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수목원에서 나무의사가 보내온 초대장 [.txt]

한겨레 2026. 4. 3.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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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특종 기사를 쓰겠다던 기자가 10년이 지난 뒤 정신을 차려보니 수목원 화단에서 잡초를 뽑고 있다.

신문사 기자로 일할 때 마음이 시끄러울 때면 공원과 궁궐을 찾아다니며 나무에서 위안을 찾던 그는 결국 서울 생활도 기자 생활도 정리하고 나무의사가 됐다.

'숲으로 출근합니다'는 아시아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에 선정된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에서 일하고 있는 황금비 나무의사가 기록한 천리포수목원의 사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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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에서 자라는 삼색참죽나무 ‘플라밍고’는 처음 나오는 새순의 색이 마치 플라밍고의 깃털처럼 짙은 분홍색을 띠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천리포수목원 제공
숲으로 출근합니다 l 황금비 지음, 한겨레출판, 1만9000원

세상을 바꾸는 특종 기사를 쓰겠다던 기자가 10년이 지난 뒤 정신을 차려보니 수목원 화단에서 잡초를 뽑고 있다. 그것이 잡초인지 아닌지 헷갈려 하면서. 신문사 기자로 일할 때 마음이 시끄러울 때면 공원과 궁궐을 찾아다니며 나무에서 위안을 찾던 그는 결국 서울 생활도 기자 생활도 정리하고 나무의사가 됐다.

‘숲으로 출근합니다’는 아시아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에 선정된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에서 일하고 있는 황금비 나무의사가 기록한 천리포수목원의 사계절이다. 봄에는 목련과 벚꽃이 상춘객들을 불러 모으고, 여름에는 빅토리아 수련이 수면을 가득 채운다. 가을에는 팜파스그래스가 물결처럼 출렁이고, 겨울에는 호랑가시나무 열매가 크리스마스 불빛처럼 반짝인다. 책은 천리포수목원이 가꾸는 1만7000여 분류군의 식물 가운데 계절을 대표하는 30여종을 상세히 소개한다. 이들의 특징과 생태에 대한 설명과 풍부한 사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수목원 깊숙이 들어와 버린 느낌이 든다.

일반인들에게 수목원은 아름다운 휴식과 치유의 공간이지만, 생업으로 삼은 이들에게 수목원은 기다림과 반복, 돌봄의 감각을 익히는 곳이다. 즉 병든 나무를 살피고, 계절마다 다른 생명을 돌보며, 날씨와 토양의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배우는 곳이다.

도시에서 숲으로 출근길의 방향을 틀어버린 저자의 시선을 통해 자연의 속도와 리듬에 맞춰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간접 체험하게 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빛의 속도로 달려가는 우리들에게, 자연의 시간이 보내온 초대장과 같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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