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낮추면 소년범죄 줄어들까? [세상에 이런 법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는 논의가 재점화되었다. 2월24일 이재명 대통령이 촉법소년의 연령 하향에 대해 검토해 두 달 안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3월13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는 의견에 81% 이상이 찬성했다. 양적으로도 촉법소년의 수가 증가하고, 질적으로도 사건이 흉악해지고 있다는 게 찬성의 주요 논거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수년간 반복해온 논쟁이다. 2022년에도 정부 차원에서 소년법과 형법 개정을 추진했다가 대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대법원은 ‘개선 및 교화의 가능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는 ‘낙인효과로 사회복귀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각각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아동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여 형사책임 연령을 현행 만 14세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촉법소년(만 10~14세 미만)은 범죄를 저질렀지만 나이가 어려서 형사재판 대신 소년재판만 받는 형사미성년자를 말한다. 형법은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형법 제9조, 형사미성년자). 소년법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에 대해 규정하고 있어(소년법 제4조 제1항 제2호, 촉법소년),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기 위해서는 형법과 소년법 모두를 개정해야 한다.
촉법소년은 어떤 처분도 받지 않는다?
흔히 촉법소년은 아무런 처분도 받지 않는다고 오해한다. 촉법소년은 경찰서에서 조사도 받고, 소년재판도 받는다. 사건의 경중에 따라 소년분류심사원(구치소와 유사)이나 소년원(교도소와 유사)에 구금되기도 한다.
법적으로 소년은 크게 범법소년(만 10세 미만), 촉법소년(만 10~14세 미만), 범죄소년(만 14~19세 미만)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3학년의 경우 범법소년으로 분류되어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경찰에서 수사조차 받지 않고 집으로 돌아간다. 반대로 고등학교 2학년은 범죄소년으로서 검사의 선택에 따라 소년재판을 받을 수도, 형사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 논쟁이 되는 촉법소년은 경찰 조사를 마친 후, 소년재판을 담당하는 가정법원으로 곧바로 송치된다. 형사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검찰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원으로 보내는 것이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는 과거에 비해 아동의 성장도 빠르니, 중학교 1학년(만 13세) 정도면 형사처벌(교도소에 수감되거나 벌금을 내고, 전과 기록도 남는다) 대상에 포함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소년재판이 소년에게 편하고 쉬운 제도이기에 형사재판을 받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러나 형사재판을 받다가 소년재판으로 넘어온 소년에게 물어보면, 형사재판을 받을 때가 ‘차라리 편했다’고 말한다. 형사재판은 유무죄와 형량만을 따지기 때문에 비교적 빨리 끝나고, 재판에 관여하는 사람도 검사, 판사, 변호사로 단순해지기 때문이다.
소년재판을 받게 되면 처분을 받을 때까지 다양한 어른을 만난다. 소년재판 판사의 역할은 마치 담임교사와 비슷하다. 해당 소년은 사고를 칠 때마다 판사에게 불려가 혼나고 소년재판을 받게 된다. 재판을 받기 전에는 처분 전 조사를 받는다. 보호관찰소 조사관은 보호소년과 보호자를 불러 소년의 성향, 가정환경, 교우관계 등 소년과 소년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모든 것을 묻는다. 죄질이 나쁘거나 죄를 여러 번 저지른 경우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되어 조사가 실시된다. 말이 좋아 위탁이지, 3~8주간 구금된 상태로 일거수일투족이 법원에 보고된다. 소년재판에서 처분을 받는다고 끝이 아니다. 법원과 보호관찰소, 위탁기관은 소년이 처분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끊임없이 관리하고 감독한다.
소년재판을 진행하다 보면, 한 소년을 건전하게 성장시키기 위해 많은 어른이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년이 겪는 문제가 결코 소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소년을 둘러싼 가정과 사회에 있음을 깨닫는다. 소년이 겪는 현재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문제와 구조적 모순을 미리 알려주는 선행지표다. 촉법소년의 연령을 내려 가해 소년을 처벌하는 것이 당장은 속 시원해 보일지 몰라도, 소년을 사회에서 낙인찍고 격리하기만 하는 결과로 이어지진 않을까? 그 결과는 다시 사회가 돌려받게 될 것이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이지연 (변호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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