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사 한 명이 600건 맡아”… 공소시효 넘겨 범인 놓친 사건 급증

유희곤 기자 2026. 4. 3.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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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사표 내고 특검 파견 ‘인력난’
최근 사직 검사 65%가 베테랑
“시한 임박 사건, 고연차가 담당
인력 줄줄이 나가니 처리 못해”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일선 검찰청에서 공소시효를 넘겨 처벌을 못 하는 사건이 늘고 있는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검사 줄사표와 특검 파견 등으로 인력난이 심해지면서 처리하지 못하는 미제 사건이 폭증했다. 그러자 범죄 혐의자의 공소시효를 놓쳐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는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검찰청은 지난 1일 감찰부장 주재로 전국 검찰청의 감찰 담당 부장검사 회의를 열어 공소시효 도과(徒過·지나감)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대검은 이날 회의에서 “3개월 이상 장기 미제 사건을 빨리 처리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김성규

검찰 관계자는 “공소시효 도과는 1년에 한 건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문 일인데, 최근 일선에서 공소시효를 넘기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검사 한 명이 사건을 600건씩 처리하다 보니 공소시효가 지났는지 파악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인 검찰 무력화가 수사력 약화를 넘어 직접적인 국민 피해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수도권 지검의 형사부 소속 A 검사는 자신이 담당하던 사기 사건에서 사문서위조죄의 공소시효(7년)를 놓쳤다. 지난해 3대 특검에 검사들이 대거 파견되면서 남은 검사들의 업무량이 늘어나 기록을 꼼꼼히 살피지 못한 것이다. 다만 사기 범죄 시효가 지난 건 아니어서, A 검사는 징계를 면했다.

전국의 지방검찰청과 지청에서는 매년 대검찰청에 자진해서 ‘비위 발생 보고’를 하고 있다. 그런데 보고된 비위 가운데 공소시효를 놓쳐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한 사건 비율이 늘고 있다고 한다. 공소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사건을 처리하지 못하면 검사는 벌점 또는 경고나 주의 처분을 받는다. 공소시효 도과 사건이 많거나 잘못이 명백할 경우,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 등 징계를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검사들은 사건별 공소시효를 내부 전산 시스템에 입력해 2중·3중으로 관리하면서 시효가 임박한 사건부터 처리한다. 그런데도 공소시효 도과 사건이 늘어나는 원인은 검찰 인력난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작년부터 올 3월까지 검찰을 떠난 검사는 233명으로, 전체 정원(2292명)의 10.2%나 됐다. 작년 한 해 사직한 검사는 175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올해는 3개월 만에 58명이 검찰을 떠났다. 작년과 올해 퇴직한 검사 233명 중 65%(151명)가 경력 15년 이상 베테랑 검사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3대 특검과 2차 종합특검 등에 파견된 검사만 현재 67명이다.

검사 정원 35명 가운데 17명밖에 남지 않은 대전지검 천안지청의 경우, 근무 중인 검사의 절반이 2~3년 차 검사다. 지난달 기준으로 검사 1인당 미제 사건이 500건, 경찰 불송치 사건이 100건을 넘었다. 한 현직 차장검사는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은 베테랑 검사들이 관리하는 게 관행이었는데, 지금은 인력이 줄어 정상적으로 업무가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2021년부터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이 부여되면서 전건송치(全件送致) 제도가 폐지된 것도 공소시효 도과 사건이 많아진 이유라고 지적한다. 그전까지는 경찰이 수사한 사건은 모두 검찰이 다시 검토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식으로 종결했다. 그런데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엔 경찰이 불송치 사건을 자체 종결하고 있다. 고발인의 이의신청 등으로 검찰이 송치 요구를 해야만 사건 기록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동·성범죄 사건을 맡고 있는 한 검사는 “아동 학대·성범죄 사건은 피해 발생한 시점에 따라 공소시효가 달라지는데, 경찰은 법률가가 아니다 보니 시효를 잘못 계산해 공소시효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 10년간 검사가 공소시효 도과로 감봉이나 견책 등 징계를 받은 경우는 4명인데 모두 수사권 조정 이후인 2022~2024년에 발생했다.

10월부터 시행되는 공소청법에 따라 검찰의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사라지면 공소시효 도과 사건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구지검 의성지청은 2023년 3월 관내 특사경 사건을 점검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사건의 32.2%가 공소시효를 넘긴 것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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