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동에서] AI 산업 육성, 이제는 '국민의 정책' 이어야 한다

윤준영 2026. 4. 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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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준영 한세대학교 공공정책학과 교수

최근 정부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 육성에 강한 정책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방향은 분명 필요하다. 실제로 정부는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대한민국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분야'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써 첨단산업 투자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같은 인식은 정부만의 판단이 아니다. 최근 경제 포럼과 주요 언론에서도 첨단산업 경쟁력이 곧 국가 경제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진단이 반복되고 있다. 바야흐로 우리는 지금 산업 구조의 대전환이라는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러한 성장 전략이 과연 국민의 삶으로 얼마나 이어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기 어렵다. 현재의 정책은 대규모 투자와 기업 중심 지원에 집중된 반면, 그 성과가 중소기업과 청년에게까지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한계는 분명 발생하고 있다. 대런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는 <권력과 진보>에서 "새로운 기술이 자동으로 광범위한 번영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기술 발전의 성과가 제도와 정책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역설한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 혜택이 모든 국민에게 공정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특히 AI 산업은 기존 산업과 달리 생산성을 크게 높이면서도 고용을 자동으로 늘리지 않는다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은 <제2의 기계 시대>에서 디지털 기술이 승자에게 보상을 집중시키고 다른 이들의 역할을 약화하는 구조를 만든다고 분석한 바 있다. 즉, 기업의 성과는 커질 수 있지만, 그 성과가 일자리나 소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분명 생산성 향상이 곧바로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기업은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기에 기술 도입은 노동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술 투자 확대만으로 일자리 문제까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다.

그런데도 현 정부의 정책은 기존 정부와는 다르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성장을 통해 해결된다"라는 접근에 머물러 있다. 물론 성장 전략 자체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 성장이 누구에게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설계가 부족하다면 정책은 절반의 성공에 그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은 여전히 AI 도입에 필요한 자금과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청년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적응할 기회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첨단산업의 성장은 일부 기업의 성과로만 남고 국민 다수는 변화의 수혜자가 아니라 불안의 당사자가 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제는 정책의 방향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AI 산업 육성은 단순한 기업 지원 정책을 넘어 국민의 삶과 직접 연결되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기술 투자와 고용 창출이 연계될 수 있는 정책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동시에 청년과 노동자를 위한 재교육과 전환 지원을 전 정부와 다르게 국가가 적극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성장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성장이 국민에게 닿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책이 아니라 숫자와의 싸움에 불과하다. 현 정부는 기존 정부와 다르게 AI 시대의 산업 정책을 '얼마나 성장했는가'가 아니라 '그 성장이 누구의 삶을 바꾸었는가'를 기준으로 정책을 면밀하게 설계해 나아가길 간절히 바라본다.

/윤준영 한세대학교 공공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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