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르무즈는 각국의 책임'.. 항공유는 대부분 한국서 조달 [여의도 Pick!]
김나윤 2026. 4. 3. 08:52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핵심 전략 목표들이 이제 거의 완료 단계에 이르렀다”며 “우리는 매우 가까이 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동시에 그는 이란과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의 추가 공세를 예고했습니다.
트럼프는 “앞으로 2~3주 동안 매우 강력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며 “이란을 사실상 석기시대로 되돌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세계 에너지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관련해서 원유 수입국들에 책임을 전가한 것입니다. "미국은 더 이상 중동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다"며 “그 해협을 이용하는 나라들이 직접 가서 확보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는데요. 원유를 구하려는 나라들이 직접 알아서 해결하라는 전례없는 떠넘기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대로라면 한국 역시 호르무즈의 안보 비용을 스스로 감당해야 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미국 본토, 그중에서도 경제의 핵심축인 서부 지역이 한국산 에너지없이는 당장 '올스톱'될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상황은 묘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는 지리적으로 미국 타 지역과 파이프라인이 연결되지 않아 유류 수급 면에서 사실상 '섬'과 같은 상태입니다.
최근 로이터와 해운 데이터 플랫폼 케플러(Kpler)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서안 지역은 일평균 5만 4000배럴의 항공유를 수입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수입 물량의 1/3이 바로 한국산이라는 사실입니다.
더 나아가 2025년 통계에 따르면, 미 서안 전체 항공유 수입량 9만 3000배럴 중 무려 8만 배럴, 즉 85% 이상을 한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캘리포니아의 환경 규제로 현지 정유소들이 잇따라 폐쇄되면서, 한국은 이제 미 서부 항공망을 지탱해주는 절대적인 '에너지 생명줄'이 된 셈입니다.
케플러의 수석 분석가 맷 스미스는 "3월 들어 한국의 항공유 수출 속도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이는 한국산에 85%를 의존하는 미 서안 지역에 치명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세계의 시선은 이제 한국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정부는 이미 일부 휘발유와 경유 제품에 수출 상한선을 뒀으며 항공유 역시 내수 우선 공급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어 “한국은 항공유 주요 수출국이지만 원유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수입 원유의 상당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항공유는 저장시설을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품질 저하 문제로 장기간 보관도 어려워 원유 수급이 불안해지면 가장 먼저 가격이 오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한국산 항공유 수출이 줄어들면, 미국의 피해가 가장 큽니다. LA와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는 여객기는 물론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화물기들까지 멈춰 서게 될 수 있기 때문이죠.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국내 항공유 생산량 1억 5000만 배럴 중 60%인 9000만 배럴을 수출했습니다. 이 중 미국에 수출된 양이 약 3650만 배럴로, 압도적인 1위 시장입니다.
결국 에너지 안보는 어느 한 나라의 일방적인 요구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촘촘하게 엮인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한국의 '수출 제한' 카드가 미국 경제의 심장부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전 세계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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