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의 삶에 삶을 거는 무의미의 의미 [.txt]

한겨레 2026. 4. 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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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일들, 우리가 열정을 쏟아붓고 정성을 기울인 많은 일들이 무의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슴에 사무칠 때가 있다.

"모든 게 부질없고 가치 없다는/ 멈출 수 없는 슬픔,/ 노력은 말도 안 되는 낭비이며,/ 인생은 텅 빈 공간이라는 것,// 보아하니 죽음이 곧 삶의 의미인 듯하기에/ 그래 그거야,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지, 네가 나의 얼굴에서 보는 건/ 그리고 너로 하여금 그렇게, 이따금, 날 훔쳐보게 만드는 건"('그림자 속 일기', 시가집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 '무의미'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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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광양시 진상면 비평저수지 인근에서 청소년들이 두꺼비 로드킬 예방 활동을 하는 모습. 전남녹색연합 제공

많은 일들, 우리가 열정을 쏟아붓고 정성을 기울인 많은 일들이 무의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슴에 사무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사랑하는 몇몇 시인들의 말에 기댄다. 메리 올리버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언젠가 무의미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라도 기쁨을 이해하라.” 무의미가 될 수도 ―우리 존재 자체를 포함해서―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애쓰는 사람들, 고난을 겪지만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기쁨을 느낄 줄 아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마음이 가고 존경스럽다. 그런 사람들을 본받아 지치거나 슬프거나 외로울 때도 ‘항상 기쁨에 의지하자!’고 마음을 다잡으면 심기일전이 된다. 그런데 어떤 때는 정말 많은 일들이 ‘무의미가 되고 마는가?’ 내 생각이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이를테면 나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 한차례 봄비가 내린 뒤 나는 광양에 있었다. 홍매화가 너무 이쁘게 피어나고 있었다. 그곳에서 단 한번도 보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만났다. 2011년 순천 사는 박수완씨는 3월 초 어느 비 내리는 날 광양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다. 밤길을 운전하며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이상한 것을 마주했다. 뭔가가 눈에 번쩍번쩍했다. 뭘까? 낙엽이 구르는 건가? 하지만 지금은 가을이 아니고 봄인걸. 과연 그 번쩍번쩍한 것은 뭐였을까? 그것은 두꺼비였다. 그때부터 박수완씨의 삶에 두꺼비가 들어왔다. 두꺼비는 첫 봄비가 내리면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알을 낳으러 간다. 그렇지만 그때가 하필이면 매화 축제철이다. “광양 매화축제 현장으로 가는 861번 지방도로는 차량으로 빽빽해져요. 두꺼비들은 산에서 내려와 산란장으로 가다가 ‘로드킬’로 죽어요. 생명을 낳으러 가다가 생명을 잃어요. 운전자들이 서행만 하면 살릴 수 있어요. 어린이 안전 구역에서 서행하듯이 서행만 하면. 이곳은 2~3월에 두꺼비들이 5~6월에는 새끼들이 지나는 길이라는 안내 방송만 내비게이션에 나온다면….”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 l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김한민 옮김, 문학과지성사(2018)

나는 광양의 도로에 서서 처음으로 누군가가 두꺼비를 들어서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보았다. 어떤 사람이든, 사물이든 누군가가 특별한 눈으로 봐줘야 특별해진다. 누군가 사랑하는 눈으로 봐줘야 사랑스러워진다. 나는 박수완씨가 두꺼비를 바라보는 눈길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지방도로가 빽빽해져요”라고 말할 때 “빼액빽~해져요” 강조하느라 갈라지던 목소리를 잊지 못할 것 같다. “두꺼비 성체 한마리를 구하는 의미는 정말 커요. 암컷은 알을 7000개씩 품고 있어요.” 그녀야말로 기쁨의 가능성을 위해 마음을 쏟는 사람이었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시 한 편이 떠올랐다. “모든 게 부질없고 가치 없다는/ 멈출 수 없는 슬픔,/ 노력은 말도 안 되는 낭비이며,/ 인생은 텅 빈 공간이라는 것,/…/ 보아하니 죽음이 곧 의 의미인 듯하기에…/ 그래 그거야,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지, 네가 나의 얼굴에서 보는 건/ 그리고 너로 하여금 그렇게, 이따금, 날 훔쳐보게 만드는 건…”(‘그림자 속 일기’, 시가집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 ‘무의미’는 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분명히 뭔가가 있다. 우리로 하여금 어떤 행동인가 하게 하는, 삶을 걸게 하는, 어떤 얼굴인가를 자꾸 훔쳐보게 만드는. 그리고 그 뭔가가 삶의 전부다.

정혜윤 CBS 피디

정혜윤 CBS(시비에스)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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