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속도전’ 첫 통합시장 기대감 ‘찬물’
시민공천배심원제 무력화, 후보들 잇단 반발
역대급 상징성 불구 ‘졸속 진행’ 지도부 책임론

광주·전남은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으로 여겨진다. 오는 7월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약칭 광주특별시) 수장을 선출하는 민주당 경선이 역대 어느 때보다도,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중요한 이유다. ‘민주당 경선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통합특별시의 4년과 그 이후가 결정된다.
그러나 이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통합특별시장 경선이 속전속결과 깜깜이로 점철되고 있어 논란이다. 처음 치러지는 통합특별시장인 만큼 시·도민의 알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야 함에도 당 지도부가 무관심과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합특별시장 선거는 지난 1월 2일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공동으로 ‘광주·전남 통합 지방정부 추진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됐다. 이재명 정부의 국토균형발전 전략인 ‘5극 3특’에 맞춘 시·도통합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3월 1일 통합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 과정에서 주청사 소재지를 비롯해 시·도의원 정수 불균형 등 산적한 과제가 남겨졌다. 통합특별시장은 이같은 ‘미룬 과제’에 더해 4년간 행정통합에 따른 후유증과 지역 간 갈등을 조율해야 하는 역할을 맡는다. 민주당 통합특별시장 선거에 이목이 쏠린 이유다. 통합특별시장의 역량에 따라 성공적인 통합이 될 수도, 실패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광주와 전남은 인구 수는 물론 권리당원 규모부터가 다르다. 지역 정가에서는 기존 경선룰을 고수할 경우 공약과 정책에 대한 검증보다 단순 후보 인지도와 조직력, 후보간 합종연횡으로 경선 결과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이에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시민공천배심원제를 제안했다. 권리당원으로 예비경선을 진행하되 최종 후보는 의결권을 가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배심원제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3월 8일 당 지도부는 공관위 제안을 무력화하고, 기존 경선 룰대로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지역에서는 물론 후보들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곧바로 강기정·신정훈·이개호·정준호 등 4명의 후보가 김이수 공관위원장을 만나 시민공천 배심원제 도입을 관철해달라 요구했으나 지도부는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이개호 국회의원은 이 같은 결정에 항의하며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이 의원은 “면접 시험관이 질문만 하고 채점은 못하는 말도 안되는 무늬만 배심원제”라며 “320만 통합 시민의 의사를 무시한 폭거이자 지역 여건을 도외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당이 주관한 첫 합동연설회를 유권자가 있는 광주·전남이 아닌 서울에서 진행해 지탄을 받기도 했다. 다분히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TV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는 반복됐다. 이 의원의 경선 불참했음에도 불구하고 TV토론회를 기존 조대로 진행하는 바람에 한 조는 4명의 후보가, 한 조는 2명의 후보가 토론하는 촌극이 일기도 했다. 신정훈·정준호 후보는 ‘6명의 후보가 모두 참여하는 통합 토론회 개최’, 혹은 ‘후보를 3명씩 재구성한 정책 토론회’를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급기야 이병훈 후보(당 호남발전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마저도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정책으로 유권자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은 숨 가쁜 깜깜이 경선 열차에서 내리는 것뿐”이라며 경선룰과 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정준호 후보가 예비경선에서 떨어진 뒤 본경선을 앞두고는 후보 간 단일화가 급격히 진행됐다. 30일 신정훈·강기정 후보가 신 후보로 단일화하는 데 성공했다. 4월 1일에는 주철현 후보가 민형배 후보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단일화가 이뤄졌다. 김영록 후보는 이에 대응해 경선 과정에서 하차한 이병훈·이개호 후보의 세를 규합하게 되면서 삼파전 양상이 선명해졌다. 다만 신정훈·강기정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민형배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서 ‘역선택’을 유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역에서는 부실한 당 경선 진행에 따른 당 지도부 책임론이 강하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다른 격전 지역에서는 공천에 심혈을 기울이는 반면 행정통합이라는 중요한 변수가 있는 광주전남은 사실상 방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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