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보다 무서운 '뒤끝'…트럼프, '석기시대' 경고 뒤 관세 압박까지?

강민경 2026. 4. 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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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기대 붕괴…중동발 '복합 충격' 산업 전반 덮쳐
유가·물류·생산 줄줄이 흔들…현장선 이미 '대란' 신호
전문가 "전쟁 끝나도 끝 아니다"…뒤끝 관세 리스크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전쟁 장기화를 공식화하면서 국내 산업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종전 기대는 사실상 무너졌고 에너지·물류·제조가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 충격'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공급망 전반의 불확실성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 모두 최소 중기 이상의 대응 전략을 서둘러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미 변수 역시 심상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법 301조·무역확장법 232조를 축으로 통상 압박을 재가동한 상황에서 "전쟁 이후 동맹국을 겨냥한 '뒤끝' 관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쟁 충격에 관세 리스크까지 겹치며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은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트럼프 한마디에 또다시 출렁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각)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 "앞으로 2~3주간 이란에 대해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을 조기에 종결하기보다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는 이란의 군사력과 핵 위협을 "사실상 무력화했다"고 주장, 동시에 이란을 "석기 시대로 되돌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실질적 군사 전략이라기보다 '협박성 메시지'를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내놓은 강경 발언과 이란 측에서 확인되는 군사·정치적 대응 사이에는 적지 않은 온도차가 존재해 왔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날 연설 역시 사실관계에 기반한 상황 설명이라기보다 이란을 압박하고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치적 메시지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문제는 '불확실성의 고착화'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는 미국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해협 방어 책임을 사실상 동맹국에 넘겼고, 한국 등을 겨냥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참여를 압박했다.

미국이 '에너지 자립'을 이유로 한발 물러선 사이 원유 수입국들이 직접 해상 안전을 책임지는 '각자도생'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동맹에 부담만 넘긴 채 전략적 공백을 남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연설 이후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 세계 원유·LNG 물동량의 약 25%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국내 산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유업계는 비축유와 스팟 물량 확보로 버티고 있지만 "5월부터는 재고가 바닥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석유화학 업계는 이미 NCC 가동률을 60%대까지 낮췄고 일부 기업은 '불가항력' 통보까지 검토 중이다.

물류 역시 흔들리고 있다. 해운 운임은 급등했고 항공유 가격은 전쟁 이전 대비 최대 130% 이상 치솟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주요 항공사들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항공유 수급 문제는 비용 상승을 넘어 운항 자체를 제약할 수 있는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충격은 전방 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유가 상승에 따른 수요 위축과 함께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제조원가 부담을 동시에 떠안고 있다. 소비와 투자 심리까지 위축되면서 경기 전반을 압박하는 양상이다. 실제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9.9% 급등해 3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누적된 충격, 즉각 회복 어려워

트럼프 2기 중동전 4단계 예상 시나리오../그래픽=비즈워치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충격이 즉각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이미 생산 차질과 선적 중단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유가는 상당 기간 고공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고, 이번 사태는 단기적 충격을 넘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기적 구조 리스크'로 굳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란 입장에서 지금 협상에 나설 유인은 거의 없다"며 "오히려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상황을 지렛대로 삼아 협상력을 극대화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에너지와 물류 대란이 시작된 상태로 설령 종전이 이뤄지더라도 피해는 상당 기간 누적된 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의 인식에 대해서도 '오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원유를 직접 수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지만, 비료와 나프타 등 다양한 원재료 공급과 글로벌 물류 차질까지 고려하면 결국 에너지 가격 상승 및 공급망 교란이 미국 경제에도 파급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기업들의 대응 여력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중소기업 피해 신고는 일주일 만에 90건 넘게 늘었고 운송 차질과 원가 부담을 호소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자체 대응으로 버티기에는 충격의 범위와 속도가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정부 대응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허 교수는 "에너지 믹스 재편과 수입 다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원전 활용 확대와 미국산 원유·가스 도입 확대 등 현실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관세·세제 조정을 통해 기업 부담을 낮추는 정책적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대미 관계 관리의 중요성도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도 압박을 가하는 방식의 협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통상과 안보를 고려한 정교한 대응이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대응이 흔들릴 경우 추가 관세 압박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허 교수는 "트럼프가 중동 파병 요청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한국과 일본, 유럽 등을 향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만큼 이를 빌미로 향후 통상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301조 조사까지 병행하는 상황에서 대응이 어긋나면 이전보다 훨씬 강한 관세 조치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정부가 부처 간 메시지를 정제하고 통상과 안보를 함께 고려한 전략적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불필요한 압박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추진했던 상호관세가 연방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자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한 새로운 관세 카드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법적 수단을 바꿔가며 압박을 이어가는 만큼 통상 리스크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는 평가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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