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현대사진 지평 넓힌 거목 4인…시대·한국인의 표정 렌즈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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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놔두면 눈 멀쩡하게 뜨고도 기록이 사라질 텐데. 아이고, 안 되겠다. 이거 나라도 사진을 찍어서 기록해 둬야지.'
서울에서 생활하던 사진작가 육명심(1933∼2025)은 신구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되면서 잠실을 거쳐 경기 성남을 나가곤 했다.
육명심의 '강원도 강릉'을 비롯해 한국 현대사진의 지평을 확장해 온 현대사진 거장 4인이 남긴 시선을 담은 기획전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이 지난달 27일부터 서울 삼청동 뮤지엄한미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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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9일까지 뮤지엄한미서
‘강원도 강릉’ 등 110여점 선봬
‘이대로 놔두면 눈 멀쩡하게 뜨고도 기록이 사라질 텐데. 아이고, 안 되겠다. 이거 나라도 사진을 찍어서 기록해 둬야지.’

염주로 이뤄진 갓끈 안에 모인 얼굴, 그 얼굴에서 파도치는 듯이 파인 주름, 바라보는 이의 마음속을 꿰뚫어 보는 듯한 비범한 눈길….
육명심의 ‘강원도 강릉’을 비롯해 한국 현대사진의 지평을 확장해 온 현대사진 거장 4인이 남긴 시선을 담은 기획전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이 지난달 27일부터 서울 삼청동 뮤지엄한미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기획전은 육 작가를 비롯해 홍순태(1934∼2016), 한정식(1937∼2022), 박영숙(1941∼2025) 4인의 작품 110여점을 통해 이들이 카메라 렌즈를 통해 담고 기억한 한국 현대사와 한국인의 표정을 담았다.
전시는 오랜 시간 한국인의 정서와 정체성을 탐구하며 다양한 인물 군상을 기록해 온 육명심의 ‘백민’ 연작으로 시작한다. 농경사회의 일상을 담아내며 산업화로 이행하던 1970∼1980년대 ‘한국적인 것’에 대한 탐구 흐름과 맞닿아 있다.
평생 서울의 모습과 서울 사람을 기록해 온 홍순태는 ‘청계천’과 ‘서울’ 연작을 통해 1960년대 청계천 판자촌을 비롯해 급격한 산업화 과정 속 도시의 변화와 그 안의 삶을 포착했고, 피사체의 형상성을 넘어 자연과 사물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업을 해온 한정식은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이어진 연작 ‘고요’에서 절제된 화면과 정제된 시선을 통해 자연의 고요한 순간을 포착하고 사유와 성찰의 시간을 펼쳐 보인다.
전시는 평생 여성의 삶과 사회적 억압을 주제로 작업해 온 1세대 여성 사진작가 박영숙의 연작 ‘36인의 포트레이트’로 마무리된다. 박영숙은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신달자 시인을 비롯해 시인, 소설가, 교수 등 자신이 존경하면서도 부러워하던 인물 36명을 촬영한 연작을 선보였다.
전시를 기획 준비한 송영숙 관장은 “네 사람 다 내 친구이자 동료 사진가였기에, 쓸쓸하다”고 말했다. 7월19일까지. 성인 1만5000원. 작품을 찬찬히 보고 있노라면 전시 제목이 된 정현종 시인의 시가 들릴지도.
“…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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