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안전지대라 믿었던 집 앞, 왜 위험지대 됐나
‘생활도로 사각지대’ 드러나

2일 유족과 경찰, 현장 목격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사고는 지난달 30일 태권도 학원 차량에서 내린 이양이 집으로 향하기 위해 시속 10㎞로 제한된 아파트 단지 내 2차선 도로를 건너던 중, 단지 입구로 들어오던 SUV 차량과 충돌하며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양은 사고 충격으로 심정지 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단지 내부 도로는 입주민들에게 '집 앞'으로 쓰이는 생활 공간이다. 그러나 법과 제도 측면에서는 오히려 관리 '사각지대'다.
단지 내 도로는 대부분 '사유지'여서 공공도로에 비해 교통안전시설 설치나 관리 기준이 일관되지 않고, 차량과 보행 동선이 혼재돼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
제한속도 역시 입주자대표회의 등 자체 기준에 따라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 아파트에서도 입대위 등이 시속 10km로 제한하고 있지만 공공이 단속 등 강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은 없다. 경찰 역시 단지 내 도로에서는 사고 발생 이후에야 개입할 수 있다.
경찰은 이번 사고 도로를 '도로 외 장소에서 발생한 사고'로 분류하고 있다. 따라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2대 중과실 여부가 아니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교통사고로 사망하면 적용되는 것으로, 형사처벌 등 가중조건이 해당되지 않는다.
여기에 빗길로 인한 운전자 시야 확보 문제와 보행자 우선 문화 미정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역 한 교통단체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는 사실상 생활도로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맞는 안전 기준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며 "위험 요소가 있는 만큼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주의를 기울이는 교통문화도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주목되는 것은 '이미 존재하는 법'들이다.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사회적 공분 속에 아동 안전 관련 법이 잇따라 제정돼 왔다.
스쿨존 내 안전시설 설치 의무와 처벌 강화를 담은 '민식이법'을 비롯해, 통학버스 동승 보호자 탑승을 의무화한 '세림이법', 통학버스 신고 의무와 안전기준을 강화한 '태호·유찬이법', 하차 확인 장치 설치를 의무화한 '한음이법', 주차장 안전시설 강화를 담은 '하준이법'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다수의 법과 제도가 마련됐음에도, 이번 사고에서는 거의 해당되지 않았다. 법은 주로 스쿨존이나 통학버스 내부, 특정 시설 등 '구간별 안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아이들이 실제로 이동하는 생활 동선 전반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사고에서는 학원차량 등 어린이통학버스의 '동승 보호자 탑승 의무화'를 담은 '세림이법'을 제외하고는 효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아이를 내려주기 위해 정차했던 학원 차량에 운전자 외에 동승 보호자가 탑승해 하원 안전을 확인했는지 여부 등을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특정 개인의 과실을 넘어, 생활 공간과 어린이보호제도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법을 우후죽순으로 늘릴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실제 이동 동선을 기준으로 한 통합적인 관리 체계 점검 및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귀임 기자 (kiu2665@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