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우엔 코스피 4400선까지 후퇴"…증권가도 '돌변' [분석+]

노정동 2026. 4. 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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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기대 걸던 증권가도 '냉담'
"즉각 휴전해도 원유 정상화 3~4개월"
"걸프지역 전반 확전 시 4400선까지 열어놔야"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관련 대국민 연설에서 '종전 선언' 대신 되레 강경 발언을 내놓으며 국내 증시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동안 확전보다 협상 가능성이 높다고 봤던 국내 증권가에서도 당분간은 관망심리가 짙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방어주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3주는 공격 아니라 협상 시한 제시용"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코스닥 양대 시장에서 동반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매도호가 일시 효력정지)가 발동됐고 각각 4%대와 5%대 급락 마감했다.

양대 시장 모두 트럼프 대통령 연설을 앞두고 급등세로 출발했으나 정작 기대했던 '휴전 협상'이나 '종전 선언' 대신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는 강경 발언을 내놓은 것이 하락 트리거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2~3주간 그들(이란)에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을 마땅히 있어야 할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폭탄 발언을 내놓았다.

환율도 다시 뛰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직전일 대비 18.4원 급등한 1519.7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24.1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사진=AP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연설에서 종전 메시지를 원했던 시장의 실망 매물이 강하게 나왔다"며 "오는 3일(현지시간) 성금요일 휴장인 미국이 빈번하게 주말을 통해 군사 행동을 해온 점에서 이번 연휴에도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선 트럼프의 연설을 계기로 이번 사태가 단기에 그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3주는 미국 측이 최소한의 협상 시한을 제시한 것일 수 있어서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향후 2~3주간 이란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겠다는 발언이 확전 우려를 자극했다"며 "단기적으로 확전 우려가 커질 수 있지만 결국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각 휴전해도 원유 정상화 3~4개월"

러시아 우스트루가 터미널에서 유조선에 원유가 주입되고 있다. 사진=REUTERS


유가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날 트럼프 발언 이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9% 상승해 배럴당 109달러를 넘어섰고, 국제유가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 역시 8% 올라 109달러선을 돌파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각되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다시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주란 삼성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인 비상조치가 부재하다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공급 차질은 이달 내내 서서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전쟁 수행의 향후 지속 기간으로 언급한 2~3주가 (공급 차질을 완화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원유 시장은 저장공간 포화로 인한 감산 물량을 복구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에 즉각 휴전 시에도 원유 생산 정상화에는 3~4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며 "유가의 하방 경직성이 심화함에 따라 해협 개방 이후에도 상당 기간 고유가는 지속될 우려가 있다"고 예상했다.

"관망심리 짙어질 것…하방 더 열려"

시리아-레바논 국경 알 쿠사이르 지역에서 시리아 군인이 경계를 서고 있다. 사진=AFP


국지전 형태의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증시 추가 하락을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유안타증권은 유가가 배럴당 90~100달러 수준에서 움직이며 국지적 충돌과 협상 기대가 공존하는 상황에서는 코스피가 최근 2년 기준 최대 낙폭의 약 20%인 5000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가 100달러 이상에서 장기간 유지되고 미국의 대규모 지상군 파병 가능성이 부각될 경우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봤다. 이 경우 걸프 지역 전반으로 충돌이 확산하면서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고, 코스피 하단도 최대 낙폭의 약 30% 수준인 4400선까지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 연구원은 "매도폭은 줄었지만, 선제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외국인들의 현·선물 투매가 이어지고 있다"며 "단기로서는 경기둔감·방어주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쟁이 장기화돼 물가를 자극하면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으로 개입할 여지도 있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유가 국면 장기화와 물류 차질 심화 리스크가 점증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회의에서도 정책적 고심이 확인된다"며 "지상군 투입 등으로 장기화할 경우 물가를 통제하려는 중앙은행의 정책 인내심도 점차 한계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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