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환자 단 6명에서 313만명까지... ‘환자 중심 진료’ 결실 

홍석민 2026. 4. 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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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베스트병원] 이비인후과 분야 – 하나이비인후과병원

"병원이 너무 크고 화려해서 내게 맞지 않는다."

'무소유'의 법정 스님. 생각에 막힘 없는 참 스님도 코 막힘은 어쩔 수 없어 한 대학병원에 갔다가 발길을 돌리며 했다는 말이다. 스님은 한 신도의 끈질긴 권유로 서울 강남의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스님은 대학병원보다 규모가 작지만 의료진의 전문성이 높다는 점에 만족해 수술대에 올랐고 건강을 되찾았다. 더구나 주치의는 경기고 교내 신문 기자 때 자신에게 원고 청탁하려 왔던 인연이 있었다.

병원은 '국내 최초, 서울 유일 이비인후과 전문병원' 하나이비인후과병원이고 주치의는 설립자 이상덕 병원장. 법정 스님은 감사의 표시로 자신의 저서 5권에 직접 서명해 이 병원장에게 선물했다. 스님 입적 후 절판돼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이 책들은 병원의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남았다.

축농증 때문에 공군사관학교 신체검사 탈락을 걱정하던 고3 학생 하나도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험생이라 수술 자체가 부담스러웠지만 파일럿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수술 후 건강을 되찾은 이 학생은 무사히 합격했고 동기 중 에이스들만 선택된다는 전투기 조종사가 돼 우리 영공을 지키고 있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진료실에는 이처럼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이 달라진 환자들의 수많은 스토리가 쌓여 있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이상덕 병원장이 코 내시경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하나이비인후과병원

병원의 씨앗은 강북삼성병원에서 시작했다. 이비인후과 박재훈 교수가 오스트리아 그라츠의대 하인츠 스탬버거 교수로부터 부비동 내시경 수술을 전수받아 전국에서 몰려온 환자들의 코를 뻥뻥 뚫어줄 때 이 병원장은 전공의였다. 이후 박 교수에 이어 이 병원장 역시 오스트리아에서 내시경 수술을 익혔다. 1993년 박 교수가 이대목동병원으로 스카우트되면서 이 병원장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는데 다른 의사가 채용되면서 무산됐다.

"대학병원에서 함께 일하기를 원하셨던 스승께 당돌하게 '저랑 같이 대학병원을 능가하는 멋진 이비인후과 병원을 개원해 보시죠?'라고 역제안을 했다. 한 달간 설득 끝에 마음을 잡는 데 성공했다."

스승과 제자는 1995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건산업 빌딩에 병원을 열었다. 의사는 달랑 2명뿐이었지만 8억 원을 투자해 첨단 장비를 들여놓았다. 일반 의원급 개원 비용 1억5000만 원의 5배가 넘는 금액. 처음부터 전국구 병원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첫날 환자는 6명뿐. 이 병원장은 '이러다 망하는 것 아닐까' 하며 상당 기간 밤잠을 설쳤다.

하지만 기우였다. 병원은 승승장구했다. 2006년 대형 대학병원들을 다 제치고 축농증 수술 실적으로 전국 1위를 했다. 2009년 의원에서 병원으로 승격됐고, 2011년에는 국내 최초로 이비인후과 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 개원 30년째인 2025년 본원에만 의사 17명, 129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서울 명동 광화문 용산 등 전국적으로 42개 네트워크 병원을 가진, 말 그대로 '전국구' 병원이 됐다. 첫날 6명이던 환자 수는 올해 2월 313만 명을 넘어섰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온다고 보나.

"'환자 중심'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아픈 환자가 스스로 돈을 내고 의사를 만나러 오는데 당연히 환자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취지다. 개원 당시부터 진료실과 수술실에 카메라와 모니터를 설치해 환자가 자신의 귓속과 콧속을 직접 보게 했다. 개원 직전인 1994년 일본 카미오병원을 방문해서 감탄했던 경험을 병원에 적용했다.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직접 보면서 충분히 이해하고 의사와 협의해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것이다."

환자의 시간을 아끼는 '원스톱 서비스'도 돋보인다. 3주 이상 걸리던 축농증 검사와 수술 예약 과정을 개원 첫 해부터 1~2시간 안에 끝낼 수 있게 했다.

이 병원장은 자신이 대하기 편한 의사가 아니라 최고 의사들을 찾아서 삼고초려, 십고초려를 하면서 모셔왔다. 개원 초기부터 박인용 세브란스병원장, 최종욱 고려대안산병원장, 김희남 세브란스안이병원장, 주형로 강남성심병원 교수, 이용배 강북삼성병원 교수 등 내로라하는 명의들을 포진시켰다.

현재는 국내 3대 병원의 이비인후과 수장들을 모셔와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삼성서울병원 동헌종 교수, 서울대병원 장선오 교수, 서울아산병원 남순열 교수가 그들이다.

이 가운데 동헌종 대표원장은 삼성서울병원에서 국내 코 질환의 '베스트 닥터'로 전국에서 몰려오는 난치병 환자들을 돌보다 2019년 갑자기 하나이비인후과로 거취를 옮겨 의료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대한비과학회, 대한안면성형재건학회,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등의 회장과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주임교수, 행복추진실장, 진료부원장 등을 거친 대가다.

장선오 귀질환센터 센터장은 이비인후과 귀질환 분야 태두인 김종선 교수의 수제자로 인공달팽이관 이식 수술을 비롯해 난청, 이명 등 청력 개선 분야의 연구와 치료에서 최고 명성을 떨쳤다.

남순열 두경부센터 센터장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비인후과 과장, 두경부암센터 소장으로 활약한 명의로 국내외 권위지에 무려 34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래픽=윤상선 기자

-코로나(코비드19) 팬데믹 때 큰 역할을 했다고 하던데….

"솔직히 정말 힘들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5월 개원 25주년 기념식을 직원들과 햄버거 회식으로 했는데 내가 그 자리에서 왈칵 눈물을 쏟기도 했으니까…. 그래도 국민안심병원, 호흡기전담클리닉 정책에 자진해서 참여했다. 재택치료센터를 열어 영상전화로 1만8500명이 넘는 환자를 비대면으로 돌봤다. 격리가 풀린 환자 한 분이 '나중에 아프면 꼭 그 병원으로 가겠습니다'라고 했을 때 느꼈던 보람과 만족도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재택치료센터를 운영할 때 갓 돌 지난 딸이 자신 때문에 코로나에 감염됐다며 통화할 때마다 울던 어머니 환자에게 간호팀장이 "엄마 잘못이 아니라 코로나 잘못이다. 조금만 버텨 달라"고 다독이기도 했다. 환자의 마음까지 돌보는 이런 헌신이 2022년 국민훈장 목련장 수훈으로 이어졌다.

-국내외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병원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부터 서울시-사랑의달팽이와 협약을 맺고 저소득층 난청인들에게 보청기 지원 사업을 꾸준히 해왔다. 2025년부터 성인 대상 인공와우 수술 지원 사업도 하고 있는데 장선오 센터장이 직접 첫 집도를 했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은 2013년 몽골 최대 이비인후과인 EMJJ 병원과 협약을 맺고 수술 기구를 직접 들고 가서 수술 시연 및 현지 교육을 했다. 이 병원장은 "2019년에 갔더니 우리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해서 엄청나게 발전해 있었다. 아주 뿌듯했다"고 말했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이상덕 병원장은 "후배 의사들을 파트너로 키워 100년, 200년 지속되는 병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사진=하나이비인후과병원

-2002년 파트너십 체제로 전환한 이유는 무엇인가.

"설립자 한 명이 병원을 소유하면 병원이 클 수 없고 고작 한 시대를 풍미하다 사라지게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후배 의사들을 주니어 파트너로 키워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조만간 지분 전부를 후배들에게 양도해 100년, 200년 가는 병원의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

좋은 병원에 대한 이 병원장의 철학은 확고하다. 질병을 잘 고치는 것뿐 아니라 환자를 가족처럼 대하는 병원이다. '하나'라는 이름에는 '최고', '유일'이라는 뜻과 함께 '환자와 하나가 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우리 병원의 올해 목표가 '안전한 병원, 환자를 가족처럼'입니다. 아주 사소한 사고도 촘촘히 걸러낼 수 있도록 무결점 안전망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환자가 단순히 질병만 고치는 게 아니라 '훈련된 친절'을 통해 가족같은 편안함을 느끼고 돌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홍석민 기자 (jasper@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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