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들어올 땐 트럼프 맘이지만 나갈 땐 아니다[점선면]
선(맥락들): ‘셀프 종전’ 선언해도 발 뺄 수 없다
면(관점들): “역대 가장 한심한 전쟁”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2~3주 내에 전쟁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시작한 이 전쟁, 이제는 마음대로 발을 뺄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오늘 점선면은 이 문제를 차근차근 짚어볼게요.
점(사실들): 트럼프 “전쟁, 아주 빨리 마무리할 것”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휘발유 가격을 낮출 방안을 묻는 질문에 “내가 할 일은 곧 이란을 떠나는 것이고, 그러면 유가는 다시 폭락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미군 철수 시점에 대해서는 “아마도 2~3주 이내”라며 아주 구체적인 기한을 언급했습니다.
1일에도 백악관에서 19분간 전쟁 관련 대국민 연설을 하면서 “앞으로 2~3주 동안 대대적으로 타격해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놓을 것”이라며 “일을 아주 빨리 마무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전쟁은 곧 끝날 테니 걱정 말라’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급하게 종전을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쟁을 길게 끌고 갈 수 없는 자신의 처지 때문입니다. 지지율은 하락세인 데다, 미국 내 기름값이 치솟으며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곳곳에서는 전쟁에 반대하는 ‘노 킹스(No Kings)’ 시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선(맥락들): ‘셀프 종전’ 선언해도 발 뺄 수 없다
전쟁이 이미 쉽게 끝날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셀프 종전 선언’이란 회의적 반응이 나옵니다. 우선 이란의 보복 공격을 대신 당하고 있는 걸프 국가들이 미국의 철수를 반대합니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고자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변 걸프 국가들을 치는 전략을 구사해 왔습니다. 이에 UAE는 미국 및 동맹국과 다국적 연합군을 구성해 참전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철수한다면 이란과 걸프 국가들 사이의 무력 충돌은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스라엘이라는 변수도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종전 선언 이후에도 이란을 완전히 무력화하기 위한 공격을 지속할 태세입니다. 미국과 달리 이스라엘은 종전 시한을 제시하지 않고 있거든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달 31일 영상 성명을 통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테러 정권을 괴멸시키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남부 국경지대에 폭격을 이어가고 있고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란이 호르무즈 봉쇄 전략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점입니다. 세계 에너지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전문가들은 4월 말까지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지 않으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선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 이란으로선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든 말든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번 전쟁으로 지도부가 사망하고 미사일 기지가 파괴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봤기 때문입니다. 이란은 이 복구 비용을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한 척당 200만달러(약 30억원)의 통행료를 걷어 충당하려 합니다. 통행료 수입만 연간 1000억달러(약 150조 원)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란이 이 ‘돈줄’을 순순히 포기할 리 만무합니다.

면(관점들): “역대 가장 한심한 전쟁”
전쟁은 한쪽이 그만두고 싶다고 해서 멈출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은 몰랐던 걸까요? 그가 대책 없이 시작한 전쟁으로 전 세계는 고유가와 고물가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가장 곤혹스러운 처지가 된 건 트럼프 대통령 본인입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쥐며 이전보다 강력한 국제적 지위를 갖게 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중간선거 승리 확률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습니다.
최희진 경향신문 국제부장은 칼럼에서 “호르무즈는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애당초 봉쇄되지 않았을 곳”이라면서 “전쟁사에 역대 가장 한심한 전쟁으로 기록될 만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역시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적 앞길을 가로막기 위해 스스로 정밀하게 설계한 위기”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전쟁,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수’가 아닌 제 발등 찍은 ‘자충수’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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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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