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설 직전 5500 뚫은 코스피, 45분 만에 5300선 무너졌다

곽창렬 기자 2026. 4. 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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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에 출렁이는 주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으로 미국과 이란 간 종전 기대감이 꺾이며 코스피와 코스닥이 하락 마감한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2일 오전 9시 주식시장이 문을 열자마자 삼성전자 주식 20주를 주당 19만2600원에 사들였다. 전날 삼성전자 주가가 13% 넘게 폭등해 ‘포모(FOMO·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가 있는 데다, 이날 오전 10시에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서 ‘전쟁을 끝내겠다’는 메시지가 나오면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오전 한때 19만5200원까지 올랐던 삼성전자 주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이란과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고, 이란의 모든 중요 목표물을 타격할 것”이라며 강경 발언을 쏟아낸 직후 급락하며 1시간 만에 17만원대로 밀려 내려왔다.

미국·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휘둘리고 있다. 코스피 개장 전 새벽 트럼프가 종전을 언급하면 주가가 크게 뛰다가, 돌연 강경 발언이 나오면 다시 폭락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주식시장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가 외환시장에선 환율을 널뛰게 하고 채권시장에선 금리를 요동치게 만든다. 투자자들은 “기업 실적이 아닌 미국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수사에 자산 가격이 매일 요동치는 상황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느냐”며 하소연하고 있다.

그래픽=양인성

◇“이란 타격” 발언 후 코스피 수직 낙하

2일 코스피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한 오전 10시 1분쯤만 해도 전날보다 1.1%가량 오른 5545선 안팎에서 움직였다. 그런데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종전 언급이 없자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오전 10시 16분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2~3주 동안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는 발언을 하자 급락하기 시작했다. 오전 10시 45분이 되자 5300선이 붕괴됐고, 하루 동안 지수가 400포인트 넘게 널뛰면서, 결국 전날보다 4.47% 급락한 5234.05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그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출렁거린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세계 각국을 향해 관세 폭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면 각국 증시가 휘청거렸다. 그런데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기 시작한 뒤 그 빈도와 등락 폭은 훨씬 커지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은 48시간 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내 발전소를 완전히 초토화하겠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자, 다음 날 코스피는 6.49% 폭락했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즉시 개방되지 않으면 이란 내 발전소를 타격하겠다는 트럼프의 말에 코스피가 4% 넘게 빠졌다.

반대로 종전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은 증시에 강력한 반등 동력으로 작용했다. 지난달 9일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 마라라고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란 전쟁이) 매우 빨리 끝날 것”이라고 입을 열자, 코스피는 다음 날 5.35% 폭등했다. 지난 1일에도 “이란의 새로운 대통령이 휴전을 요청했다”는 트럼프 메시지에 코스피는 8.44% 폭등했다.

그래픽=양인성

◇“구두 개입, 한계 달했다”는 분석도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시장을 널뛰게 하는 데 대한 불만은 우리나라 개미 투자자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세계 최대 규모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 등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성토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 네티즌은 레딧에 ‘트럼프에게 그만 휘둘려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자 ‘완전히 주가 조작 수준이다’ ‘시장이 반응하는 한 트럼프와 그 일당은 계속 돈을 벌 것’ 등의 반응이 달렸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겉으로는 금융시장 안정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잦은 말 바꾸기로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주가가 급락하면 시장을 달래는 식의 트럼프의 ‘구두 개입’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점점 효과를 잃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프리 소넨펠드 미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AP통신 인터뷰에서 “금융시장에 나오는 거짓된 메시지들은 점점 신뢰를 잃어가는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중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레이엄 스틸 전 미 재무부 금융기관 담당 차관보는 “(트럼프의) 말뿐인 메시지들이 일시적으로 통할지라도, 실제 정책이나 결과와 분리돼 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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