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알카라스 독주 막아선 시너의 폭주…남자 테니스 판도를 다시 뒤흔들다

김종석 기자 2026. 4. 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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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샤인 더블 무실세트 완성, 2017년 페더러 이후 가장 강렬한 3월
흔들릴수록 더 날카로웠다…결정적 순간마다 서브가 칼처럼 꽂혔다.
이제 질문은 하나다…이 기세가 클레이에서도 이어지면 누가 막나
3월 코트를 지배한 시너의 비결은 스피드와 정확도의 두 토끼를 모두 잡은 강력한 서브에 있다. ATP 투어 홈페이지

야닉 시너(이탈리아)의 2026년 3월은 단순한 상승세가 아니었습니다.

  이건 사실상 선언이었습니다. 남자 테니스의 중심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오히려 더 뜨겁게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공표였습니다.

  세계 랭킹 2위 시너는 3월 인디언웰스와 마이애미를 연달아 제패했습니다. 그것도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마이애미 우승으로 2017년 로저 페더러 이후 처음으로 남자부 선샤인 더블을 이뤘고, 두 대회를 무실세트로 끝낸 첫 남자 선수라는 기록까지 세웠습니다. 3월 한 달 동안 12연승, 24세트 연속 승리였습니다. 단순히 트로피 2개를 추가한 것이 아니라, 투어의 시선을 다시 자기 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긴 한 달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우승합니다. 누군가는 연승합니다.

  하지만 시너는 이번 3월, 상대에게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는 방식으로 두 대회를 통째로 가져갔습니다. 결과도 완벽했지만, 과정은 더 섬뜩했습니다. 흔들리는 순간이 오면 무너지는 대신 더 정교해졌고, 압박이 커질수록 실수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좋은 선수의 흐름이 아니라, 정상을 다시 빼앗으려는 선수의 흐름이었습니다. 특히 마이애미 결승은 시너의 현재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그는 이르지 레헤치카를 6-4, 6-4로 꺾는 과정에서 에이스 10개, 첫 서브 득점률 92%를 기록했고 한 차례도 브레이크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결승 1세트 초반 먼저 브레이크를 잡은 뒤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0-40까지 몰렸던 장면은 이번 시너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결승전의 분위기, 선샤인 더블 완성 직전의 부담, 상대의 반격 기세까지 겹친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시너는 그 장면에서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장 단순하고도 가장 잔인한 해법을 꺼냈습니다. 리턴이 거의 불가능한 서브 5개로 게임을 닫았습니다. 에이스 2개와 서비스 위너 3개였습니다. 위기를 넘긴 것이 아니라, 위기라는 개념 자체를 지운 셈이었습니다.

선샤인 더블을 달성하며 3월 코트를 뜨겁게 달군 시너. 

이번 3월 시너의 진짜 무기는 스트로크만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의 백핸드와 베이스라인 압박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브가 모든 걸 바꿨습니다. 원래 시너는 랠리에서 우위를 쌓아가는 선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첫 공 하나로 경기의 주도권을 선점하고, 위기 때는 그 첫 공 하나로 상황을 끝내버립니다. 버티는 선수가 아니라 지배하는 선수로 진화한 것입니다. 인디언웰스 결승에서도 그는 다닐 메드베데프를 상대로 2세트 타이브레이크 초반 0-4로 밀렸지만 내리 7포인트를 따내며 우승을 확정했습니다. 마이애미에서도 알렉스 미켈센전, 레헤치카전 모두 위기 때 실수를 줄이고 결정구 정확도를 높였습니다.

  이번 상승세를 이해하려면 시너의 서브 변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ATP의 분석에 따르면 시너는 예전보다 서브 동작에서 하체 힘을 더 응축해 전달하는 형태로 진화했습니다. 토스와 임팩트 타점을 정교하게 맞춘 결과 첫 서브의 위력과 확률을 함께 끌어올렸습니다. 비시즌 동안에는 토스 위치를 손질하면서 첫 서브 성공률과 위력을 동시에 끌어올렸습니다. 테니스닷컴도 그가 오프시즌 동안 토스에 변화를 준 뒤 향상된 서브 능력을 펼치고 있다고 시너 본인 역시 마이애미 결승 뒤 "공을 조금 더 앞에 던져 더 강하게 채찍처럼 휘두르려 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숫자는 더 직접적입니다. ATP의 '비욘드 더 넘버스'에 따르면 시너의 2026시즌 첫 서브 성공률은 67.5%로 커리어 평균 60.4%, 2025년 61.9%보다 크게 올라갔습니다. 첫 서브 득점률은 81%, 경기당 에이스는 11.1개, 서비스 게임 유지율은 94%까지 상승했습니다. 마이애미에서는 이 수치가 더 선명했습니다. 첫 서브 성공률 70.8%, 첫 서브 득점률 85.2%, 경기당 에이스 12개, 서비스 게임 유지율 98%였습니다. 한마디로 첫 서브가 더 자주, 더 정확하게, 더 강하게 들어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예전엔 랠리에서 이기는 선수였다면, 지금은 서브로 랠리 자체를 지워버리는 선수에 가까워졌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속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토스를 더 앞에 두면서 임팩트 지점을 공격적으로 가져가고, 하체와 상체의 연동을 더 강하게 만든 결과입니다. 그러자 첫 서브 확률이 올라가고, 같은 첫 서브라도 상대가 받기 더 까다로운 궤적이 만들어졌습니다. 자연스럽게 서브 득점이 늘면서 체력 부담도 줄었습니다. 시너가 과거 더운 조건에서 체력 변수를 안고 갔던 선수였다면, 지금은 서브로 체력 문제까지 통제하는 선수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가 "서브로 포인트를 얻는 것이 체력적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더 무서운 건 멘털입니다. 올해 초까지 조명은 세계 랭킹 1위 카를로스 알카라스 쪽으로 더 쏠려 있었습니다. 알카라스는 호주오픈 우승으로 시즌 첫 16경기를 모두 이기며 치고 나갔고, 시너는 호주오픈 준결승에서 노바크 조코비치에게 패한 뒤 출발이 다소 밀리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알카라스의 16연승은 인디언웰스 준결승 메드베데프전에서 끊겼고, 마이애미에서는 세바스찬 코르다에게 3회전에서 덜미를 잡혔습니다. 반면 시너는 두 마스터스 1000 대회를 모두 쓸어 담으며 알카라스와의 랭킹 격차를 3150점에서 1190점 차까지 줄였습니다.

클레이코트 시즌에서 시너와 알카라스의 판세는 어떻게 될까.

그래서 3월의 시너는 단순히 우승 트로피를 수집한 선수가 아닙니다. 알카라스의 독주 구도에 가장 강하게 제동을 건 선수이고, 남자 테니스 판도를 다시 요동치게 만든 선수입니다. 호주오픈까지는 알카라스의 시즌처럼 보였지만, 선샤인 스윙을 지나고 나니 흐름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제 누가 앞선다고 쉽게 말하기 어려운 국면이 됐고, 최근의 완성도만 놓고 보면 시너 쪽의 칼끝이 더 날카롭습니다.

  이제 시선은 클레이 시즌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남는 질문은 단 하나입니다. 하드코트에서 완성형으로 진화한 이 시너가 클레이에서도 같은 무게감을 보여줄 수 있느냐입니다. ATP는 알카라스가 앞으로 유럽 클레이 시즌에서 4300점을 방어해야 하지만, 시너는 5월 로마 전까지 방어 포인트 부담이 거의 없다고 짚었습니다. 하드코트의 상승세가 곧바로 점수 경쟁에도 연결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시너가 클레이에서도 지금의 서브 효율과 경기 운영을 유지한다면, 2026년 남자 테니스는 다시 시너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큽니다.

  시너의 3월은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그 뜨거움이 우연히 타오른 불꽃이 아니라, 스스로 더 정교하게 만든 불길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

  남자 테니스는 다시 둘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3월이 남긴 가장 선명한 결론은 이것입니다. 지금 가장 무서운 선수는 다시 시너입니다.

김종석 채널A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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