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노인들은 아침에 지하철 자제" 李 주문에 노인들 뿔났다..."우리도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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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이 시간에 출근합니다."
실제 한국일보가 서울 도심 지하철 역사와 객실에서 만난 노인들 상당수는 청소, 경비, 공인중개업, 단기 사무직 등 다양한 직종에 근무를 하면서 "지하철을 타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이동한다"고 했다.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 만난 정명주(75)씨는 "출근 시간대 지하철이 한층 혼잡해진 진짜 원인은 고유가 시대에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 이용이 늘었기 때문 아니냐"며 "노인들을 제도 개편에 이용하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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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자제 주문에
"출근하는 노인 있다는 현실 잘 몰라"

"우리도, 이 시간에 출근합니다."
2일 이른 아침,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과 신당역에서 만난 노인들 목소리에 피곤함과 화가 잔뜩 묻어났다. '왜 이렇게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탔냐'는 질문에는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듯 노기를 띠는 이도 있었다. 이들에게 아침 지하철은 청년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생계를 위한 출근길'이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 발언에 노인들이 뿔이 났다. "출퇴근 시간대 노년층 무임승차를 한두 시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보자"면서 "노는 분들은 자제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한 제안이 신경을 거스른 것이다. 미·이란 전쟁 등으로 인한 고유가 문제, 대중교통 수요가 출퇴근 시간에 몰리는 상황에 대응하자는 주문이었지만, 노인층에서는 '비생산적 이동 주체'로 낙인을 찍었다면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당장 일주일에 6일을 지하철로 출퇴근하며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박모(72)씨는 대뜸 화부터 냈다. 그는 "아침 시간에 이용하지 말라고 하면 아르바이트를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매일 오전 7시 청소 일을 나간다는 김모(84)씨도 "나이 들었다고 다 노는 게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한국일보가 서울 도심 지하철 역사와 객실에서 만난 노인들 상당수는 청소, 경비, 공인중개업, 단기 사무직 등 다양한 직종에 근무를 하면서 "지하철을 타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이동한다"고 했다. 공인중개사 사무실로 매일 출근하는 박모(71)씨도 그중 한 명. 박씨는 "출근 시간대를 피하라는 건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노인들은 "설령 여가 목적 이동이 줄어든다고 해도 지하철 혼잡이 얼마나 완화될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교통공사가 지난해 서울지하철 1~9호선 승하차 인원을 분석한 결과도 이를 방증한다. 오전 7~8시 비중은 9.7%인 반면 오전 11시부터 낮 12시 사이에는 25.8%에 달했다. 노인들 주 이용 시간대가 '낮'이라는 의미다.
지하철 운영 적자의 책임을 노인들에게 돌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한다. 실제 서울교통공사는 최근 5년 사이에 노인 무임승차가 50% 늘어났다면서 고령화 인구 증가로 누적 적자가 20조 원에 달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노인들의 공분을 샀다.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 만난 정명주(75)씨는 "출근 시간대 지하철이 한층 혼잡해진 진짜 원인은 고유가 시대에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 이용이 늘었기 때문 아니냐"며 "노인들을 제도 개편에 이용하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위원장은 "시간대 제한은 노인의 모든 활동을 비출근 시간으로 밀어 넣는 강요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노년층에서도 무임승차 연령 상향이나 요금 부담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는 게 아니다. 동작구에 거주하는 한명희(67)씨는 "출근 시간만이라도 요금을 내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원구에서 만난 김승희(70)씨는 "일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난 만큼 그에 맞춰 제도를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혼잡 완화 대책을 국토교통부가 맡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책에는 (노인) 대중교통 무료 이용에 관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김준형 기자 junbro@hankookilbo.com
나민서 기자 i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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