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잘하고 싶었죠”…‘정상성’ 연출하는 K-웨딩 [.txt]
‘잘 살아왔다’고 인정받으려 자기 착취적 노동
가부장제 사회서 ‘내면화된 완벽주의’가 작동

“이러려고 결혼한 게 아닌데.” 결혼 생활 중 시련의 순간, 불편한 감정의 원천까지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혼식을 준비하던 때까지 가닿곤 한다. 그러려던 것이 아닌데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순간, 온 세상은 당연하다는 듯 ‘정상성에 철저히 복종’하라고 요구해 온다. ‘비정상 신부(신랑)’가 되지 않으려 끊임없이 눈치 보고 소비하는 나날이 이어지고 주변에서는 “추가금(웨딩업체들의 추가 비용) 방어 성공”을 기원한다.
사람으로 태어나 소비자로 자라났음을 자각하고, 다시 소비자에서 사람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글을 쓴다는 이소연 작가의 신작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은 이 순간을 ‘케이(K)-웨딩 르포르타주’란 이름으로 담아냈다.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 2010년부터 2025년 사이에 결혼을 했거나, 하려다 말았거나, 할 예정인 신랑·신부 이십여명을 만났다. 결혼식 업계 관계자도 십여명 인터뷰했다.
패스트패션 산업의 실태를 고발하고 환경 보호를 위한 실천담을 담은 저서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에 이어 결혼식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다룬 ‘결혼식을 하지 않겠습니다’ 정도의 책을 쓰려던 작가는 책을 쓰기 시작한 중반부 즈음에 직접 결혼을 결심하고 준비해 나가면서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는다. 멀리서 볼 때는 쉽게 지적할 수 있었는데 직접 해보니 ‘원하고 원망하는’ 모순적 욕구와 씨름하게 된 것. 자신의 민망한 욕망까지 드러내면서 치열하게 그 근원을 파고든 것이 이 책의 강점이다.

책은 프러포즈, 브라이덜 샤워, 웨딩박람회, 청첩장,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의 줄임말), 신부 관리 패키지, 예물·예단, 청첩장 모임, 예식장, 웨딩업계의 추가금 공격 등 소리 내어 읽어보기만 해도 숨 막히는 결혼 준비의 풍경들을 낱낱이 분석한다. 이 결혼의 행렬에서 작가는 ‘소셜미디어’의 영향에 주목한다. ‘자본화된 결혼과 소셜미디어의 환상의 콜라보’는 결혼 준비 과정의 면면 대부분에 깊게 스며들어 작동한다. 2026년 2월 기준, 인스타그램에만 ‘프러포즈’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이 150만개가 넘는다. ‘브라이덜샤워’는 140만개다. ‘5성급 호텔에 샤넬 가방 프러포즈’ 같은 공식이 뿌리내리고 숨 쉬듯 서로를 비교한다.
그들에게 결혼식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틀리지 않았노라, 잘 살아왔노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사회적이고도 공식적인 자리’다. 작가는 ‘한번뿐인 결혼식’에 ‘잘 살아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정상성에 철저히 복종’하는 여성들의 특징에 주목했다. “어차피 해야 하는 거니까 이왕이면 잘하고 싶었죠. 결국 이게 다 성격인 것 같아요.” 저자와 인터뷰한 많은 신부들이 ‘성격’을 언급했다. 예비 신부들은 그 준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을 사랑이나 헌신 같은 개인의 감정이나 성격의 문제로 환원한다.
그러나 이는 ‘개인적’인 것이라기보다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수행 능력에 가깝다. 저자는 “착한 딸, 좋은 아내, 자랑스러운 남편을 가진, 평범한 가정이라는 가장 큰 정상성으로의 진입,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자기 착취적 노동에 몰입하며 완벽하게 주어진 업무를 해낸다”고 설명한다. 여성에게 내면화된 완벽주의가 강요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단연 가부장제 사회 그 자체다. 가부장제 사회는 여성에게 돌봄과 순응적 태도를 사회적으로 학습시킨다. 신부대기실에서 활력 넘치게 행동하지 말고, 부유방이 튀어나오지 않게 몸매와 피부를 관리해야 한다는 ‘이모님’의 잔소리에도 순응할 수밖에 없다.
‘순응’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저자는 ‘자주적 결혼식’을 준비하려다 ‘덫에 걸린 사슴’처럼 발버둥 치는 자신을 발견했다. 자본화된 결혼식에 대해 함께 비판적 의견을 주고받던 친구는 그 모습을 보며 일갈한다. “봐봐, 지금 너 기존대로 안 하려고 엄청 신경 쓰고 있잖아. 그게 결국 우리가 가장 피하려고 했던 거 아니야?” 충격받은 저자는 “나는 허례허식뿐인 결혼식이 싫다고 하면서도 새로운 형태의 결혼식을 기획하고 진행하기 위해 누구보다 진땀을 빼고 있었다”며 “주어진 대로 신부대기실에 앉아 있는 하얀 웨딩드레스의 고운 신부는 답습이고 내가 스스로 발품 손품을 파는 것은 진정성인가?”라고 묻는다. 실제 ‘기존 웨딩 방식 탈피’를 원하는 고객을 위해 주택을 빌려 결혼식을 준비해 본 경험이 있는 한 웨딩 업체 대표는 식이 끝나고 철거할 때 쓰레기가 100리터 종량제 봉투로 수백개가 나왔다고 털어놨다. 결혼식은 작아질수록 비쌌고, 환경을 생각하는 방법은 어렵기만 했다.
저자는 ‘모든 축하와 응원, 기쁨과 소망의 감정마저 소비 옵션으로 소비하게 되어버린 시대’에 우리의 낭만을 되찾기 위해 ‘자기 자신이 온전히 자기답게 있는 결혼식’을 꿈꿔보자고 제안한다. 우리의 결혼식은 왜 완벽해야 했는지, 이렇게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일이 첫걸음이 될 것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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