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새긴 아픈 역사…4·3을 소환하다

차형석 기자 2026. 4. 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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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노동역사관 7일부터
박경훈 작가 목판화 초대전
백골 모습으로 새겨진 영령
유족의 슬픔 등 담은 50점
봉인된 기억 불러내 위로
▲ 역사 정의 실현
▲ 201호 법정
▲ 해후2
목판화를 통해 제주 4·3 사건의 실체를 알려온 민중미술가 박경훈(62) 작가의 목판화 초대전이 울산에서 열린다.

울산노동역사관은 4·3제주민중항쟁 78주년을 기념하는 박경훈 목판화 초대전 '백골난감'을 이달 7일부터 내달 31일까지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이 전시는 울산민주화운동기념계승사업회가 공동 주최하고 (사)노옥희재단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후원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 제주, 서울, 광주에서 전시돼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과 작가가 새롭게 준비한 작품 50점을 선보인다.

박경훈 작가는 4월을 영원히 잊지 않을 '기억'이라고 말한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며 1985년에 첫 판화전을 연 이후 열 한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늘 4월을 품은 작품들을 선보였는데, 이번 '백골난감'도 제주 4·3을 소환해 현 시기를 관통하는 작가의 시대정신이 담겨있다.

박경훈의 신작 판화들은 78년 전에 쓰러진 영령들을 백골의 모습으로 새겨 놓았다. 살아남은 이들의 슬픈 표정과 달리 미소를 깊게 머금고 있다. 백골이 되어서도 쉬이 떠나지 못한 이들은 마치 가족을 넘어 후대의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처럼 보인다.

전시 작품 속 '4·3 재심 청구서'를 든 백골의 시선은 정면을 향해 관객을 바라본다. 그리고 재심 개시를 결정하는 201호 법정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입구를 서성인다. 또 과거를 봉인한 기억을 파묘하고, 그 결과 앞에서 눈물 흘리는 가족과 부둥켜안고 있다.

박 작가는 1895년 동학농민항쟁에서 시작해 한말 의병들의 궐기 그리고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해방 후 민주주의가 발전해온 역사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말한다. 그 순간이 작가의 열정을 다시 일렁거리게 만든 것이다.

울산노동역사관은 "박경훈 작가는 무거운 주제와 달리 매우 유쾌한 거장의 풍모를 지녔다. 특히 판화가 지닌 음영을 너무 영리하게 사용하니 절로 감탄이 터진다"며 "게다가 흑백의 단조로움 뒤로 층층이 겹쳐진 서사가 은은히 돋보인다. 그러니 우리의 현대사가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느낌을 준다"라고 했다.

이어 "박경훈 작가는 그동안 국내외 여러 도시를 거치며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가했으나, 울산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초대전이 울산과 제주 그리고 박경훈 작가와 뜻 깊은 첫 인연이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문의 283·1987.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