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분쟁 한 달…한국이 가장 큰 타격?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2026. 4. 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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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 경유 등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스1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일 이란 분쟁 발발 이후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비전투 국가 중 한국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한국 원유 수입의 70%가 통과하는 핵심 병목 지점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에너지, 석유화학, 반도체 및 거시경제 전반에 걸친 치명적인 취약성이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분석이다.

CSIS는 코스피가 43년 역사상 최악의 하루 하락 폭을 기록했으며, 원화 가치는 17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주요 경제국 중 가장 큰 폭인 0.4%포인트 하향 조정했고, 반대로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7%로 상향했다. 한국 경제가 고물가, 고금리, 원화 약세라는 ‘삼중 충격’에 직면했으며, 향후 2~6개월에 걸쳐 운송, 물류, 석유화학, 농업, 식음료 등 산업 전반으로 물가 상승의 파급 효과가 덮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현재 페르시아만에는 한국 국적 선박 26척이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특히 이번 사태는 에너지 위기를 넘어 핵심 수출 산업인 반도체 공급망의 뇌관을 건드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는 기판을 식히는 냉각재 역할이나 불순물 없는 깨끗한 진공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헬륨 가스가 필수적으로 사용되는데, 한국은 이 헬륨 수요의 64.7%를 카타르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이란의 공격으로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단지의 생산이 전면 중단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헬륨 가격은 40% 이상 폭등했고, 정부는 헬륨을 14개 반도체 핵심 관리 품목에 긴급 추가했다.

공식적인 원유 비축량 역시 서류상 수치와 실제 현실 간에 큰 괴리를 보이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CSIS는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으로는 208일분의 비축량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되지만, 이는 순수입 기준일 뿐이고, 하루 290만 배럴에 달하는 실제 소비(정유 처리량)를 기준으로 하면 정부 비축분(1억 100만 배럴)은 약 34일분, 민간 비축을 합쳐도 67일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IEA 공동 방출에 2250만 배럴을 내어주면서, 현재 정부 비축량은 약 26일분 수준인 7760만 배럴로 급감했다. 석유화학, 플라스틱, 합성섬유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역시 전체 물량의 약 3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함에 따라, 정부는 즉각 나프타 수출을 금지하고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긴급 연료 가격 상한제 도입과 함께 사상 최대 규모인 IEA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고, 추가경정예산 편성 및 정비 중이던 원전의 조기 재가동 조치를 취했다. 또한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원유 2400만 배럴을 긴급 확보해 약 8~9일분의 소비량을 추가로 보충했다. 민간 차원에서도 공급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LG화학은 4년 만에 처음으로 비달러 결제를 통해 러시아산 나프타 2만7000톤을 우회 구매하기도 했다.

다만 CSIS 주장대로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결론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정 국가를 ‘최대 피해국’으로 단정하려면 비교 대상 국가들과의 에너지 의존도, 산업 구조, 금융시장 충격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한 정량적 근거가 뒷받침 돼야 하지만, 해당 분석은 한국 사례의 취약성만을 집중적으로 부각한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 역시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고 유사한 충격에 노출돼 있으며, 금융시장 급변 역시 글로벌 리스크 회피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점에서 한국만을 예외적으로 강조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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