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지나간 광화문에 남은 질문, 광장은 누구의 것인가

전다현 기자 2026. 4. 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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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1일 토요일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방탄소년단(BTS) 공연이 사회적 논쟁을 촉발했다. 과도한 통제 등 ‘관’의 개입이 이어지면서다. 공연 전후로 이어진 논쟁의 논점을 짚어봤다.

“이 버스 좀 치우라고! 그럼 우리 다 볼 수 있다고.” 3월21일 저녁, 팬들이 방탄소년단(BTS) 공연을 숨죽여 기다리던 그때, 광화문 사거리에선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남성 행인이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이날 경찰이 세운 차 벽은 광화문 방향의 시야를 완전히 차단했다. “공연을 보려고 왔는데, 이렇게 막으면 어쩌자는 거야. 이것만 치우면 우리 다 볼 수 있는데···.” 분통이 터진 듯 남성은 손으로 연신 버스를 가리켰다. 공연 시작 20분 전의 일이다.

3월21일 토요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이 열렸다. ⓒ시사IN 이명익

이날 오후 8시, 서울 광화문광장 한복판에서 BTS의 컴백 공연이 열렸다. 공연장은 경복궁 광화문부터 서울시청 교차로까지, 1㎞가량 이어지는 공간에 좌석 수만 2만2000석에 달했다. BTS의 상징색인 보랏빛으로 치장된 광화문광장은 공연 며칠 전부터 들뜬 팬들과 시민들로 붐볐다.

그러나 공연 당일, 시민들은 광장 인근에서 삼엄한 경험을 해야 했다. BTS 공연을 보러 가는 길이 아니라도 광화문이나 시청 인근을 지나기 위해서는 몸수색을 받아야 했다. 가방과 파우치 내부도 수색 대상이었다. 경찰은 모든 골목을 통제했고, 시민들을 제자리에 서 있지 못하게 했다. 잠깐이라도 멈칫하는 순간 경찰들이 몰려들어 호루라기를 불며 이동할 것을 요구했다. 게이트에서 몸수색을 마친 후 펜스 안으로 들어가면, 펜스를 따라 계속 걷고, 다시 게이트를 나가야 하는 식이다.

공연 전부터 ‘특혜 논란’이 일었다. 민간기업에 공공장소인 광화문광장 사용을 허가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광화문 인근 31개 건물을 전면 폐쇄했다. 경찰, 서울시, 소방, 서울교통공사, 행정안전부 등에 소속된 공무원 1만여 명이 동원됐다. 통상 소속사가 하던 ‘암표 단속’도 경찰이 나섰다. 공연 이틀 전에는 서울 종로구와 중구 일대의 테러경보 단계를 ‘주의’로 지정했다. 공연 일주일 전부터 광화문 일대 시위도 막았다. 1992년부터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어온 정의기억연대의 강경란 연대운동국장은 “공연 장소와 거리도 멀고 날짜도 다른데, 시위 중단 요청을 받아 의아했다. 경찰에 강하게 이야기했고, 예정대로 수요집회를 진행했다. 그동안 경찰이 이런 요청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국가 행사도 아닌데 이런 식의 통보는 굉장히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공무원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3월20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는 “민간 기획 성격이 강한 행사에까지 행정이 공무원 인력으로 공백을 메우는 방식이 되풀이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공무원과 시민에게 전가된다”라고 비판했다. 인근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들, 공연장 일대 건물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예비 부부들에게도 큰 불편과 손해를 안겼다는 소식이 쏟아졌다.

여러 사회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민간기업의 행사에 공공성이 큰 장소를 사실상 ‘통대관’ 해주다시피 한 이런 특혜가 가능했던 건 한류와 케이팝 열풍의 선두 주자로 인정받는 BTS의 상징성 때문이었다. 때마침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그래미상과 미국 아카데미상을 받으면서 한류의 주가가 올라간 참이었다. 세계적인 케이팝 아티스트 BTS가 3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현장이 서울의 중심, 더구나 정치·사회·문화적으로 의미심장한 광화문광장이라면 전 세계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마케팅 효과가 강력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관’이 나선 배경이다.

3월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BTS 컴백 공연 관람석의 모습. ⓒ시사IN 이명익

단절된 광화문광장

그러나 BTS 공연 당일 그런 기대와 예상을 깨는 장면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사람들이 많았다. 여러 문화 행사나 정치 격변기 집회에서 경험한 광화문광장의 개방성과 역동성을 이번 공연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왜 굳이 광화문광장이어야 했나’라는 의구심도 낳았다. 역사적으로 광화문광장은 시민들이 장벽 없이 모여 목소리를 내고 연대하던 공간이다. 이종임 문화사회연구소 이사는 “지금껏 한국 사회가 가졌던 광화문광장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서로에 대한 신뢰감을 쌓고 모이는 공간이었는데, 오히려 이번 행사가 서로를 단절시킨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듬성듬성 빈자리가 보이는 휑한 광장의 모습도 논란이 됐다. 오후 8시에 공연이 시작됐지만, 사전 예매 관람객이 앉을 수 있는 좌석에는 종종 빈자리가 보였다. 공연 당시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통신 기지국 접속자 수 기준)는 광화문과 덕수궁 인근 실시간 인구를 4만4000~4만5000명으로 측정했다. 이 중 1만5000명이 관리 인력인 것을 고려하면 관람객은 3만명가량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주최 측은 알뜰폰 사용자와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10만4000명으로 추산했다. 당초 경찰이 예상한 인파는 최대 26만명이었는데 실제로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에, 과도하게 공공자원을 동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날 현장에 동원된 한 공무원은 “구청 공무원들은 대부분 외곽으로 빠져 배치됐는데, 사실상 아무런 업무가 없었다”라고 전했다.

이런 ‘휑한 현장’은 의도된 측면도 있다. 안전 때문이다. 3월19일 경찰청은 BTS 광화문 공연에 새로운 인파 관리 모델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일명 ‘스타디움형 인파 관리’다. 펜스와 게이트를 통해 야외를 실내의 스타디움처럼 관리하는 것이다. 거대한 광화문광장을 마치 ‘콘서트장’ 내부처럼 통제한 셈이다. 이는 개방된 광장을 폐쇄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말과 같았다. 과도한 통제와 자원 투입에 대해 3월23일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시민 안전과 관련해서는 과도하게 대응해야 한다. 테러 위협을 고려해 이번 행사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3월24일 경찰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지나는 시민들의 몸수색을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이번 공연은 BTS 소속사 하이브와 빅히트뮤직이 주최하고, 넷플릭스와 제일기획이 주관했다. 넷플릭스는 공연 기획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고 라이브 송출권 등을 확보했다. 넷플릭스에 송출 권한을 준 탓에 국내 언론사의 취재도 제한됐다. 공연 시작 후 10분 이내 촬영으로 제한했다가 반발이 나오자, 하이브와 넷플릭스는 뒤늦게 취재 가이드라인을 수정하기도 했다. 넷플릭스가 이번 공연 기획과 홍보 등에 투자한 금액은 100억원대로 알려졌지만, 한 OTT 업계 관계자는 “그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이런 투자를 통해 최근 라이브 방송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는 넷플릭스로서는 BTS 공연의 라이브 송출, 재편집권 등 콘텐츠 권리를 얻고 활용할 특수를 맞았다. 하이브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BTS는 광화문광장 컴백 무대를 시작으로 23개국에서 월드투어 82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유안타증권은 이번 BTS 월드투어 등의 영향으로 올해 하이브 매출이 3조9194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신 등은 이번 BTS 공연이 서울에 20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다만 ‘광장의 사용료’는 경제적 비용 편익과 대차대조표 차원을 넘어선다. 3월23일 문화연대는 “공공 공간으로서의 광장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는, 단순한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공간을 둘러싼 권력의 문제”라며 “광화문광장은 민의가 드러나는 장소이며, 공동체의 문제를 꺼내고 논의하는 시민의 공간이다. 광장이 누구에게 열려 있는가가 도시의 민주주의를 가늠하는 척도다”라고 논평했다. 곱씹을 거리가 많은 이번 BTS 공연의 여진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전다현 기자 allhye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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