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英 런던의 한국인 정원사가 전하는 가장 정직한 위로
자연의 질서와 조용한 위안⋯'영국 정원 일기'

낯선 타지에서 정원사로 살아가는 저자가 식물과 함께한 사계절의 시간을 담아낸 책이다. 영국 왕립원예학회 과정을 거쳐 홀로 정원사의 길을 개척해 온 10년의 여정이 진솔하게 담겼다. 달마다 ‘이달의 식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자연과 삶의 균형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클레마티스와 무화과나무, 시클라멘 등 계절을 대표하는 식물들이 정원의 풍경과 기억을 이어준다. 또한 저자가 직접 그린 손그림과 사진, 정원 설계 도면이 더해져 생생한 현장감을 전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자연의 리듬과 조용한 위안을 되새기게 한다. 자신만의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려는 이들에게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하는 자연 에세이다.
희박한 희망을 채굴하다⋯'카프카의 문장들'

이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소송', '성' 등 대표작은 물론 일기와 편지, 대화록까지 아우르며 카프카의 사유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작품 속 인물들이 맞닥뜨리는 부조리한 세계와 실존적 불안은 '카프카에스크'라는 개념을 낳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낮에는 법률가, 밤에는 작가로 살아간 카프카의 삶과 글쓰기 사이의 치열한 갈등 역시 주요하게 조명된다. 총 9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고독, 법, 실존, 사랑, 예술 등 다양한 키워드를 통해 그의 내면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특히 절망 속에서도 희미한 구원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문장들은 독자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카프카라는 깊고 낯선 세계로 독자를 이끄는 안내서.
지워진 이름들을 다시 부르다⋯'전시로 보는 페미니즘 미술'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잊힌 역사를 '전시'라는 키워드로 복원한 책이다. 전시를 통해 형성된 집단적 실천과 관계망을 추적하며 누락된 여성들의 미술사를 입체적으로 되살린다. 특히 1980~90년대 활발히 활동했으나 미술사에서 주변화된 작가와 그룹, 그리고 기록되지 못한 전시의 구체적 맥락을 아카이브와 인터뷰를 통해 복원한 점이 돋보인다. 저자는 전시라는 행위를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박제된 물품을 바라보는 것에서 나아가 사라진 이름들을 다시 호명하는 '살아 있는 역사'로 정의한다. 아울러 1980년대 민주화운동과 여성운동의 흐름 속에서 페미니즘 미술이 현실과 연대의 맥락에서 태동했음을 설득력 있게 짚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