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선 “축구협, 뿌리 썩은 ‘시든 꽃’… 그들만의 카르텔에 잠식돼”
“정몽규 회장 취임 후 제왕적 독재 구조
절차 무시한 홍명보 선임, 행정의 수치
과거 협회의 ‘의사결정 독립성’ 사라져
경제적으로 종속돼 견제·비판 원천봉쇄
퇴진 여론 두려워 원정 경기는 비정상”
韓축구 전술 부재·조직 붕괴에 쓴소리
그의 ‘촌철살인’에는 거침이 없었다. 축구 해설가이자 스포츠기록분석 전문가인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가 대한축구협회의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와 ‘인적 쇄신 실패’를 겨냥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감독을 묶어 ‘그들만의 리그’로 규정하며, 협회의 ‘공적 시스템’이 특정 개인의 ‘사유물’로 전락한 실태를 조목조목 짚었다.

신문선 교수는 2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 원인에 대해 일갈했다. 그는 과거 협회 집행부와 현 정몽규 체제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로 ‘의사결정의 독립성’을 꼽았다. 최순영·김우중 회장 시절의 기술위원회는 감독 선임과 선수 선발에서 전권에 가까운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과거 협회는 전문가 집단 내부의 치열한 토론과 협의, 엄격한 검증 프로세스가 살아있던 시대였습니다. 김호, 조광래 등 전임 감독들은 기술위원회의 난상토론과 투표를 거쳐 검증된 인물들이었죠. 당시 이사회 승인은 요식 행위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정 회장 취임 후 ‘전력강화위원회’가 신설되며 규정은 ‘추천’ 형식으로 격하됐습니다. 결국 회장 한 명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사실상의 ‘제왕적 독재 구조’가 완성된 것입니다.”
신 교수는 위르겐 클린스만과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을 ‘거꾸로 행정’의 전형으로 지목했다. 마이클 뮐러 전 전력강화위원장은 ‘허수아비’였고,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은 ‘외압’에 밀려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고려대 출신의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절차를 무시한 채 ‘야밤 빵집 면접’으로 홍 감독을 앉힌 것은 한국 축구 행정의 수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신 교수는 출발부터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홍 감독 선임의 배후에는 강고한 ‘현대가(家) 인맥’이 있다고 강한 의구심을 품었다. 그는 “홍 감독은 축구계에서 정몽준 전 회장의 총애를 받는 인물이고, 정몽규 회장은 구조적으로 정몽준 전 회장에게 약할 수밖에 없다”면서 “현대가의 황태자인 홍 감독에게 협회 내 누구도 쓴소리를 할 수 없는 사실상 ‘성역’이 형성된 것”이라고 일갈했다.
협회 내부의 비판 기능이 마비된 근본 원인으로 ‘경제적 종속’을 지목했다. 과거 봉사직 성격이 강했던 비상근 이사직이 수백만에서 1000만원 대의 급여를 받는 자리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급여라는 ‘경제적 끈’이 권력을 지탱하는 수단이 되면서 건강한 견제와 비판은 원천 봉쇄됐다”고 탄식했다.
협회의 경영 무능도 지적 대상이었다. 신 교수에 따르면, 협회 수익의 30% 전후가 국민 혈세인 정부 지원금(토토 기금, 디비전 시스템 등)으로 채워진다. 그는 “회장 개인의 사재 출연은 생색내기 수준인 반면, 정부 지원금이 끊기면 하부 리그 운영조차 불가능한 ‘낙제점 경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원금 배분 문제로 2026 하부 리그가 아직 기지개조차 켜지 못한 파행을 겪고 있다는 점이 그 증거다. 신 교수는 최근 국가대표팀이 팬들의 비난을 피해 해외에서 평가전을 치른 것에 대해서도 돌직구를 꽂아 넣었다. “홈에서 출정식조차 못 하는 국가대표팀이 과연 정상입니까? 정몽규·홍명보 퇴진 여론이 두려워 입장 수익까지 포기하고 해외로 나가는 것은 축구 행정의 마비이자 ‘경영적 자살 행위’입니다.”
신 교수는 지난해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낙선 이후 자신의 공식 유튜브 채널 ‘신문선의 골이에요’를 통해 날카로운 논평으로 축구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는 “카르텔에 묶여 상식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는 축구인들과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한국 축구의 ‘사망 선고’를 막기 위한 진실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신 교수는 현재 대한체육회 공정위원으로서 체육계 전반의 공정성 확립에 앞장서고 있다. 2014년 성남FC 초대 공모 사장 시절, 창단 초기 구단 전환기의 극심한 혼란 속에서도 ‘FA컵 우승’과 ‘K리그1 잔류’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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