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잡은 ‘역습 설계도’ ‘같은 스리백’ 일본은 달랐다

박효재 기자 2026. 4. 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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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어 잡았다”…망연자실한 잉글랜드 공격수 일본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일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기뻐하는 가운데 잉글랜드 공격수 모건 로저스가 주저앉아 아쉬워하고 있다. 런던 | AFP연합뉴스

볼 점유율 31%, 슈팅 7 대 19에도
탄탄한 수비로 전반 골 지켜 승리
볼 잡으면 측면 거쳐 뒷공간 찔러
상황 따라 유연한 ‘플랜B’ 가동도
라인 쉽게 무너지는 한국과 대비

2026 북중미 월드컵 전 마지막 A매치에서 한국과 일본은 나란히 스리백을 가동했다.

한국은 코트디부아르에 0-4, 오스트리아에 0-1로 졌다. 일본은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를 각각 1-0으로 꺾었다. 같은 3-4-2-1 전형이지만 그 안을 채운 전술 콘텐츠의 격차가 상반된 결과로 드러났다. 한국이 오스트리아에 0-1로 진 지난 1일, 일본은 점유율 31%, 슈팅 7-19의 열세 속에서도 전반 23분 미토마 가오루의 결승골을 지켜 잉글랜드를 1-0으로 이겼다.

일본의 스리백은 수비 전환 시 양쪽 윙백이 수비 라인까지 완전히 내려와 수비수 5명, 미드필더 4명이 두 줄로 늘어서는 밀집 대형을 만든다. 페널티 박스 앞 위험 공간만 철저히 틀어막는 구조다.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감독은 패배 뒤 “깊이 내려앉은 5-4-1 전형을 상대로 경기했다”며 “공격진에서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패인을 짚었다.

한국은 수비 시에도 라인이 쉽게 무너졌다. 오스트리아전 실점 장면에서는 페널티 박스 안에 김주성, 김민재, 이한범 등 수비수가 있었는데도 컷백 크로스를 허용했다. 윙백이 높이 올라간 상태에서 뒤에 남은 수비수 3명이 상대 공격수들과 1대1로 맞서는 구도가 반복돼, 한 명만 뚫려도 전체 수비가 무너지는 장면이 잦았다. 뒤에 숫자가 많아 보여도 실제로는 수적 우위를 만들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다.

일본은 볼을 따내는 순간 3초 안에 측면으로 전개하고, 미토마와 이토 준야 같은 빠른 윙어가 상대 수비 뒤를 찌르는 역습 패턴이 체계화돼 있다. 잉글랜드전 결승골도 이 구조에서 나왔다. 자기 진영에서 볼을 빼앗자마자 3명이 동시에 전진했고, 나카무라 게이토와 패스를 주고받은 미토마가 마무리했다.

일본의 2선 공격수 자리에는 미토마, 이토처럼 역습에 최적화된 윙어가 배치된다. 한국은 같은 자리에 이강인, 이재성 등 전방 압박과 패스 능력이 뛰어난 플레이메이커 유형 선수를 둔다.

경기 조율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강팀 상대로 역습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빠른 전환보다 볼 소유에 치우쳐 속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잉글랜드전에서 투헬 감독이 주포 해리 케인의 부상으로 꺼내든 4-2-4 포메이션은 중앙 미드필더가 2명뿐이었다. 일본은 중원에 4명을 배치해 수적 우위를 점하며 볼을 빼앗을 기회를 구조적으로 만들어냈다. 투헬은 BBC 인터뷰에서 “역습 한 번에 벌을 받았다”고 했다.

한국은 오스트리아전에서 선제 실점 후에도 계속 원톱 손흥민이 수비 뒷공간을 노리게 하는 롱패스에 의존했다. 일본은 스코틀랜드전에서 0-0 상황이 이어지자 후반 도중 3-4-2-1에서 공격수를 한 명 더 올린 3-1-4-2 전형으로 전환해 골을 만들어냈다. 상황에 따라 대형을 바꿀 수 있는 플랜B가 준비돼 있는 것이다.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2018년 취임 이후 8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독일, 스페인을 꺾는 돌풍을 일으키며 일본 대표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뒤 재계약한 감독이 됐다. 이후에도 스리백 기반의 역습 전술을 꾸준히 다듬어 지난해 브라질(3-2 승)에 이어 잉글랜드까지 잡으며 A매치 5연승을 달렸다.

한국은 이 기간 감독이 네 번 바뀌었다. 스리백도 월드컵을 코앞에 둔 지금까지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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