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전 시위에서…‘다시 만난 응원봉’

김기범 기자 2026. 4. 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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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 든 3800명 거리로 나와
평화헌법 ‘개헌 반대’ 목소리
“오타쿠는 평화를 사랑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응원봉이 일본의 반전 시위에도 등장했다. 도쿄신문은 최근 도쿄에서 열리는 반전·반개헌 시위에 이른바 ‘오타쿠’들이 응원봉을 들고 참가하면서 시위 풍경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일본 국회 앞에서 열린 ‘오타쿠의 반전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3800명이 참석했고, 지난달 25일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평화헌법을 지키기 위한 긴급행동’에도 응원봉을 든 시위대가 참여했다.

연령대도 젊은층부터 고령층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애니메이션 캐릭터, 운동선수 등을 기념하는 ‘굿즈’를 들고 시위에 나와 전쟁과 헌법 9조 개정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일본 시리즈물 <가면라이더> 복장을 하고 지난달 28일 시위에 참여한 다카하시 히로유키는 “우리 오타쿠는 평화를 사랑한다. 평화롭지 않으면 오타쿠는 활동할 수 없다”고 말해 다른 참가자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이 시위의 진행을 맡은 성우 오카모토 마야는 참가자들이 각자 좋아하는 대상을 자유롭게 외치도록 유도했고 참가자들은 각자 연극, 영화, 라쿠고(일본 전통 만담) 주인공 이름을 외쳤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오카모토는 “좋아하는 것이 끊어지지 않을 수 있도록 전쟁을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핑턴포스트 일본판은 “한국의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에서 상징적 존재가 된 응원봉 사용이 일본에서도 확산하기 시작했다”며 “응원봉은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항의 의사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에 대한 우려, 국제 원유 공급망 붕괴 위기에 대한 불안, 9조 개헌을 추진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에 대한 불만 등을 언급했다. 지난달 25일 개헌 반대 시위에 참여한 스즈키 나리사는 도쿄신문에 “이 나라는 계속 우리에게 가정폭력을 하는 것 같다”면서 “평화헌법과 동료들이 희망”이라고 말했다.

평화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시위와 함께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9조회’ 등 6곳의 시민단체는 지난 1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헌법 9조는 전쟁이나 무력행사를 포기하고 육해공군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다카이치 총리는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내용으로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자민당은 이달 12일 열릴 당대회에서 개헌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방침을 정할 예정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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