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문고 ‘남궁산 목판화 장서표’展 30일까지

백지영 2026. 4. 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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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진주 경상국립대학교 앞, 작은 사회과학 서점 '개척서점'으로 시작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진주문고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책과 사람, 그리고 시간을 새기는 특별한 전시에 나섰다.

진주문고는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오는 30일까지 진주문고 본점 1층 '아트스페이스 진주'에서 '남궁산 목판화 장서표'展을 연다. 

이번 전시는 국내 장서표의 선구자인 남궁산 판화가가 새긴 55점의 장서표를 통해 진주문고가 걸어온 40년의 궤적을 조명힌다.

2일 오전 진주문고 아트스페이스 진주를 찾은 한 시민이 '남궁산 목판화 장서표' 전시를 살펴보고 있다. 백지영기자



◇서점의 역제안으로 시작된 전시=장서표는 애서가들이 자신의 소중한 책에 소유와 애정의 표시를 남기기 위해 책 안겉장에 붙이는 작은 판화로, '책의 신분증'이라 불린다. 과거 우리나라는 책에 직접 도장을 찍는 '장서인(藏書印)' 문화를 가졌으나, 서양에서는 별도의 종이에 판화를 찍어 붙이는 장서표가 발달했다.

장서표는 단순히 이름만 적어 넣는 표식이 아니다. 한 개인의 직업, 취미, 세계관, 그리고 책을 향한 설렘을 5~15cm의 작은 화면 안에 압축적으로 담아낸다.

서울에서 활동하던 남궁산 작가가 이번 전시에 나서게 된 것은 여러 겹의 인연이 겹친 결과다. 장서표의 특징에 걸맞게 서점·문학관·도서관 등에서 전시를 꾸려가려던 그에게 진주 출신의 김연호 전 제천문화재단 이사장이 진주문고 전시를 추천해 왔다. 이를 계기로 진주문고를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마침 남궁산 작가와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 양쪽과 친분이 깊었던 하동 박남준 시인이 만남을 주선해 줬다.

지난해 초 남궁산 작가가 기존에 제작해 둔 국내 대표 문인 장서표 전시와 함께 특강·체험 등을 제안하고 나서자 여태훈 대표는 작가에게 역제안을 건넸다.

"단순한 특강으로 끝내기엔 아쉽다"며 창립 40주년을 맞아 진주문고와 오랜 시간 동행하거나 지역 사회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긴 '진주문고 친구들' 40명의 장서표를 신작으로 제작해 선보이자는 것이었다.

책을 사랑해 진주문고와 깊은 연을 맺어온 오랜 고객과 지식인 등 장서표 의뢰인 40명이 모이면서 남궁산 작가는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남궁산 작가는 "장서표의 주인인 '표주'들과 나눈 전화 인터뷰, 제작 의뢰서 등을 바탕으로 그 삶과 이야기를 나무판에 압축해 새겼다"며 "그렇게 인물별로 컬러 판화로 찍어낸 장서표 5점과 이를 축소한 도장 장서인을 제작했다"고 했다.

'남궁산 목판화 장서표' 전시 작품.


◇인연을 나무판에 새기다=이번 전시에서는 '진주문고 친구들' 40인과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문인 15인의 삶을 예술로 승화한 장서표를 선보인다.

전시의 핵심은 '사람'과 '인연'이다. 진주의 큰 어른 김장하 선생을 비롯해 문형배 판사, 이준호 교수 그리고 진주가 사랑한 고(故) 허수경 시인 등 진주문고와 오랜 시간 동행한 지역 인물 40인의 장서표가 신작으로 공개된다. '진주문고 친구들' 장서표 대부분 표주가 각각 작품료를 내고 의뢰했지만, 이미 세상을 뜬 허수경 시인과 어른 김장하 등의 작품은 여태훈 대표가 마음을 담아 헌정했다.

여기에 황석영, 김훈, 유홍준, 안도현 등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문인 15인의 삶과 문장을 담은 장서표가 더해져 한국 현대 문화사의 한 페이지를 판화 예술로 구현했다.

전시는 장서표와 함께 작가가 각 인물의 삶을 읽고 느낀 소회를 담은 '작업 단상' 캡션을 함께 배치해 관람객들이 인물들의 생애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태훈 대표는 "40년 동안 진주문고를 지켜온 어른들의 함자와 문인들의 문장이 예술로 피어나는 이번 전시가 우리 지역의 새로운 문화적 자부심으로 새겨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2일 오전 진주문고 아트스페이스 진주에서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가 '남궁산 목판화 장서표' 전시에 걸린 자신의 장서표를 소개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창립 40주년 행사 다채=진주문고는 창립 4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대표와, 직원, 고객 등으로 구성된 40주년 특별팀을 꾸리고 기념행사를 준비해 왔다.

상반기에는 '남궁산 목판화 장서표'展을 비롯해 지난 3월 16~29일 선보인 '진주문고에서 산 책-애서가 손형모의 서재(2)'展, 6월 8~21일 개최 예정인 고원규 드로잉전 '작가 Ⅲ'까지 다양한 전시를 마련했다.

하반기는 시민들과의 소통과 기록에 방점이 찍힌다. 하반기에는 시민들의 기억 속에 저장된 진주문고의 흔적을 모으는 '진주문고 추억찾기' 기록물 공모를 통해 수집한 작품들을 전시할 계획이다.

창립 기념일인 9월 6일 전후로는 3박 4일간 집중 기념행사가 펼쳐진다. 시민들이 만나고 싶어 했던 작가들의 초청 강연을 비롯해 서점을 통해 삶의 변화를 겪은 독자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리 등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 날에는 현재 출간을 준비 중인 진주문고 40주년 기록을 담은 신간 북 토크가 진행된다.

여태훈 대표는 "한 출판사의 제안으로 고민 끝에 진주의 조경국 작가와 공저로 쓰고 있다"며 "지난 40년간 진주문고가 걸어온 길을 비롯해 진주문고를 있게 해준 시민들과 내부에서 고생해 준 직원들에 대한 감사를 담을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진주문고는 '남궁산 목판화 장서표' 전시와 연계해 오는 4일 오후 2시 남궁산 작가의 강연 '책과 판화 그리고 장서표 이야기', 25일 오후 3시 '나만의 장서표 만들기' 체험 행사에 각각 나선다. 진주문고 누리집 등을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남궁산 목판화 장서표' 전시 작품.
2일 오전 진주문고 아트스페이스 진주를 찾은 한 시민이 '남궁산 목판화 장서표' 전시를 살펴보고 있다. 백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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