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쌍둥이’ 키우려 직업까지 바꿔… “15시간 일해도 후회없죠”

조성호 기자 2026. 4. 3.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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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들이 바꾼 우리] 안시하·안지성 부부

“우유 우유!” “우유 우유!” “우유 우유!”

지난 1일 오후 4시 30분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아파트. ‘절간’ 같았던 집이 금세 왁자지껄해졌다. 22개월 된 세 쌍둥이 이도(아들)·이루(아들)·리나(딸)가 어린이집을 마치고 엄마·아빠인 안시하(40)·안지성(39)씨와 함께 집에 돌아왔다. 아이들은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한 명당 하루 우유 1L, 일주일에 총 20L는 가뿐히 먹는 ‘우유 킬러’ 아이들의 오후 일과는 이렇게 시작됐다.

1일 경기도 남양주 한 아파트에서 만난 안시하(오른쪽)·안지성씨 가족. 아빠 지성씨의 어깨 위에 목말을 탄 아이가 세 쌍둥이 중 딸인 리나, 아빠 무릎에 앉은 아이가 아들 이도, 엄마 무릎 위의 아이가 아들 이루다. /장경식 기자

세 쌍둥이 부모 시하·지성씨의 만남은 2018년 시작됐다. 경기 가평 출신인 지성씨는 경기 구리로 전학을 갔던 옛 초·중학교 동창으로부터 시하씨를 소개받았다. 대화가 잘 통해 곧바로 사귀기 시작했다. 4년간 연애했지만, 양가 집안 어른들은 두 사람 모두 ‘순흥 안씨’ 동성동본이란 점 때문에 결혼을 반대했다고 한다. 2005년 3월 법이 개정돼 두 사람의 결혼에 법적인 문제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어른들의 반대를 물리쳐준 것은 두 사람 모두 찰 만큼 찬 ‘30대 중반’이라는 나이였다. 결국 2022년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했다. 그리고 결혼 후 6개월이 지난 즈음부터 시도한 시험관 시술에서 한 번에 아이 셋을 얻는 데 성공했다. 삼둥이 산모 기준으로 만삭에 해당하는 임신 35주 차, 2024년 5월 20일 오후 1시 59분부터 1분씩 차이로 세 아이는 세상에 태어났다.

무사히 폭풍 같은 신생아 시기를 넘기고 어느덧 22개월. 세 아이는 완전히 다른 매력으로 집안을 채우고 있다. 첫째 이도는 흔히 얘기하는 ‘유니콘 베이비’이다. 전설 속 유니콘처럼 부모 속을 썩이는 법이 없다. 잘 먹고 잘 자고, 하지 말라고 하는 일은 하지 않는 전형적인 장남이다. 둘째 이루는 ‘장난꾸러기’다. 동물을 좋아해 겁 없이 다가가고, 형제들 사이에서도 활동량이 가장 많다. 지성씨는 “이도는 듬직하게 동생들을 챙겨주고, 이루는 엄마·아빠의 성격을 정확하게 반씩 닮은 것 같다”며 “두 사람의 고집불통인 점도 닮아 신기하기도 하다”고 했다.

유일한 딸인 리나는 눈치가 백단이다. 타고난 애교로 어른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지만, 한 번 고집을 부릴 때면 엄마·아빠의 진땀을 빼놓기도 한다. 시하씨는 “그래도 리나는 눈치가 빨라 이도와 이루의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면 엄마·아빠에게 먼저 기저귀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어린이집에서도 이들을 챙겨준다고 한다”고 말했다.

임신을 하고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이들 부부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영어 교육 업계에서 일하던 시하씨는 임신으로 직장을 잃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왔는데, 정작 직장은 배가 불러오는 선생님과의 재계약을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셰프(요리사)로 6년을 일해온 지성씨는 프라이팬을 놓고 건설 현장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다섯 가족을 부양하려면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게 경제적으로 더 도움됐기 때문이다. 자고 있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오전 5시에 나와, 아이들이 곧 잠들 시간인 오후 8시쯤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이들의 경제적 압박을 부추기는 것은 돌봄에 필요한 일손의 부족 때문이다. 아이 셋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데려올 때만 하더라도 잡아줘야 할 손이 셋인데 정작 엄마의 손은 둘뿐이다. 시하씨는 “손을 잡아주지 못해 위험한 상황이 온다거나, 안아 달라고 할 때 모두 안아줄 수 없을 때 제일 미안하다”며 “정부에서 제공하는 돌봄 도우미는 대기만 1년 넘게 해도 배정이 안 됐고, ‘삼둥이 집’이라고 하면 아무도 오려 하지 않으니 어렵게 등하원 시터 선생님이라도 구할 뿐”이라고 했다. 지성씨는 “부유한 집안에선 돈 걱정 없이 아이들을 키우고, 저소득층은 정부 지원 돌봄이 있는데 우리는 중간에 낀 것 같아 난감할 때가 많다”며 “기저귀를 버려야 하기 때문에 매일 20L 쓰레기봉투를 하나씩 쓰는데, 최근 ‘사재기 때문에 쓰레기봉투 사기도 어렵다’는 얘기가 나와 걱정이 많다”고 했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행복이 될 수 있을까. 부부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매일매일이 점점 더 행복하다”고 했다. 시하씨는 최근 강원도 양양 바다로 여행을 다녀온 기억을 죽기 전에도 떠오를 듯한 행복한 순간으로 꼽으며 “바닷가 모래에서 아이들이 ‘바다! 바다!’ 하면서 뛰어놀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행복하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고 말했다. “나도 그때 생각했다”며 맞장구치던 지성씨는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말이 점점 많아지니 그만큼 예쁜 모습이 더 눈에 들어온다”며 “최근엔 리나가 ‘아빠 시져(싫어)’라는 말을 배워 장난을 치는데 오히려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모습만으로도 감동을 받고 행복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서로를 챙기며 끌어안는 모습을 볼 때 눈물이 날 만큼 뿌듯하다”며 “우리 부부 모습이 아이들에게 좋은 모범이 되도록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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