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란의얇은소설] 그 돌 아래 무엇이 있는지
돌 아래 짓눌린 상처·고뇌 연상
죽음 공포 딛고 병원 나오는 날
‘연옥이지만 삶은 축복’ 실감해
줌파 라히리 ‘단테 알리기에리’(‘로마 이야기’에 수록, 이승수 옮김, 마음산책)

‘단테 알리기에리’의 줄거리는 무척이나 간단하다. 오십 대이며 직업 때문에 일 년의 절반은 로마에서 지내는 한 여성이 시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러 고향의 도시로 돌아오는 오늘 하루의 이야기. 간략한 줄거리 밑에는 겹겹의 이야기들이 꿈틀거리며 숨어 있다. 호기심 많은 독자가 돌을 들어올려야 볼 수 있는 듯. 화자인 나는 청소년 시절에 친구의 남자친구로부터 봉투에 ‘단테 알리기에리’라고 서명한 연애편지를 받은 적이 있었다.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이 일이, 화자가 대학에 간 후 예언으로 가득한 진짜 ‘단테’의 시를 읽어보고 싶어지게 하고 단테의 풍경을 보기 위해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게 하는 필연적 인과를 만든다. 그곳에서 남편을 만나 단테를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접고 ‘외국인 주부’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 ‘신곡’에 나오듯 화자의 삶은 “황량한 해안”에 이르렀고 마흔이 되었을 때 다시 단테 생각을 하게 됐다. 그가 ‘연옥편’에서 바위 밑을 들여다봐야 했다는 것도. “그 돌 아래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알아내라.” 화자는 단테의 언어와 문화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대학에서 강의도 하게 됐다. 마치 “죽은 시인 단테가 나의 길을 만들어주고 나를 앞으로” 이끌어주는 듯. 제목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 듯 보인다. 실제 ‘신곡’을 쓴 단테 그리고 화자의 삶을 바꾸고 영향을 끼친 가장 큰 힘의 단테.
다정했고 요리를 가르쳐 주었으며 단테의 시를 암송하길 좋아했던 시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화자는 친구들, 아직 남편으로 남아 있는 사람과 그의 여자친구를 본다. 그리고 대성당 안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과 천장의 성상과 자신의 ‘숨겨진 기억’과 ‘깊은 기억’들도. 관이 운구되고 성당을 떠나면서 나는 시어머니와는 달랐던, 자신을 너무나 몰랐던 어머니를 비로소 애도한다. 남편이 그녀에게 우리는 ‘어머니’가 그리울 거라고 말한다. 화자가 광장 위로 펼쳐진 맑은 하늘을 보고 있자 누군가 침묵을 깨고 말한다. “참 엿같은 도시야.” 그리고 이어지는 대사 한마디가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다. 이 단편을 삶에 대한 찬양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그러자 이 찬양이 하나가 아니라 두 개라고 알게 된다. 연옥이지만 그럼에도 살아가고 싶은 삶 그리고 단테의 문학에 대한 찬양.
이 주 후 나는 어머니를 부축하고 병원을 나왔다. 투병의 날들이 시작될 터였다.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워.” 벚꽃과 맑게 갠 봄 하늘 밑, 세상의 생명체들에게 흩뿌려진 아름다움에 나는 이렇게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외우고 있던 이 단편의 마지막 문장을. 연옥이지만 삶은, 살아 있음은 크디큰 축복이라는 걸 자주 잊어온 사람처럼.
조경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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