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진의시네마포커스] 과거가 불러내는 기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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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에트 혁명의 아버지 레닌은 자신의 후계자를 지명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코르녜프의 믿음처럼 이곳의 부패와 폭력, 일상화된 고문은 혁명적 시스템의 외부에서 발생한 은밀한 일탈이자 얼룩일까? 아니면 사악한 시스템 자체일까? 진실의 목소리가 수용소 담장을 넘어설 수 있다면 그것은 정의의 이름으로 교정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는 이미 벗어날 수 없는 미로에 발을 들여놓은 것일까? 영화의 시작부에 자신의 발로 이곳에 들어온 코르녜프는 엔딩부에서 다시 한번 이 미로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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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정치범들이 교도소 앞마당으로 나오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듯한 수감자들은 지치고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다. 이곳에 갓 임명된 검사 코르녜프가 들어온다. 수감된 정치범들이 외부를 향해 쓴 수많은 탄원서가 모두 불태워졌지만 혈서로 쓴 하나의 편지가 기적적으로 이 젊은 검사에게 전달된 것이다.
소비에트의 법치주의는 위대한 볼셰비키 진리의 일부라 믿는 코르녜프는 고발자를 만나기 위해 겹겹이 세워진 육중한 철문을 경계로 외부와 단절된 폐소공포증적 공간을 통과한다. 무표정하고 집단화된 감옥 관료들의 표정에서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는 것을 직감한 그는 견고하게 형성된 지방 검찰청의 감시 카르텔을 피해 어렵게 중앙검찰청장 면회에 성공한다. 사법 권력의 최정점인 검찰총장과 신참내기 검사. 마침내 두 검사가 대면한다.
코르녜프의 믿음처럼 이곳의 부패와 폭력, 일상화된 고문은 혁명적 시스템의 외부에서 발생한 은밀한 일탈이자 얼룩일까? 아니면 사악한 시스템 자체일까? 진실의 목소리가 수용소 담장을 넘어설 수 있다면 그것은 정의의 이름으로 교정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는 이미 벗어날 수 없는 미로에 발을 들여놓은 것일까? 영화의 시작부에 자신의 발로 이곳에 들어온 코르녜프는 엔딩부에서 다시 한번 이 미로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아니 끌려간다. 여기에 좌표는 없다. 그것은 미로이고 무덤이다.
로즈니차는 자신의 영화에는 희망이 없다고 누누이 말한다. 동시에 희망은 영화 안이 아니라 밖에 있다고 말한다. 영화를 본 관객과 세계의 반응. 거기에서 감독은 희망을 찾는다. 그는 섣부르게 감정을 고양하고 몰입시키는 상투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다. 차갑고 지적인 관찰자로서 어두운 역사와 억눌린 기억을 관객 앞에 가져다 놓으며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유도한다. 과거를 말하는 그의 영화에는 언제나 현재를 연상시키는 기시감이 있다. 그리고 끝내 전율하게 한다.
맹수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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