christmas Mr. Lawrence’ 외에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2023)의 수록곡으로 다시금 주목 받은 ‘Aqua’의 꾸밈없는 연주와 ‘마지막 사랑’(1990)의 주제곡이자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2023)를 통해 선보인 ‘The Sheltering Sky’ 등 그의 대표곡이 담겨 있다. 여기에 투병 생활 중 일기처럼 기록한 음악 스케치로 구성한 유작 앨범 [12]의 작업 비하인드와 3.11 동일본 대지진 피해 어린이 음악 재생 기금을 발전시킨 유스 오케스트라를 병상에서 지휘하는 모습 등 생애 마지막까지 음악으로 이야기하려 하는 모습도 담았다.

(사진 ㈜더콘텐츠온)
류이치 사카모토의 실제 일기를 낭독하는 방식으로 흘러가는 영화 속에서 내레이션은 그와 생전에 깊은 인연을 나눠온 세계적인 무용수이자 배우인 타나카 민이 맡았다. 내레이션 사이 소리의 침묵, 영상 사이의 여백 모두 음악처럼 들린다.

“삶과 음악을 여행한 아티스트”(-「The Guardian」) “예술의 증거이자 한 인간이 얼마나 완전한 형태로 예술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존재”(-‘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라는 평처럼,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는 거장이라 불리는 한 인간이 마지막 순간까지 불태운 예술혼에 대해 소리와 영상, 음악으로 읽어 내려가는 한 편의 에세이다. 러닝타임 96분.

(사진 ㈜더콘텐츠온)
[ 최재민 사진 ㈜더콘텐츠온]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24호(26.04.0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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