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노숙인 도우며 보니… 회개는 용기·용서·사랑 낳더군요”

김한수 기자 2026. 4. 3.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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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산마루예수공동체 목사 부활절 특별 인터뷰
이주연 목사는 “부활절을 앞두고 노숙인 형제들이 회개하고 용서하고 치유되는 변화를 보면서 은혜를 느낀다”고 말했다. 산마루예수공동체의 제일 높은 언덕에 서있는 십자가는 이 목사가 2019년 부활절을 앞두고 통나무를 잘라 만들었다. /평창=박성원 기자

“회개는 용기를 낳습니다. 용기는 용서를 낳고, 용서는 사랑을 낳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한 회개와 용기, 용서 그리고 사랑입니다. 올해 부활절에는 변화의 모습들이 보여 감사하고 있습니다.”

부활절(5일)을 앞두고 지난 1일 강원 평창 ‘산마루예수공동체’에서 만난 이주연(69) 목사는 편안한 표정이었다. 해발 700m 고지, 꽃은 아직 멀었지만 개울물 소리와 폭신해진 흙에서 봄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첫 수확한 곰취는 진한 향기를 뿜었고, 20만 주를 심은 산마늘도 곧 수확할 것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주말엔 서울 공덕동 산마루교회에서 설교하고, 주중엔 평창에서 노숙인들과 함께 밭을 개간하고 농사짓는다.

그는 올해 사순절을 맞아 산마루교회 새벽기도회에서 ‘원죄’와 ‘회개’를 설교하고 있다고 했다. “원죄는 단순히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관계가 끊어진 것을 의미합니다. 두려움, 불안, 분노, 교만, 결핍, 공허 등이 그 관계 단절에서 비롯됩니다. 회개는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는 길이고요. 그런데 올해 사순절 기간에 기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적은 이 목사가 20여 년 전부터 돕고 있는 ‘노숙인 형제들’의 변화다. 10여 년 전 경기 포천에서 농사를 짓던 노숙인 공동체 숙소가 전소(全燒)되는 일이 있었다. 사건 후 사라진 한 젊은이의 실화(失火)로 여겨졌다. 아버지의 학대로 10대에 가출해 거리를 떠돌던 청년이었다. 사건 후 소식이 끊겼던 그가 3년 전 이 목사를 찾아왔다. 심한 알코올 중독을 겪어 심신이 피폐한 상태였다. 사연은 묻지 않고 받아들였다. 평창에서 술을 끊고 농사일을 도우며 지내던 청년은 아주 천천히 조금씩 나아졌다. 지난주 그 청년이 이 목사에게 고백했다. “그때 제가 숙소에 불붙은 연탄을 놓고 나왔어요.” 10여 년 동안 억눌러 뒀던 이야기였다. 고백의 계기는 이 목사의 ‘회개’ 설교였다고 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가출 후 연락을 끊었던 아버지를 찾아가 만나겠다고 했다. 회개와 함께 아버지를 용서할 용기가 생겼다는 것. 그는 마침내 1일 오전 아버지에게 전화해 만나기로 약속했다. 산마루예수공동체는 아침저녁으로 ‘용서하고, 용서받고, 감사하자’는 기도를 올린다. 3년 동안 청년이 기도한 결실이 부활절을 앞두고 터져 나온 것.

1일 오후 강원 평창군 산마루예수공동체에서 이주연 목사가 조형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형물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당시 발에 못자국을 형상화 한 것이다. /박성원 기자

과거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긴 했지만 실패했다. 이 목사가 “84세 아버지가 때린들 얼마나 아프겠냐”고 설득했지만 끝내 부자 상봉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만큼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무섭다.

사례는 또 있다. 평창 공동체에서 지내던 한 노숙인은 며칠 동안 언덕 위 십자가까지 걸어가 혼자 기도를 올렸다. 회개 설교를 들은 후의 일이다. 그리고 이 목사를 찾아와 “내가 교만했다. 마음속으로 목사님 욕을 많이 했다”고 고백하고 눈물을 쏟았다. 일반적으로 노숙인은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교만이라니. 이 목사는 “노숙인들은 속으로 ‘내가 마음만 먹으면 금방 회복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무척 많다”고 했다. 어쩌면 세상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교만이라는 성벽을 쌓는 것인지 모른다. 그런데 그 벽을 스스로 허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회개하면서 스스로 아버지와 화해하고 용서하게 됐고, 그러면서 스스로 치유의 과정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런 일을 겪으며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고 했다. 이 목사는 “사실은 누구나 영혼의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노숙인들은 당장의 밥과 술에 갈급하지만 일반인 역시 물질과 육신의 노예처럼 살고 있다는 것. “노숙인들은 돈 생기면 술을 마시면서 ‘교양 없이 죄’를 지어요. 그런데 일반인들은 어떤가요. 역시 물질적 풍요를 좇으면서 ‘교양 있게 죄’를 짓지 않나요.”

그는 “부활은 증명의 대상이 아니라 증거 될 뿐”이라고 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 세포를 분석하고 유전자를 편집하고, 장기를 복제해도 ‘생명 그 자체’는 알 수 없다. 신비일 뿐이다.

“예수의 운동은 죽음 이전에 이미 파국 상태였습니다. 예수가 죽기도 전에 제자들은 배반하거나 부인하고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마침내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게 되자 흩어졌고요. 그럼에도 예수 죽음 이후에 다시 모입니다. 더 심한 탄압과 죽음이 기다리는데도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부활 사건 하나뿐입니다. 바로 죽음을 넘어 부활한 예수를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부활한 예수를 통해 죽음을 이긴 영원한 생명을 믿게 된 이들이 변화했고, 그 변화가 2000년 동안 그리스도교를 이어오게 한 동력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런 변화가 사회의 가장 밑바닥으로 여겨온 노숙인 형제들의 회개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학 공부 50년, 목회 인생 45년을 맞는 그는 “올해 들어 긴 세월 동안 조각조각 경험했던 깨달음이 퍼즐 조각 맞추듯 하나로 연결되는 은혜를 느끼고 있다”며 “결국 남는 것은 회개와 감사”라고 말했다. /평창=김한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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