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위엄' KBO가 부럽다니, 조롱당하는 MLB 심판들의 절규 "ABS 전면 도입이 낫다"

이상학 2026. 4. 3.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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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악의 심판으로 꼽히는 CB 버크너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이상학 객원기자] 매일매일 심판들이 조롱당하고 있다. 올해부터 메이저리그(MLB)에 도입된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로 심판들이 연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챌린지 방식으로 볼 판정이 번복될 때마다 관중들의 야유와 조롱이 쏟아진다. 공개 처형대가 따로 없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ABS 도입 초창기를 보내고 있는 MLB 심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MLB 현역 심판들은 사무국 허가 없이 인터뷰를 할 수 없어 은퇴한 심판 5명이 인터뷰에 응했다. 현역 심판들에게 전해들은 이야기가 은퇴 심판들의 입에서 나왔다. 

게리 달링 전 심판은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인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차라리 컴퓨터가 모든 것을 판정하게 두는 편이 낫다고 하더라. 그러면 아무 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모두의 의견은 아니라고 덧붙였지만 KBO리그처럼 모든 공을 ABS로 판정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24년부터 ABS를 도입한 KBO리그는 처음부터 전면으로 실시했다. MLB도 주저할 때 과감하게 ‘세계 최초’ 도입이라는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초기에는 낯선 시스템을 마주한 현장의 반발이 극심했지만 리그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허구연 KBO 총재의 결단이 통했다. ABS가 빠르게 안착하며 KBO리그는 지긋지긋한 볼 판정 시비와 불필요한 감정 소모에서 벗어났고, 흥행 대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MLB는 올해부터 ABS를 도입하면서 챌린지 시스템을 채택했다. 팀당 2회씩 챌린지 기회가 주어지며 성공시에는 횟수가 차감되지 않는다. 연장전에 들어가면 이닝마다 한 번씩 챌린지 기회가 추가된다. 

투수, 타자, 포수가 모자나 헬멧을 두드려 챌린지를 신청하면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스트라이크존 통과 여부가 그래픽으로 뜬다. 판정이 번복되면 관중들이 심판에게 야유를 퍼붓거나 조롱의 환호를 보내는 게 일상처럼 됐다. 팬들에겐 새로운 재미로 떠올랐지만 매번 이런 상황에 노출되는 심판들로선 굉장한 압박감이 든다. 최악의 심판으로 꼽히는 CB 버크너는 한 경기에 무려 6차례 ABS 챌린지로 볼 판정이 번복되는 굴욕을 당하며 망신을 당했다. 

[사진] MLB ABS 챌린지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심판들이 잘 보는 게 중요하지만 ABS 챌린지 시스템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으로 존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전직 심판 데일 스캇은 “지금 심판들은 기계가 스트라이크로 판정하는 것에 맞추고 있다. 판정이 번복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기존 스트라이크존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0.1인치 차이를 논할 때 ‘비슷하다’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0.1인치까지 완벽을 기해야 하는 심판들의 고충을 전했다. 

과거 심판들은 타자의 어깨에서 무릎까지 높이를 기준으로 볼 판정을 했지만 현재 ABS에서는 스트라이크존 상단이 타자 신장의 53.5%, 하단이 27% 지점에 위치한다. 전직 심판 브라이언 고먼은 “가슴에서 키의 53.5% 지점이 어디인지 알아낼 수 있다면 행운을 빈다. 키가 얼마인지도 모르는데, 그걸 어떻게 계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육안으로 기계처럼 정확하게 판정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45시즌 통산 최다 5460경기 출장 기록을 갖고 있는 조 웨스트 전 심판은 “내가 올드스쿨이긴 하지만 심판마다 여기저기 1인치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은 자신만의 존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판정의 일관성”이라며 야구의 인간적인 요소를 강조한 뒤 “내가 알기로는 ABS가 완벽하다는 게 증명되지 않았다”고 기계의 불완전성도 지적했다. 

[사진] 조 웨스트 전 심판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LB 사무국은 웨스트 전 심판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ABS가 도입되기 전 수년간 테스트 및 개선 과정을 거쳤고, 현재까지 볼 판정 정확도가 93.5%로 지난해보다 0.9%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팬들은 이런 수치들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심판들의 오심에 격하게 반응하고 있다. 

욕먹고 비판받는 게 심판의 숙명이라고 해도 지금처럼 공개적인 망신을 당하는 건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차원이 다른 스트레스다. 고먼 전 심판은 “사람들은 컴퓨터에 앉아 자기 의견을 쏟아내며 모든 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도 주차장에 나가면 30분 동안 자기 차를 못 찾을 수 있다”며 심판들을 기만하는 팬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ABS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ABS에 대한 선수들과 팬들의 만족도도 높아지는 분위기. ABS 지지 여부를 보류하겠다고 밝힌 짐 조이스 전 심판은 “기술은 이미 우리 곁에 왔다. 기술이 생기면 사라지지 않는다”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waw@osen.co.kr

[사진] MLB ABS 챌린지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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