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부겸 "대권 뜻 없다... 대구시장은 정치 인생 마지막 과제"

이서희 2026. 4. 3.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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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장 출마 김부겸 전 총리 인터뷰]
'김부겸 우세' 여론조사에 "의미 안 둬
선거일 가까워질수록 양쪽 수렴할 것"
"아들딸 위해 할 수 있는 몫 다하겠다
땡깡 부려서라도 당 지원 받아낼 것"
6·3 지방선거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작년 가을 무렵부터였다. 가끔 왕래하는 정치 후배들이 6·3 지방선거 출마를 권했다. "형님, 이번엔 (당선이) 확실하다 아닙니까."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손사래쳤다. "마, 됐다. 내가 선거를 모르나."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선당후사 정신으로 대구시장 선거에 나서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중앙정치를 떠난 지 3년이고, 대구 회생을 위한 과제가 산적한데 '감당할 수 있을까' 상상하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한 건 올해 초다. 고(故) 이해찬 전 총리의 빈소에서 오랜만에 만난 선배의 다그침이 아프게 닿았다. "이 사람아, 누가 나가도 잘 될 것 같으면 굳이 자네를 부를 이유가 없지. 자네가 나가면 그래도 해볼 만하다고 하니 총대를 메라는 데 왜 그렇게 몸을 사리나."

한 달 넘게 고심했다. 무엇보다 아내에게 다시 정치 한복판으로 들어가자 할 면목이 없었다. 어렵게 입을 뗐다. "내가 피할 수 있는 상황이면 좋겠는데, 어쩌겠노." 며칠 뒤 아내가 답했다. "그게 당신 팔자면 그래 하십시오."

지난달 30일 서울 국회와 대구 중구 동성로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출마 선언을 했다. "보수를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12·3 내란 심판 등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틀 뒤인 1일 한국일보와 만난 김 전 총리는 "의식한 건 아니지만, 대구시민들이 지금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는 그게 아니잖나"라며 "시민들이 원하는 건 대구 지역내총생산(GRDP)이 30년째 꼴찌인데, 위기의 대구를 어떻게 살리겠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대구시장 선거에 처음 도전했다 낙선했던 12년 전보다 지금이 더 대구엔 '김부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민들이 그토록 믿고 밀어줬던 그 정당(국민의힘) 출신 단체장이 오면 4년 내내 이재명 정부와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면서다. 김 전 총리는 "이게(대구시장) 내 정치인생 마지막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김 전 총리와의 일문일답.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3월 30일 오후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6·3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뒤 한 시민이 건넨 꽃다발을 받고 있다. 대구=뉴스1

"30년 동안 보수 믿고 찍어준 결과가 이 꼬라지"

-대구 출마 선언 당시 휴대폰 번호를 깜짝 공개했다. 시민들에게 어떤 말을 듣고 있나.

"전화가 하루에 200통 이상 온다. 문자는 이틀 만에 1,000통 넘게 받은 것 같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와 깜짝 놀랐다. 한 청년이 보낸 문자가 기억에 남는다.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수도권에서 취직을 했는데 (높은 물가 탓에) 생활 환경이 안 좋다. 대구로 돌아가고 싶은데 급여를 맞춰 주는 직장이 없다'는 거였다. 이 청년처럼 대구에서 대학을 나오고도 대구를 떠나는 이들이 연 8,000명 정도다. 책임감이 더 커졌다. '대구 아들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몫이 있다면 시장이 돼서 하겠다. 우리 같이 해보자' 말하고 있다."

-국민의힘 어떤 후보와 양자대결을 해도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라 나왔다.

"최근 며칠 좋은 결과가 나온 것뿐이다. 3파전이 되든, 4파전이 되든 아무 의미 없다. 선거일에 가까워질수록 (표심이) 결국 양쪽으로 수렴할 것이다."

-40.3% 득표율에도 낙선했던 2014년보다는 유리한 상황 아닌가.

"그때는 민주당 소속 구청장 후보가 한 명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대구 기초자치단체 중) 군위군수를 제외하고는 전부 후보가 있다. 시의원 후보도 10명 이상이다. 시장 후보가 큰 공약을 발표해 물길을 터주면 시민들의 실제 생활권인 기초자치단체에서 세세한 공약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스크럼을 짜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은 됐다."

-대구 경제가 30년째 전국 최하위 수준인 근본 원인은 뭐라고 보나.

"산업화 초중기에 대구 성장을 이끌었던 섬유산업 등이 사양화할 때 그 다음 10년을 준비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 시대에 특별한 (성장의) 계기를 못 만들었다. 지금 대구가 제일 잘하는 게 제조업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을 입히지 않으면 AI 시대엔 희망이 없다. AI 대전환(AX)은 엄청난 재정, 시간이 필요해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렵다. 정부, 지자체가 도와야 한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들도 한목소리로 산업 구조 대전환을 약속한다.

"(대구시민들이) 30년 동안 믿고 찍어줬는데 그 결과가 이 '꼬라지'다. 다른 정치적 선택이 아니면 어떻게 돌파할 건가. 무엇보다 대통령 임기가 아직 4년이나 남았다. (야당 소속 시장도) 정부에 지원해 달라 주장은 할 수 있지만 관철시키긴 어려울 것이다. 나는 이미 당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았고, 약속을 어기면 '땡깡' 부리고 공갈을 쳐서라도 받아낼 것이다. 지금 쓰기에는 김부겸이 괜찮은 후보 아닌가. 4년 써보고 마음에 안 들면 다음에 갈아치우시면 되지 않나."

6·3 지방선거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TK 행정통합 무산은 여야 모두 책임"

-국민의힘은 '보수의 아성'마저 내주면 보수가 궤멸하고 일당 독재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수가 건강하게 바로 서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안정되고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 진정한 토론이 가능하다. 지금은 서로 자기 정파에 유리한 입장만을 고집하다 보니 해법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래 세대를 위한 국가적 과제를 합의해내기 위해서라도 이런 정치 구도가 지속돼선 안 된다. 그런데 보수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계속 우려먹다 보니 건강해지려는 고민을 안 한다. (출마 선언에서) '대구가 앞장서 국민의힘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 이유다."

-당선되더라도 시의회나 기초자치단체는 국민의힘이 다수일 수 있다. 협치가 가능하겠나.

"대구를 살리겠다는 시장이 당이 다르다고 해서 등을 지거나 으르렁거리면 대구는 아작 난다. '소통'과 '화합' 하면 김부겸 아닌가. 걱정 안 하셔도 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며 사실상 지지 선언을 했다.

"출마 선언 이후 통화했다. 한 번 만날 것이다. (시장을) 해본 사람보다 잘 아는 사람이 있겠나. 홍 전 시장 말씀을 잘 듣겠다."

-당선되면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을 재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번에 TK 통합이 무산된 데는 여야 모두 책임이 있다. 지역 주민에게 통합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국민의힘 정치인들도 지역 발전이나 큰 그림을 보지 않고 작은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 게 사실 아닌가. 다만 이제 와서 당신 때문에 안 됐다고 싸우는 건 의미가 없다. 어떻게든 놓친 기회를 빨리 되찾아야 한다. 당선되면 곧바로 경북도와 협의해 통합 논의 기구를 만들겠다."

6·3 지방선거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이 대통령, 국민 삶 무게 인식해 실용 접근"

-유시민 작가가 최근 말한 이른바 'ABC론'(※여권 지지층을 가치 중심 A, 이익 중심 B, 교집합 C로 규정한 구분법)이 분열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있다. 정치가 여전히 '공존의 공화국'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유 작가처럼 (보건복지부) 장관도 하고, 머리 좋고, 고민도 많이 하는 진영의 어른이 왜 논쟁적인 얘기를 하나. 그런 거 말고, 어떤 가치를 갖고 공동체에 기여해야 하는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비교적 국민에게 박수받는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 이전의 '정치인 이재명'은 기본소득처럼 (특정 이념 기반의) 논쟁적인 정책도 얘기했지만, '대통령 이재명'은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가 확실해서다. 국민의 삶이라는 무게를 더 잘 인식하고 가니 실용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국민들이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 아닌가."

-이번에 당선되면 민주계열 정당 역사상 첫 대구시장 배출이다. 김 전 총리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가 될 것이다. 대선 출마 등도 염두에 두고 있나.

"분명히 말하겠다. 이게(대구시장) 내 정치인생 마지막 과제다. 딴 생각하고 잔계산하면 시민들이 모르겠나. 다 안다. 몇 사람 그런 모습 보이다가 지역 힘들게 했던 거 우리 다 보지 않았나. 절대 그러면 안 된다. 정말로 내 고향에 마지막을 바치겠다는 각오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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