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석유 사라"는 트럼프, 현실은?… 美가 한국서 항공유 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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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봉쇄 상황에 대한 책임을 사실상 동맹국들에 떠넘기며 "우리는 석유가 넘쳐나니 (중동산 원유 대신) 미국에서 석유를 사라"고 말했다.
미국은 항공유에서부터 나프타까지, 원유를 정제한 석유제품 상당 부분을 한국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한국 정유업체가 충분한 양의 원유를 수입하지 못하면 석유제품 수출 물량도 줄어, 이를 수입해 판매하는 미국 기름값까지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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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제품도 의존도 높아…정제 기술 때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봉쇄 상황에 대한 책임을 사실상 동맹국들에 떠넘기며 "우리는 석유가 넘쳐나니 (중동산 원유 대신) 미국에서 석유를 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 붕괴는 석유 순수입국인 미국의 경제적 상황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미국은 항공유에서부터 나프타까지, 원유를 정제한 석유제품 상당 부분을 한국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미 캘리포니아주(州)가 이란 전쟁으로 휘발유와 항공유 공급 위험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주로 멕시코 연안에서 원유를 생산하는데, 캘리포니아주와 같은 서부 해안은 아시아 정유업체들로부터 항공유와 경유를 상당 수준 수입해 왔기 때문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한국 정유업체가 충분한 양의 원유를 수입하지 못하면 석유제품 수출 물량도 줄어, 이를 수입해 판매하는 미국 기름값까지 높아질 수 있다.
미 서부 해안지역, 항공유 대부분 한국서 수입
항공유가 대표적이다. 미국 석유협회(API)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와 워싱턴주, 하와이 등 미국 서부 해안지역은 항공유의 대부분인 85%를 한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AI)과 에너지 전문매체 '에너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의 전체 항공유 수입량은 하루 평균 10만9,000배럴로, 한국이 하루 평균 7만7,000배럴을 공급해 71%를 차지했다. 아거스미디어는 지난달 18일 로스앤젤레스 시장에서 항공유 가격이 4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석유화학제품도 마찬가지다. 미국 화학산업은 셰일가스를 원료로 하는 에탄 분해 설비(ECC)에 편중돼 있어 에틸렌 생산에는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에 필수적인 벤젠이나 톨루엔 등 나프타를 분해한 석유화학제품은 한국에 의존한다. 독립적 범용 원자재 정보서비스(ICIS)와 인덱스박스 등의 2024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벤젠 수입량의 46%, 톨루엔 수입량의 57%를 책임지는 1위 공급국이다. 페트병 등의 원료인 파라자일렌(PX)도 멕시코 다음으로 두 번째로 가장 큰 공급국이다.
미국 정유시설, 자국산 원유 처리 못 해 수입
원유 수출국인 미국이 석유제품을 수입하는 데는 정유시설의 기술적 문제도 한몫한다. 미 폴리팩트는 지난달 24일 "미국산 원유 대부분은 유황 함유량이 낮고 점도도 낮은 경질유인데 대부분 정유소들은 해외에서 공급받는 무겁고 유황 함량이 높은 중질유를 처리하도록 건설돼 있어, 국내 원유 수요를 충족하려면 외부에서 수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유의 경우 처리 기술 문제에 환경오염 규제까지 더해져 미국 가격이 한국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한국의 1일 기준 경유 평균 가격이 리터(L)당 1,895원인 반면, 지난달 말 미국 경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5.20달러(L당 약 2,063원)였다. 최근 한국의 2배 가까운 가격이 표시된 미 캘리포니아주의 한 주유소 사진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석유 걱정은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미 석유·에너지 컨설팅기업인 '리포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드루 리포 대표는 최근 해운전문매체 지캡틴에 "일본, 한국 같은 국가들이 석유제품 수출 제한에 동참하면 (미국) 정치인들은 자국 내 공급 확보를 위해 휘발유, 경유, 항공유 재고 비축을 지시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사재기 심리를 확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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